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문비서 역할에서 빠져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너무 빨리 끝나서 그런가 봐요."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 김진희 연출 조수원)에서 아르테미스코리아 차승조(박시후 분) 회장을 따라다니며 특유의 어리바리함을 선보였던 배우 최성준(30)은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특유의 밝은 미소와 함께 이렇게 답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내조의 여왕' 등에서 그려진 남자 주인공의 비서를 맡은 이들의 모습은 조력자로서의 모습과 함께 코믹함이 묻어났다. 문비서도 그러한 캐릭터였기에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전하며 '청담동 앨리스'의 조연으로 빛날 수 있었다. 지난 28일 오전 최성준을 만났다.
◆ "박시후, 말 없는 남자..극중 몰입돼 더 귀여웠다"
극중 문비서는 차승조 회장의 모든 일들을 수행하고 처리하는 비서. 회사 일에 대한 것 외에도 문비서는 여주인공 한세경(문근영 분)과의 일들에 대한 정보도 함께 주고받으며 이들의 로맨스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성준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처음 '청담동 앨리스'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처음 내 역할은 40대 비서의 모습이었다"고 캐스팅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땐 전형적인 비서가 가진 다소 무거운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실제 촬영에 들어갔을 때에는 좀 더 코믹한 모습으로 표현하라는 감독님의 지시를 받고 처음에는 잘 안 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초등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로 연기하라고 지시하셨거든요. 정말 초등학생들이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최성준은 "실제로는 그렇게 웃긴 캐릭터는 아니다"라며 "처음에 문비서의 코믹한 연기를 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는데 다양한 상황에 처하고, 승조와 세경과 더 자주 부딪치면서 몰입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제 좀 몰입이 되려는 것 같다 싶었는데 16부 만에 금방 끝나버렸죠. 너무 아쉬워요. 촬영 다 끝나고 아직 그 캐릭터가 몸에 배서 일상생활 속에서도 더 활달한 모습이나 나서는 행동들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한 행동들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또한 "박시후와 이미 친분이 있다"고 말한 최성준은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며 느꼈던 박시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박)시후 형도 원래 말 정말 많지 않은 편이에요. 지금도 형 많이 몰입이 되신 것 같아서 더 귀여워지신 것 같기도 하고요. 실제 차승조의 모습하고는 정말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갑자기 사투리를 쓰면서 버럭 화를 내시니깐 정말 깜짝 놀랐어요. 본인도 연기하고 나서 머쓱하셨는지 씨익 웃으시더라고요."
최성준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자주 보게 되서 시후 형의 인간적인 매력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며 "후배로서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 호흡도 함께 맞추면서도 더 좋은 장면들을 그려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세경의 사랑방식,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일 뿐..가장 공감했다"
'청담동 앨리스'는 사회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대학 졸업 후 취업문제, 가계 담보대출 등 현대 사회에서 가질 수 있을 법한 실질적인 문제들을 드라마 속에 녹아냈다. 또한 청담동에 대한 사람들이 가진 시각을 언급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세경이 처한 입장은 '청담동 앨리스'가 던졌던 화두이기도 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세경이 부딪치는 현실을 보며 많이 공감했어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실제 드라마에서 많이 반영이 됐다는 점에서도 정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요. 세경이 '어떻게 사랑을 사람만 보고 하느냐'고 묻는 장면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세경의 현실적 상황에서의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최성준은 극중 세경의 승조에 대한 사랑을 전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도 함께 전했다.
"얼마 전에 시청자 한 분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내용이 '세경이 나쁜 선택을 하게 되서 가슴이 아팠다'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 세경이 나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세경의 입장에서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이 있었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행동했다고 생각했거든요. 행동을 하고 하지 않고의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이와 함께 최성준은 세경의 남자친구였던 인찬(남궁민 분)의 극중 설정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가난 때문에 더 이상 자신의 여자친구와 힘들게 만나다 결국 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슬펐다. 실제로도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 "엄친아? 아직 평범한 연기자..좋은 작품 만나고파"
최성준의 이력은 다소 독특했다.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출신에 4개 국어를 한다는 이력 등이 공개되면서 한때 '엄친아'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성준은 "엄친아는 아닌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평범한 학생으로 지냈었고 연기자로서의 꿈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어요. 미래에 대해서도 작전 짜는 걸 좋아해서 마케팅 분야로 빠져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우연히 CF에 출연하고, 배우로서, 모델로서 제의를 받은 이후부터는 (연예계 진출에 대한) 색다른 느낌을 받기 시작했죠."
최성준은 "우연히 하게 되서 선택한 일이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이 됐고 배우 활동을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좋은 배우가 되는 데 있어서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나고 싶은 게 현재 내게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의미한 질문이었다. 그저 배우로서 활동하고, 많은 작품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그의 삶이었고 앞으로의 목표이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배우 활동 자체가 재미있어요. 더 많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전에 제가 맡았던 캐릭터들이 좀 강했었던 것 같은데 앞으로는 코믹한 드라마도 좋고 여러 작품을 만나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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