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염을 잘랐더니 사무실에서도 못알아보시는 거예요."
28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황진이'를 통해 새롭게 주목받은 신예 이시환의 푸념 아닌 푸념이다.
여주인공 황진이의 말없는 호위 무사 이생으로 극 중반에 투입돼 인기몰이를 한 이시환은 지난 주 자신의 출연분을 모두 촬영한 뒤 3개월간 고이 길러오던 수염을 아낌없이 잘랐다. 붙이는 수염보다는 편하고 자연스럽다는 충고에 불편함도 감수하고 길렀던 수염이었다. 드러난 맨 얼굴은 한결 환하고 현대적이다. '멜로물'이 딱 어울리는 느낌이랄까?
"수염이 있을 땐 알아보시던 분들도 계셨는데 면도를 하니까 이미지가 싹 사라졌나봐요. 전혀 몰라보세요. 다른 분들이야 그렇다 치고 매니저와 코디네이터까지도 못알아보더라구요."
이제 막 얼굴을 알린 신인배우로서의 섭섭함은 없다고 이시환은 강조했다. 첫 드라마 첫 작품에서 너무 좋은 캐릭터를 맡아 감사하고 만족한단다. 말없이 묵묵히 뒤를 지키며 황진이를 보필했던 이생은 원래 말수가 적고 조용한 이시환의 성격과도 잘 맞는 캐릭터. 다만 지켜만 보다 경쟁자에게 황진이를 떠나보낸 뒤 본래 대갓집 자제로 돌아간 이생의 사랑법은 자신과 다르다고 이시환은 말했다.
"실제로라면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요. 황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모를까, 실제 나였다면 위험이 있으니 만류를 했겠죠. 아니면 차라리 황진이를 구한 뒤에도 끝까지 지켜내거나. 묵묵히 지켜보는 건 답답해서 못할 것 같아요."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에 다니다 연기를 해야겠다는 확신에 새로운 길을 찾은 지 어언 3년이 훌쩍 넘었다. CF 등에서 활동해왔지만 드라마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시환은 "무엇보다 나는 진득한 사람"이라며 "신인들이 3년쯤 기다리는 건 숱한 일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힌들지는 않았다"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잘해서라기 보다는 워낙 맡은 배역이 멋지고 드라마가 훌륭해 눈에 띄었을 뿐이라는 이시환은 그렇기에 다음 작품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가 좋아하는 배우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편안하게 넘나드는 미국 배우 로빈 윌리엄스. 이시환은 "나이가 들고 연륜이 생기는 따뜻한 옆집아저씨같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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