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의 일치라고 봐도 될까.
드라마의 첫 방송은 극 전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첫 방송에서의 밑그림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종영한, 그리고 시작한 드라마들의 첫 방송을 보면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 바로 첫 방송에 등장했던 인물 중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
지난 28일 첫 선을 보인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극본 박경수·연출 조남국, 이하 '추적자')에서는 인기가수 PK준(이용우 분)과 밀회를 즐긴 후 함께 돌아오던 지수(김성령 분)가 홍석(손현주 분)의 딸 수정(이혜인 분)을 차로 들이받은 후 도주했다.
이후 응급 치료를 받고 안정을 되찾는 듯 했지만 홍석의 친구이자 수정의 주치의인 창민(최준용 분)이 돈을 미끼로 수정을 죽일 것을 사주 받고 약물을 투여하면서 수정은 목숨을 잃게 됐다.
한편 '추적자' 방송 초반에서는 PK준이 홍석과 법정 안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홍석이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두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 24일 종영했던 '옥탑방 왕세자'(극본 이희명·연출 신윤섭) 첫 회에서도 '죽음'이라는 소재가 사용된다.
극 중 이각(박유천 분)은 연못에 빠진 세자빈(정유미 분)의 모습을 발견했고 이후 이각은 세자빈이 살해당한 것이라 확신하고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심복 3인방을 영입해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각과 심복3인방은 300여 년 뒤인 현대로 날아가 세자빈 시해사건을 조사하게 됐고 결국 마지막 회에서 연못에 빠져 죽은 사람은 세자빈이 아닌, 이각을 사모했던 부용(한지민 분)임이 공개됐다.
'정통 멜로극'으로 방송 중반 동시간대 최고의 시청률을 구가한 KBS 2TV '적도의 남자'에서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바로 경필(이대연 분)의 사망이었다.
극 중 노식(김영철 분)의 왼팔이자 고향후배였던 경필은 노식을 찾아가 죽은 약혼녀의 아이가 살아있음을 알리러 온 경필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우발적 살인을 저질렀다.
이후 목 매달린 채 주검이 된 모습을 본 선우(이현우 분)는 이에 오열하며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나섰고, 선우는 지난 24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 노식을 찾아가 화해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첫 방송에서의 죽음'은 이로 끝나지 않는다.
첫 회부터 출생의 비밀이 공개되는 등 강렬한 스토리로 시작을 알렸던 MBC '신들의 만찬'(극본 조은정·연출 이동윤)에서는 운명이 바뀐 두 여주인공 인주와 연우의 사연이 공개됐다.
첫 방송에서 연우의 친엄마(이일화 분)는 연우와 함께 크루즈 여행을 떠나며 유서를 남긴 채 바다로 뛰어들었고, 영범(정동환 분)으로부터 이혼을 통보받은 도희(전인화 분)는 역시 사고로 인주를 잃은 후 정신적 충격을 받고 인주의 목걸이를 하고 있는 연우를 보고 인주로 착각하게 된다.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가 첫 방송부터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는 첫 방송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있을 시청자들에게 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함으로써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주목을 이끌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극 중 주요 인물들의 사망은 적절하면서도 강렬한 '소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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