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악녀로 돌아왔다. 전작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를 연기했을 때처럼은 아니지만 배우 김서형(40)에게서 모가비가 가진 차갑고 냉정한 모습의 여운은 남아있었다. 최근 겪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다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음에도 그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아직도 몸이 좋지는 않고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몸이 아파서 물리치료 받으면서 회복하고 있어요. 특히 사고 전에 찍었던 신이 우희(홍수현 분)를 교통사고를 나게 하려는 장면이어서 내가 죄를 지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액땜한 거라 생각하고 주변에서도 많이 걱정해 주셨어요."
악녀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은 김서형은 드라마 속 '모가비'가 전작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악녀가 아닌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역할이라고 말한다.
"모가비를 연기하면서 분명 신애리와는 다른 캐릭터였지만 두 역할이 가진 악녀 이미지로서의 연관성이 항상 떠올랐었고 어떻게 차별화시킬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김서형은 신애리 역할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신애리 역할을 맡았을 땐 소리를 지르느라 외모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고 연기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너무 소리를 질러서 뇌가 아플 정도로 에너지를 쏟으니까 살이 안 빠질 수가 없었죠."
또한 악녀를 연기하면서 많은 고충이 따르지만 연기자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김서형은 스스로를 다독였다.
"감독님께서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본 후 제게 '너 나중에 사극 제의 들어오겠다'고 하셔서 나중에 제 모습을 봤더니 제가 심하게 호통을 치고 있더라구요. 나중에 사극에서 제의가 들어오면 인현왕후보다는 장희빈 같은 이미지의 캐릭터로 들어오지 않을까요? (웃음)."
김서형은 자신이 스스로 단아한 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또한 그러한 자신의 내면조차 연기를 하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다보면 제가 맡은 그 사람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제 성격은 모가비처럼 팔색조의 모습을 가지지 않아요. 일편단심이지. (웃음)"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이하 '초한지')를 찍으면서 김서형은 모가비가 진시황(이덕화 분)을 쓰러트렸을 때를 가장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찍으면서 혼돈스럽기도 했고 기분이 많이 이상했어요. 그리고 정말 진시황이 죽는 건가에 대해서도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셨어요. 그 전의 거짓 실명 설정 때도 그렇고 혹시 모를 또 다른 반전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내심 기대를 했던 것 같아요."
김서형은 연기자의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털어놨다. 특히 신애리 역을 통해 대중들에게 비춰진 악역 이미지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게 연기자가 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맡았던 역할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역할이었고 이번 모가비 역은 제 나이에 맞지 않는 역할이어서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배우이기 때문에 그러한 고충이 희석이 됐고 저를 섭외한 제작진 측에서 왜 이 대본을 나에게 줬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것에 대해 연기자로서의 다짐을 하며 열심히 노력했어요."
김서형은 극 중 로맨스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찍으면서 왜 나한테는 로맨스가 없었을까하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죠. 개인적으로는 항우(정겨운 분)와 범증(이기영 분)과의 삼각구도가 그려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물론 항우를 유혹하기도 했고 포옹신도 있었긴 했는데 나중에 겨운 씨가 자기도 항상 극 중 상대가 연상이어서 연하랑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구요.(웃음)"
이어 김서형은 "특히 이기영 선배님 같은 경우는 '자이언트' 끝나고 난 후에 인연이 돼서 지인들과 함께 자전거도 타기도 하는 사이인데 극 중이 아닌 자리에서 순간적으로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봤더니 굉장히 어색해 하셨다"며 "나중에 개인적으로 만나기 쉽지 않겠다고 말하셨다"고 말했다.
김서형은 또한 올해 목표를 "열애설 기사를 터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형은 딱히 없는데 그냥 친구처럼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나이가 적지 않아서 상대가 나이 차이가 많지 않으면 연하도 상관은 없어요. 어차피 상대도 나이가 적진 않을 테니까요.(웃음)"
김서형은 이어 "자전거를 타게 되면서 이번 작품을 할 때 체력적으로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모든 역할을 하면서 처음에는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한 생각일 뿐이고 나는 배우이기 때문에 부딪쳐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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