"작품 없다" VS "회당 출연료 1억"..배우도, 제작사도 '울상'[안윤지의 돋보기]

안윤지 기자 / 입력 : 2024.03.02 07:00 / 조회 : 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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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장우, 오윤아, 한예슬 /사진=스타뉴스
누구는 "작품이 없어서 망했다"고 반감을 표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고액 출연료 때문에 캐스팅 제안을 해보지도 못한다"고 울상을 짓는다. 바로 요즘 드라마판 상황이다. 미디어에 노출이 잦은 배우들이 출연할 작품이 없다고 호소하는 빈도수가 잦아지면서 드라마 제작 편수, 흥행작 등이 이목을 끌었다. 언뜻 보면 제작사 측이 배우들을 상대로 소위 '갑질'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면이 드러난다. 편성, 제작 편수 등 상황도 있지만 이런 중심엔 출연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최근 배우 오윤아, 이장우, 한예슬 등이 작품과 관련된 소신 발언이 온라인상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오윤아는 차기작에 대해 "드라마가 반으로 확 줄었다. 이미 찍어 놓은 드라마도 편성을 못 잡고 있다"고 털어놨으며 한예슬은 "드라마나 영화를 너무 하고 싶은데, 요즘 작품이 진짜 없다"며 "내가 너무 좋아하는 넷플릭스에서 한 번 (연기를) 해보고 싶다"라고 직접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언급, 한숨을 쉬기도 했다.

최근 화제성 있는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해 대세가 된 모 배우는 "요즘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대본이 없다. 난 이름을 비교적 최근에 알린 사람인데, 그래서 대본이 (작품이 잘 되고) 대본이 많이 들어올 거로 생각했다. 근데 한 편도 없더라"며 "드라마 제작 상황이 아주 힘든 건 알지만, 그만큼 배우들도 힘든 현실"이라고 얘기했다. 해당 배우 소속사 관계자도 "작품은 방영을 앞두고 있긴 하지만, 이건 이미 오래전 촬영을 마친 상태다. 올해는 정말 안식년이라 말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다"라고 토로했다.

가장 강한 어조로 말한 건 이장우였다. 이장우는 "드라마판이 개판이다. 카메라 감독님도 다 놀고 있다"며 "내가 MBC, KBS 주말의 아들이었는데, 주말도 이제는 시청률이 잘 안 나온다. 우리나라 황금기에 있었던 자본들 다 어디 갔냐. 진짜 슬프다"라고 원망했다. 이장우가 언급한 '자본'은 대체 어디로 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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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장우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 국내 드라마판 바꾼 글로벌 OTT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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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사실 이 모든 건 글로벌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달라졌다. 국내에 등장한 넷플릭스는 2016년 글로벌 진출 선언 이후 2019년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 등을 제작하며 큰 성공을 맛봤다. 높은 퀄리티, 스타 배우 라인업, 그동안 지상파에선 볼 수 없었던 자극적인 표현법까지. 넷플릭스의 등장은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 여기서 간과한 게 있다면 높은 퀄리티를 위해선 높은 투자금이 필요하단 지점이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기묘한 이야기'는 회당 제작비 1,200만 달러로, 한화로 약 159억 원에 달한다. '더 크라운'은 회당 제작비가 1,300만 달러(약 173억 원)다. 국내에선 2018년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제작비 430억 원을 기록, 당시 역대 한국 드라마 회당 제작비 최고액을 달성했다. '미스터 션샤인' 외 타 드라마는 넷플릭스 작품과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현저히 작았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킹덤'에 회당 제작비 20억 원을 투자하면서 결국 드라마 제작비의 한계를 깬 것이다.

제작비 중 절반을 차지하는 건 배우들의 출연료다. 김수현은 2021년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어느 날'에 출연하며 회당 5억 원 출연료를 받았다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금액은 2021년 당시이기 때문에 현재는 더 높아졌을 거란 전언이다. 이 외에도 이정재, 송중기, 지창욱, 송혜교, 전지현 등도 수억 원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특히 최근엔 "회당 10억 원을 받은 배우가 있다"는 말도 전해져 이목을 끌었다.

한 국내 드라마 제작사 직원 A 씨는 "(드라마 제작시) 가장 중요한 건 '몸값'이다. 사실 작품이 잘되기 위해선 배우들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 그렇다 보니 모두가 유명한 배우들에게 대본이 쏠릴 것이다. 하지만 제작을 못하는 이유는 몸값이 비이상적으로 높기 때문에 결국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배우들의 몸값은 OTT 작품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국내에서 집행된 금액과 글로벌에서 집행된 금액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한번 글로벌 OTT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의 금액이 당연히 오르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조연 배우들도 넷플릭스에 출연하면 출연료가 배로 올라 결국 대부분 배우가 회당 출연료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크겐 1억 원에 달하는 시대왔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내 제작사들이 감당해 내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다.





◆ 얼어 붙은 드라마판? 해결 방안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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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윤아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한 번 오른 출연료는 낮아질 생각을 하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명 배우들이 다수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측 관계자 B 씨는 "이미 오른 출연료는 절대 낮아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몸값'이라는 건 사실 연예인의 체면과도 같다. 호의로 낮춰 출연한다고 한들 소문이 이상하게 난다. 인기가 없다든지, 일이 잘 안되다는지 등 말이다. 이런 말이 사실이 아니어도 결국 진짜처럼 비치게 된다"고 호소했다.

현재 배우 출연료가 드라마판에서 인플레이션처럼 높아졌다가 낮아지고 있다는 말도 있다. 이에 B씨는 "아마 이는 유명한 모 배우가 '출연료를 몇억 원 이상으로 받지 않겠다'는 말 때문에 나온 거 같다. 하지만 그 배우는 이미 많은 커리어를 쌓아온 상황이라 충분히 선배 배우로서 미담으로 퍼지게 된다"라면서도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은 몸값을 낮추는 게 제작사 측에선 미담일지 몰라도 배우 입장에서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방송 관계자 C 씨는 이런 현실에 대해 "드라마 시장이 OTT 중심으로 재편되고 TV 광고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제작 편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게다가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출연료가 너무 높게 측정이 돼서 OTT를 끼지 않은 제작사 쪽에서는 기존 투자금액이 너무 높게 올라갔다"라며 "또 사전제작으로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의 처우 개선, 드라마의 품질 향상에는 도움이 됐지만 제작 이후에 편성이 되지 않으면 제작사가 당장 문을 닫아야 할 만큼의 위험부담이 커지게 됐다. 지난해에만 제작했다가 아직 편성을 못받은 작품이 수두룩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 출연료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는 상황에서 드라마 산업을 정상화 시킨다는 건 도박에 돈을 던지기 보다 더 겁나는 상황이라고 본다"이라고 바라봤다.

배우와 제작사 측이 갈등 아닌 갈등으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드라마협회 측이 개최한 간담회에서 "출연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당시 한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배우 출연료가 총제작비의 40%를 넘길 수 없고, 출연료에서 주연급의 출연료는 70%를 넘길 수 없다고 알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해결법까지 언급한 것이다. 확실히 현 상황에선 어떠한 규제가 필요해 보이는 가운데 양측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아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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