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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송재정 작가 "마지막 향의 못된 짓, 드라마 주제"(인터뷰)

발행:
김관명 기자
'나인' 폐인들을 대신해 작가에 물은 24가지
'나인' 송재정 작가 /사진=구혜정 기자
'나인' 송재정 작가 /사진=구혜정 기자

tvN 20부작 월화드라마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이 2회밖에 안 남았다. 14일이면 끝난다. 시즌2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난 3월11일 첫 방송 이후 '나인'을 보면서 궁금했다. 도대체 이 '나인' 작가는 어떤 작가야? 과연 어떻게 끝날까? 최근 서울 여의도 집필실에서 송재정 작가(40)를 만나 두서없이 24가지를 물었다. 19, 20화 스포일러를 빼고 답변을 정리해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는 유쾌하게 진행됐다.


#1. '나인' 시청자들은 다 아는 것이지만, 부연하면 '나인'은 과거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으로서 향에 얽힌 이야기다. 주인공인 방송사 앵커 박선우(이진욱)가 히말라야 산에서 죽은 형 정우(전노민)와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향 9개를 피면서 얽히고설켜 18화까지 왔다. 이 와중에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산 사람 죽은 경우가 부지기수. 심지어 박선우의 애인 주민영(조윤희)은 조카 박민영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 향으로 또 과거에 간 선우가 과거에 갇힌 채 끝난 게 18화까지 스토리다. 그리고 송재정 작가는 이미 20화까지 대본을 끝낸 상태다.


#2. 평소 드라마나 시트콤을 즐겨 본 시청자라면 다 아는 것이지만, 또 부연하면 송재정 작가는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귀엽거나 미치거나' '거침없이 하이킥' '크크섬의 비밀' 같은 극강의 시트콤들을 집필한 데 이어 2010년 로맨스 코미디물 '커피하우스', 지난해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까지 만들어낸 화려한 필력의 작가다.


-'나인' 폐인들이 그런다. 당신은 천재라고.


▶그런 얘기를 듣고 엄마 아빠가 좋아하신다. 효도한 것 같다(웃음).


-시즌2를 봤으면 좋겠다.


▶나올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타임머신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음...실망이다. 그건 그렇고 솔직히 19, 20화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선우엄마(김희령)의 반전이 있나?


▶없다. 이미 과거에 정신적 문제가 있으니 반전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음..개인적으로 내심 선우 엄마가 무슨 결정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러면 18화에서 이진욱은 죽었나? 사고현장(이 드라마의 악인 캐릭터인 최진철(정동환)이 과거에 갇힌 박선우(이진욱)를 승용차로 들이받은 사건) 인근에서 장기인가 바둑을 두던 할아버지들이 무슨 역할을 하나?


▶하하. 19, 20화 스토리는 절대 안 물어본다고 하면서 다 물어본다(웃음). 안 죽었다. 할아버지들은 그 날 천둥이 많이 쳐서 사고 순간을 주의 깊게 못봤다는 설정으로 등장한 것이다.


-음..이제 정말로 앞으로 더 이상 19, 20화 얘기는 안 물어보겠다. 자막 중에 1993년으로 써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1994년으로 나온 적이 있다. 오타인가, 무슨 의도인가.


▶하하, 오타다. 주민등록증도 오류다. 박선우는 75년생이 맞다.


-좋다. 94년은 오타인 걸로. 그건 그렇고 타임머신으로서 왜 하필 향을 설정했나?


▶판타지물이 자칫하면 허공에 붕 뜰 수가 있다. 현실에 밀착시켜보려고 제사 때 많이 쓰는 향을 고른 것이다. (전작인) '인현왕후의 남자' 때는 그것이 부적이었던 것이고.


-18화에선 왜 마지막 향이 못된 짓을 했나? (1~8개 향은 정확히 30분 후에 시간여행을 마치고 현재로 귀환시켰지만 이 아홉번째 마지막 향만은 선우(이진욱)를 현재로 소환시키지 못했다) 혹시 끄트머리 조금이 타다 남은 것 아닌가?


▶하하. 아니다. 다 탔다. 마지막 향의 못된 짓. 이게 이 드라마의 주제일 수 있다. 어쨌든 남은 19, 20회는 물론 앞으로도 타임슬립은 그만 할 것이다.


-'나인' 이 드라마가 신기하고 복잡했던 게 주인공들의 과거에 대한 생각이 계속 현재에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과거가 바뀌었다고 해서 덧칠되는 게 아니라 2개, 3개 버전의 과거가 내 머리속에 남아있다는 것. 이게 재미있었다.


▶내가 과학적인 이론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타임슬립 드라마들이 너무 단순해 보였다. 아버지를 구하고, 잃어버린 첫사랑을 찾고. '나인'은 내가 본 모든 타임슬립의 총합이다. 그리고 '나인'을 집필하면서 기억이라는 것에 꽂혔다. 기억이 지어졌다, 살아났다 하는 게 재미있었다. 기억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이랄까. '나인'은 이런 의미에서 '인셉션'이나 '메멘토'에 가깝다.


