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드라마 '婚테크'.. 행복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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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 기자
왼쪽부터 박솔미, 윤소이, 한지혜.
왼쪽부터 박솔미, 윤소이, 한지혜.

경기 불황 탓일까? 드라마 속에 이른바 '혼테크'가 넘쳐난다. 결혼과 함께 신분 상승을 노리는 주인공들이 연이어 등장해 눈길을 끈다. 과거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들이 오직 사랑 하나만으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골인했다면, 요즘 '혼테크'의 달인들은 신분 상승의 욕구를 숨기지 않는 게 특징이다.


MBC 주말특별기획 '내 여자'(극본 이희우 최성실·연출 이관희)의 여주인공 세라(박솔미 분)는 가장 분명하게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 인물 가운데 하나다. 야심만만한 재벌 2세 태성(박정철 분)의 비서였던 그는 오랜 연인 현민(고주원 분)을 버리고 결혼,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다.


SBS '유리의 성'(극본 최현경·연출 조남국)의 여주인공은 재벌가와 결혼에 골인하는 아나운서 민주(윤소이 분)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콤플렉스처럼 안고 살아가던 그는 티격태격하던 재벌가 후계자 준성(이진욱 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결혼에 이른다. 민주는 결혼 후 휴직계를 내고 착실하게 재벌가 며느리 수업을 받게 된다.


여러 드라마 가운데서도 '혼테크'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MBC 창사 47주년 특별드라마 '에덴의 동쪽'(극본 나연숙·연출 김진만 최병길)이다. 성공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인간 군상이 결혼으로 엮이면서 더욱 복잡한 인물 관계도가 그려지고 있다.


극중 동욱(연정훈 분)의 첫사랑이었던 지현(한지혜 분)은 자신을 쫓아다니던 재력가 명훈(박해진 분)과 원치않던 결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 이후엔 흔들리는 마음을 숨기고 철저한 시댁의 사람으로 행동한다. 카지노 대부의 딸 영란(이연희 분) 역시 동철(송승헌 분)에 대한 사랑을 뒤로 한 채 국제적인 사업가의 아들 마이크(데니스 오)와 약혼식을 올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작진이 밝힌 바에 따르면 언론 재벌가의 딸인 혜린(이다해 분)은 든든한 배경을 지닌 언니의 연인과 결혼할 예정. 극중 최고의 악인인 신태환조차도 고아원 출신이나 사업가 집안과의 결혼 이후 사업가로 성공하고, 로비스트 제니스(정혜영)나 탄광촌 간호사 출신 미애(신은정 분) 역시 결혼이 성공의 발판이 됐다.


그러나 결혼 이후 성공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의 후일담을 들을 수 없는 것이 요즘 드라마 속 혼테크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내 여자'의 세라는 집안의 냉대 속에 차가운 남편과 살아가며 옛 연인을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고, '유리의 성'의 민주는 모멸감 속에 스스로가 초라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모든 등장인물이 비극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에덴의 동쪽' 역시 마찬가지다.


'재벌가와의 결혼 스토리에 신물 난다'는 시청자들도 많지만, 이들 드라마들은 재벌가와의 결혼은 곧 신분 상승이고, 인생의 행복과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해묵은 공식과 거리를 둔다. 겉으로 보이는 지위보다 내면의 행복이나 만족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근래의 경향과도 맥을 같이 한다.


특히 '신데렐라는 성 안에서 과연 행복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유리의 성'은 '혼테크' 이후의 삶의 만족과 행복을 정 조준할 계획이다. 책임프로듀서를 지낸 김영섭 SBS 드라마 기획팀장은 "풍족하게 사는 현대인의 행복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며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한편, 현실과 유리된 환상에 빠지는 데 대해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리의 성'의 제목은 원래 '우아한 가족'이었다. 아나운서가 시집간 재벌가가 정말 우아한 가족인지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었다"며 "신데렐라 스토리의 식상함을 떠나 현실적인 이야기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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