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떨어뜨리면 각자 딴방에서 잔다"
"절대로 떨어뜨리면 안돼." /"떨어뜨리면 어떻게 할건데?" /"각자 딴방에서 자기." /"절대로 떨어뜨릴 수가 없지. 으싸…"
19일 오후 8시경,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롯데호텔, 객실로 향하는 10층 엘리베이트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KBS1 일일극 '어여쁜 당신' (극본 박정란·연출 이민홍 이정섭)의 '어여쁜 연인' 김승수(기준 역)와 이보영(인영 역)이 기준의 어머니(박원숙 분)의 반대를 딛고 드디어 결혼에 골인, 신혼여행지에서 신혼 첫날밤을 보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몰린 연기자와 촬영 스태프 때문이다.
20여명의 스태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촬영 장비를 설치하자, 야외 촬영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섭 PD의 '큐' 사인이 떨어진다. 호텔에 도착한 김승수가 로비에서 객실까지 이보영을 안고가는 신을 촬영하는 참.
몇번이나 이보영을 드는 포즈를 예행해본 김승수. 그러나 수영선수 출신의 건장한 몸집답지 않게 첫 리허설부터 팔이 떨린다. 김승수는 "팔 떨린다, 꼭 잡아야 돼"라며 이보영을 채근하고, 이보영은 못내 미안한 기색을 하더니만 감독의 '큐'사인을 받고 금세 활짝 웃음을 띤다.
3번의 리허설을 마친 김승수는 2번 만에 PD의 OK의 사인을 받아낸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큰 키에 50kg이 나가는 이보영을 들고 복도를 50m 달려, 객실 문 앞에 도착 안고 있는 이보영인 카드로 문을 여는 장면을 찍는데까지 무려 70여분이 소요된다.
죽기살기로 뛴 김승수. 50m 뛰는 장면도 2번 만에 OK사인을 받아낸 김승수는 '초인적인 힘'으로 이보영을 들고 버티고는 영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근육통에 시달리는 팔을 주무르며 주섬주섬 털어놓는 변명.
"박정란 작가는 안고 돌리고, 안고 뛰고 그런 장면 너무 좋아하셔. 정동진에 놀러가서 보영이를 안고 빙빙 돌리는 장면 찍으랴, 서울 잠실 롯데 호텔에서도 비오는 날 쓰러진 보영이를 안고 호텔 침대까지 가는 장면도 찍었지. 그날은 다 젖고 꽁꽁 얼어서 도저히 팔 힘을 쓸 수가 없을 정도더라구."
# "거기 혹시 신음소리 깔려?"
오후 10시가 넘어서서야 드디어 신혼여행의 백미인 '베드신'을 찍게 된 두 사람. 잠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아무래도 '어여쁜 당신'이 가족 시간대 일일극이다 보니, 영 은밀한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침대 위에 앉아 친정 식구와 통화하는 이보영.
늦은 시간 굳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이정섭 PD가 대뜸 농담을 던진다. "우리 자정 넘어가면 '모텔용 (비디오)' 찍자, 목욕탕 장면, 이불속 장면 그런거"라고 하자 스태프 사이에 웃음소리가 번져간다. 긴장했던 촬영장 분위기가 풀리며 한 스태프가 "감독님, 우리 드디어 (에로 비디오) 사업 시작하는 겁니까"라고 맞받아친다.
게다가 이번 장면이 "얏"하며 김승수가 이보영을 덮치며 끝난다고 하니, 털털한 이보영은 "혹시 그 뒤로 신음소리 깔려?"라며 더더욱 분위기를 북돋는다. 이보영이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 편안히 대기하는 동안 김승수는 자신을 짝사랑하던 희주(오주은 분)가 보내온 과일 바구니 속의 카드를 갈기갈기 찢어 변기에 버리는 장면을 촬영한다.
오후 11시가 돼서야 '본격적'인 베드신에 들어선다. 김승수가 이때까지와 달리 눈을 반짝이며 곁으로 다가가자 이보영은 김승수를 확 떠밀며 "오빠, 아까까지 졸립다고 하지 않았어? 이런 장면만은 정신이 번쩍 들지"라고 째려보니 김승수는 "내가 이거 찍으러 제주도까지 왔는데"라고 응수한다.
사랑의 맹세 뒤 드디어 이보영을 '덮치는' 김승수. '얏'하고 괴성을 지르며 김승수가 달겨들자 이보영은 김승수 밑에 대번에 깔리고 만다. 이 장면만 무려 10여 번이 되풀이된다. 만족스러운 순간을 잡아내기 위한 PD의 지시가 이어지며, 카메라가 이 방향 저 방향 돌며 이들을 담는다.
베개를 가지고 한바탕 몸싸움을 하며 '신혼 첫날밤'을 즐기는(?) 두 사람. 자정이 넘어서야 제주 첫날 '신혼여행' 촬영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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