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7, 8일 이틀 동안 시청자들을 감동케 했던 MBC 4부작 특집 드라마 '쑥부쟁이'의 권이상 PD(58).
지난 78년 MBC에 입사, 올 9월이면 정년 퇴직을 맞는 30년 연출 경력의 권 PD는 MBC 드라마국 내에서도 따뜻한 감성을 지닌 PD로 유명하다.
권 PD는 22년 동안 지속되다 지난 2002년 12월 막을 내린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를 마지막까지 연출한 것은 물론, 지난 2004년에는 인기 정상의 여자 연예인과 방송국 PD와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장편 소설 '어린왕자를 찾아서 나는 사막으로 간다'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듯 남다른 감성의 소유자로 이름난 권 PD는 12일 오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쑥부쟁이'를 선보인 배경 및 드라마 연출사로서의 향후 바람을 솔직담백하게 전했다.
"원래는 지난해 12월 MBC 창사 기념일에 맞춰, '전원일기'를 특집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 시청자들께 보여 드리려 했죠. '전원일기'가 막을 내린 지 5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이죠. 그 때 MBC에 '전원일기'를 오랫동안 집필했던 김정수 작가를 '특집 전원일기'에도 꼭 써야하고 '전원일기'에 출연했던 모든 연기자들도 다 모아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어요.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출연자들을 다 모으지 못했고 그래서 김정수 작가와 상의 끝에 꼭 '전원일기'는 아니지만, '전원일기'처럼 가족의 정이 살아 있는 특집 드라마를 만들어 보기로 했죠. 이렇게 탄생된 게 바로 '쑥부쟁이'죠."
평생을 농부로 지낸 아버지(권성덕 분)가 위암이 재발된 사실을 알고 서울에 살고 있는 자식들을 불러모으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 '쑥부쟁이'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에도 아랑곳없이 고향의 땅값이 오르는 것에만 관심을 보인 자식들의 모습, 그리고 남편이 떠난 뒤 노모(김용림 분)와 자식들 간의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 등 동시에 그려냈다.
'쑥부쟁이'는 방송 직후부터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오랜만에 제대로 된 드라마를 봤다"는 호평을 받았고, MBC 드라마넷은 12일부터 14일까지 매일 오전 8시 '쑥부쟁이'를 긴급 편성, 이 작품을 다시 한번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게 했다.
권 PD는 고두심, 이계인, 박순천, 임현식, 김영란, 전인택 등 '전원일기'의 주요 출연자들도 함께 했던 '쑥부쟁이'를 통해 오늘날의 부모와 자식 간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오늘을 사는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드러내 보고자 했던 게 '쑥부쟁이'가 탄생된 배경이죠. 과거 '전원일기-텅 빈 우렁이 속' 편에도 다뤘듯 부모의 사랑은 자신들이 죽을 것을 뻔히 것을 알면서도 본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자식들에 다 퍼주는 우렁이의 사랑과 같은 것이죠. 쑥부쟁이를 통해서도 이런 점을 보여주고 싶었죠."
올 9월이면 정년퇴직을 하는 권 PD는 이번 인터뷰에서 '전원일기'에 대한 남다른 애착도 드러냈다.
"개인적일 수 있지만 '전원일기'처럼 좋은 드라마는 없다고 생각해요. 보는 이들에 따뜻한 심성을 갖게 하고, 가족 간의 정도 다시금 느끼게 해 주는 드라마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전원일기'가 막을 내렸을 때 너무 안타까웠던 것도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죠. 물론 요즘의 방송 환경을 감안할 때 전원 가족 드라마가 예전처럼 시청자들을 고정적으로 다시 찾아가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지만, 따뜻하고 좋은 드라마인 '전원일기'와 같은 드라마들의 맹맥이 끊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독한 드라마' 및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이 대세인 요즘, 30년 연출 경력의 권 PD의 작은 외침이 '공허'하게만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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