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강하게, 더 색(色)하게‥. 안방극장 사극이 달라지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극(史劇)은 잊히고 있는 역사 속 영웅이나 영웅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민초들의 영웅을 안방극장에 되살린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사극'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고리타분함에 젊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일부 사극들이 젊은 층을 겨냥, 가볍게 접근했다 오히려 기존 사극 애청자들까지 이탈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사극들이 변화하고 있다. 좀 더 강하고 좀 더 다채롭게 탄탄히 변화함으로써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현재 시청자를 찾고 있는 TV사극은 SBS 월화극 '무사 백동수', MBC 월화극 '계백', KBS 2TV 수목극 '공주의 남자', KBS 1TV 대하사극 '광개토태왕'등 총 4편. 이들 사극들은 각자만의 개성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무사 백동수'..'사극침체' SBS, 회심의 한방
최근 몇 년간 SBS는 사극에서 참패를 거듭했다. 2009년 '자명고', 2010년 '제중원'등 야심차게 준비한 사극들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기획은 참신했지만 근래 SBS 사극의 경우 "이야기가 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흥미로운 소재지만 시청자들을 꾸준히 TV 앞으로 이끌만한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 지적의 핵심이다.
하지만 2011년 SBS 사극은 확 달라졌다. 현재 시청자들을 찾고 있는 '무사 백동수'는 조선의 검객 이야기라는 참신한 소재에 탄탄한 스토리로 20% 가까운 시청률로 월화 안방극장 시청률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최민수, 전광렬 등 탄탄한 배우들의 지원 사격에 유승호, 윤소이 등 젊은 연기자들의 안정된 연기력이 '무사 백동수'의 흥행을 약속하고 있다.
◆'공주의 남자'..수양대군 딸과 김종서 아들의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
'공주의 남자'는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르려는 수양대군과 이에 반하다 죽임을 당하는 김종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서에는 '계유정난'으로 등장하는 이 '역사적 사실'에 제작진은 로맨스를 더했다.
수양대군이나 김종서의 이야기는 그간 사극에서 많이 다뤄졌던 내용.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또 다시 그려내는 것은 말 그대로 '재탕'에 불과,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주의 남자'는 수양대군의 딸 세령(문채원 분)과 김종서의 아들 승유(박시후 분)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설정을 통해 '원수 집안 아들과 딸의 사랑'이라는 흥미로운 얘기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여기에 조선 제일의 미색으로 묘사되는 경혜공주(홍수현 분)와 승유의 죽마고우지만 세령을 흠모하는 신면(송종호 분)의 '질투'를 더해 극적 흥미를 높였다.
◆'계백'..대규모 전투신·화려한 캐스팅 "글라디에이터!"
지난 25일 첫 방송한 '계백'은 대규모 스케일의 전투신과 화려한 캐스팅,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첫 회 등장한 황산벌 전투는 속도감 넘치는 구성에 각종 CG로 눈길을 모았다. 또 불화살과 역공 등 계백의 전법은 영화 '글라디에이터'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았다.
화려한 캐스팅도 인상적이다. 계백 역 이서진을 비롯해 무진 차인표, 무왕 최종환, 사택비 오연수, 윤충 정성모, 귀운 안길강 등 무게감 있는 연기자들이 극을 이끌고 있다. '선덕여왕'의 미실을 연상케 하는 오연수의 카리스마 연기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광개토태왕'..'300' 못지않은 현란한 액션으로 눈길
'KBS 대하사극'에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했다. 거대한 스케일과 충실한 역사 고증으로 'TV 속 역사 교과서'라는 평과, 이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드라마적 재미를 없다는 평이 교차했다. 전자가 중장년 시청자들의 평이라면 후자는 자극적인 것에 민감한 젊은 시청자들의 평가다.
하지만 'KBS 대하사극'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근초고왕'을 시작으로 '광개토태왕'등 역사 속 영웅 시리즈를 연속해 선보일 예정인 KBS는 세대를 아우르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변화를 시도 중이다.
방송 중인 '광개토태왕'은 확실히 이전 KBS 대하사극과는 달라졌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다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여기에 '힘'이 더해졌다.
요즘 '광개토태왕'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현란한 액션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300' 못지않다는 것. "분명 KBS 사극인데 마치 '300'을 보는 것처럼 액션이 화려하다"는 평이다.
주인공 담덕 역 이태곤은 첫 회부터 각종 검술에 수중탈출신등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강한 액션장면을 찍다 발목인대부상을 입기도 했다.
한 방송국 드라마 고위 관계자는 "사극이 단순히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던 시대는 분명 지났다"며 "충실한 고증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참신한 소재, 역동적인 화면 전개,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 등이 더해져야 '드라마 홍수'속에 그나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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