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전 '호랑이선생님', 주인공들은 지금 어디에①

발행: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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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무서워도 나이~는 같아요. 언제~나 우리들은 선생님이 좋아~요..화를 내면 사나운 호랑이 같지만~ 정의에 앞장서는 용감한 호랑이~ 우리들의 선생님 호랑이 선생님 이 세상에 제일 멋진 호랑이 선생님~ 비바람이 몰아치고 번개가 쳐도~ 선생님만 계시면 무섭지 않아요~ 랄라라랄라라라~호랑이 선생님~"


요즘 30~40대, 아니면 50대에서도 이 노래 흥얼거릴 분들 많을 게다. 요즘 말로 중독성이 매우 심했던 이 노래, 다름아닌 '호랑이 선생님' 주제가다. 김도향 작곡, 호순이들 노래. 그때 이 드라마를 봤던 꼬맹이 시청자들은 "얼굴~이 무서워도"를 흥얼거리며 숙제를 했고 등하교를 했다. 동시에 오버랩된 풍채좋은 호랑이 선생님, 그리고 그 수많은 또래의 꼬마 주인공들. '호랑이 선생님'은 이렇게 어느새 아스라한 추억이 됐다.


'호랑이 선생님' 기본학습


'호랑이 선생님'은 1981년 3월16일 오후 6시 첫방송해 87년 10월30일 최종회를 내보낸 MBC의 대표적인 어린이 일일드라마다. 81년 1기를 시작으로 87년 3기까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구체적으로 말하면 5학년5반 주인공들의 성장기를 알콩달콩 그렸다. 장황하게 요약하자면 국내 최초의 20분물 교육현장 시츄에이션 일일 드라마. 중학생이 돼서도 이 드라마를 보면 '부끄러운' 일이기도 했으나, 고등학생이 돼서도 이 드라마 본 시청자, 진짜 많았다.


연출은 현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인 김승수 전 MBC 드라마국장이 맡았고, 극본은 이금림씨가 주로 맡았다. 김승수 PD는 앞서 '수사반장'을 연출했고, 이때 인연으로 '형사' 조경환이 '호랑이 선생님'에 허봉수 교사로 나오게 됐다. 출연진은 조경환을 비롯해 천동석 신민경 김지훈 황치훈 강문희 정혜욱 이재학 우종윤 정은영 이연수 주희 엄효정 김진만 이종희 윤유선 등. 한마디로 수많은 아역스타를 배출해낸 80년대 대표 어린이 드라마 되겠다.


'호랑이 선생님' 심화학습..어떤 이야기가 펼쳐졌나?


'호랑이 선생님'이 방송된 80년대 초중반, 당시 초등학생들에겐 없었던 게 무지 많았다. PC라는 게 세상에 있는지도 몰랐을 때였으니, 지금의 닌텐도나 핸드폰, 인터넷, 영어 사교육은 꿈도 못꿨던 '순진한' 시절이었다.


드라마는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애들 만남의 장소는 주로 철봉이 있던 운동장 시원한 모래그늘 밑이나 빵집이 고작이었고, 부모님과 대화가 응접실에서 살뜰하게 피어나던 그런. 그렇게 애들은 '5학년 5반'을 배경으로 싸우면서 이해하면서 부쩍부쩍 커갔다. 연출자 김승수 PD의 회고다.


"실제 이런 학교가 없어요..이랬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집어넣은 거죠. 선생님은? 주제가에 다 있어요. 정의에 앞장서고, 정에 약하고. 장가 못하고 일 중독자인 선생님. 생긴 건 우락부락하지만 애들한테는 눈물도 많고 그러면서 온갖 궂은 일은 다하는 그런 선생님의 이야기였죠."


드라마 촬영은 종암초, 마포 용강초에서 번갈아가며 이뤄졌고, 세트는 MBC 스튜디오에 마련됐다. 촬영은 주로 주말에 몰아서 했는데, 야외는 토요일, 실내는 일요일에 진행됐다. 당시만 해도 동시녹음이 아니라 촬영이 끝나면 곧바로 애들과 선생님이 모여 후시 녹음을 해야 했다.


"5학년5반에는 가장 못사는 애부터 잘 사는 집 아이까지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을 다 집어넣었요. 이런 애들이 부딪혀야 싸움이 일어나고 드라마가 되거든요. 이 드라마를 통해 학생과 부모와 선생님, 이 3각의 변혁이 이뤄지길 바랐습니다. 이 드라마의 화두는 한마디로 '계몽성'이었죠. 그것도 어린이 시간대 무풍지대에 무엇이든 말하려 노력했죠."


실제로 지금 공식적으로 유일하게 동영상이 남아있는 제260화 '꽃과 나비' 편을 보면 아이들은 "누가 누구와 사귄다"며 놀리고 부딪히고, 선생님은 이런 아이들을 야단치고 타이르며, 부모님은 이해하고 북돋워준다. 다름아닌 주인공 혜정(강문희)의 초경 이야기. 당시로선 다루기 껄끄러웠던 소재임에 틀림없다.


'호랑이 선생님' 응용학습..꼬맹이 주역들은 지금 어디에


아무래도 '호랑이 선생님'을 지금까지 물들이는 건 이런 줄거리가 아니라 그 꼬마 주인공들일 게다.


얼굴 생김이 무척 예뻐서 '호랑이 선생님'을 이 친구 때문에 본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강문희, 강문희와 함께 드라마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던 신민경, 항상 야구 유니폼을 입고 나왔던 황치훈, 요목조목 얼굴이 예뻤던 이연수, 키 작고 통통한 최용팔, 체격 좋은 반장 천동석..물론 얄미울 정도로 똑소리 났던 주희에 '허봉수 선생님' 조경환, 극중 주희 아버지로 나왔던 김용건도 빼놓을 수 없다.


김승수 PD와 조경환은 지금도 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난다. 조경환은 잘 아시다시피 현재 MBC 월화사극 '이산'에서 최석주 대감으로 출연중이며, 김용건은 KBS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장미희 남편으로 열연 중이다. 이들로부터 아역들의 근황을 들어봤다.


우선 신민경은 한국에 들어온 모 스웨덴 회사에서 이사로 일하고 있으며, 이연수는 영화 '플라이 대디'에서 이문식의 아내로 출연하는 등 배우로 활약중. 실제로 기자가 김승수 PD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는 도중 마침 이연수가 김 PD에게 전화를 해 "새 영화를 찍고 있다"며 살갑게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주희는 90년대 초 '사랑이 꽃피는 나무'를 끝으로 방송을 떠났고, MBC 어린이합창단 출신이었던 강문희는 방송 리포터로 한때 활약했다. 김소연은 현재 방송 드라마 작가로 활동중이다. 이정용은 뮤지컬 주인공으로 활약하다 최근 SBS '행복합니다'에 이종원의 몸 좋은 비서로 나오고 있다. 최근 결혼 6년만에 아빠가 된 배우 김진만도 '호랑이 선생님' 출신이다.


하지만 안좋은 소식도 있다. '호랑이 선생님' 출연 당시 묘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황치훈은 '호랑이 선생님' 이후 '임진왜란' '고교생 일기' 등의 주연으로 맹활약하다,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근무중 뇌졸중으로 쓰러져 아직도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아내는 최근 스타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재활치료를 본격적으로 받기 위해 병원을 옮겼다. 현재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며 "몸상태가 좋을 때에는 눈동자로 의사를 드러낼 정도다. 눈에 띄는 회복은 아니지만 기적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호랑이 선생님' 완전정복..황치훈이 야구복 입고 등장한 까닭


'호랑이 선생님'을 가만히 추억해보면 눈에 띄는 장면이 몇 있다. 대표적인 게 주인공 황치훈이 늘 야구복을 입고 등장했다는 것. 이에 대해 김승수 PD는 "당시는 전두환 정권의 주도로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얼마 안됐을 때였다. 더욱이 MBC는 청룡이라는 프로야구단을 갖고 있었다. 이래서 황치훈이 파란색 야구 유니폼을 입고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아역들을 비롯해 출연진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이어지는 김 PD의 회고. "아역들은 기존 어린이 프로에서 스카우트해왔다. 또 몇 명은 MBC 어린이 합창단에서, 또 몇 명은 연기학원에 편지를 보내 추천해달라고 했다. 이후 오디션을 거쳐 30명 정도 뽑았다. 그리고 이들이 골고루 대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다 너무 연기를 못하면 빼곤 했다. 반장이었던 천동석은 지금 생각해도 연기 천재였다. 이밖에 황치훈 김지훈 정해욱 강문희 이연수 이재학도 연기를 진짜 잘했다."


이때도 아역 배우를 둔 부모들의 극성이 심했을까. 물론 그랬다. 김 PD는 "그러나 이들 학부모들에게 강력히 말했다. 절대 스튜디오나 연습실에 아이들 데려오지 말라고. 아이 혼자서 나오게 했다. 왜? 잘 살고 못사는 집안끼리 위화감을 애들에게 전해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학교 수업 빠지지 말고 공부에 충실하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호랑이 선생님' 주제가를 부른 호순이들의 정체는? "그야 우리 드라마 애들이었다. 어린이 합창단 출신도 있어 노래를 꽤 잘 불렀다. 처음엔 작곡가 김도향씨가 노래까지 직접 불렀는데 얼마 안가 드라마 주인공들이 주제가를 불렀다. 나는 지금도 '얼굴~이 무서워도'를 흥얼거리곤 한다." 요즘 같은 때 다시 한번 어린이 드라마에 도전하고 싶다는 김승수 PD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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