-향을 평소에 좋아하나?


▶하하, 아니다. 방향제 정도로 쓰는 경우는 가끔 있다. 드라마에서 향을 많이 태울수록 시청자들은 좋아하시더라.


-(그 향들을 구한 장소가) 왜 하필 네팔이고 히말라야인가?


▶히말라야 산들에 대한 경외심 같은 것이 있지 않나? 왠지 네팔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되는 그런.


-네팔에는 가본 적이 있나?


▶없다. 가보려고 한다.


-박선우가 형이 가지고 있던 향을 처음 태운 순간 이상한 곳에 누워있었다. 그곳이 어디인가.


▶선우가 묵은 호텔의 20년전 장소다. 폭설은 내렸고 당시 호텔은 없었던 그런 상황.


-혹시 그 낯선 곳에 처했던 일들이 19, 20화에 또 연결될 줄 알았다. 그건 그렇고 왜 선우의 직업이 기자인가.


▶기자는 팩트를 다루는 직업이다. 그런 사람이 (타임머신의 존재를) 믿을 정도면 동감이 되는. 앵커는 특히 다뤄본 적이 없지만 아버지가 방송기자 출신이다. 그래서 제가 아는 부분이 있었다. 앵커멘트는 아버지한테 감수를 받았다. 방송 후 욕은 안하시더라. 아버지가 팩트를 중요시하는 분인데, 드라마를 보고 납득이 가시는 모양이다.


-이진욱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다.


▶처음 주인공 선우의 나이대를 40대에서 찾았다. 어쨌든 이진욱의 연기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잘 생기지 않았나? 조윤희는 반대로 처음부터 1순위였다. '넝쿨당' 끝나고 '승승장구'에 이희준의 초대손님으로 나왔는데 그 때 얘기하는 모습이 털털한 기자 역할에 맞을 것 같았다.


-'나인'은 또한 '국민친구' 한영훈(이승준)과 '국민국장' 오철민(엄효섭)을 탄생시켰다.


▶선우는 외로운 사람이다. 가족사는 뒤틀려있고. 국민친구, 국민선배, 좋은 애인은 이런 선우가 반듯하게 살 수 있었던 이유를 준 것이다. 특히 한영훈 캐릭터는 시청자를 대변하는 역할이다. 선우가 무모한 짓을 많이 하는데 영훈은 항상 그런다. "쓰지마." "하지마." "향은 신의 저주야." 소시민의 생각을 대변한다.


-악역 최진철 역의 정동환 연기도 압권이다.


▶이 정도 악역은 아니었다. 그저 밋밋한 악역이었다. 하지만 정동환의 연기를 보고 '내가 악역을 너무 신경 안썼구나' 싶었다. 창의적안 악역이 탄생했다.


-아역들의 연기도 몰입도를 높였다.


▶어린 선우(박형식), 어린 영훈(이이경) 모두 오디션으로 뽑았다. 어린 선우는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말인가.


▶아, 또 물어본다(웃음). 20회까지 나온다. 어린 영훈보다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꾸 반전, 반전을 기대하는데 더 이상 큰 반전은 없다.


-전체적인 것들을 물어보자. 드라마가 정신없이 빠르고 반전도 수십 번 펼쳐졌다.


▶짧고 빠른 것에 익숙한 내 스타일 때문이다. '이 정도면 다른 데 눈 안돌리고 보고 싶겠구나' 할 정도는 된 것 같다. 난 빨리빨리 뒤집어지는 '과정의 미학'을 좇는다. 아마 시트콤 작가 생활을 오래 했던 탓이다. 또한 주제를 말로 하는 것도 안 좋아한다. '나인'에서도 하고 싶은 말은 영훈이 다 했다.


-왜 드라마 제목이 '나인'인가. 그리고 타임머신으로 갈 수 있는 시간이 왜 하필 20년인가.


▶사실은 향을 10개 쓰고 싶었는데 '텐'이라는 드라마가 미리 있었다. 또한 20년 이상 넘어가면 남자주인공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있을 것 같았다. 20년 미만이면 한 사람이 연기해야 할 것 같았고. 두 사람이 각자 매력있는 연기를 펼치려면 딱 20년이 필요했다.


-왜 1992년인가. 혹시 92학번(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이라서?


▶아무래도 90년대 중반까지가 기억이 많이 난다. 90년대 후반 가면 맛이 없을 것 같았다. 또한 '나인' 원래 방송계획이 2012년에 잡혀있었던 이유도 있었다.


-'보디가드' OST LP가 드라마에서 큰 역할을 했다. 왜 하필 '보디가드'인가.


▶1992년 12월을 상징한 게 '보디가드'였다. 영화가 엄청 인기 있었다. 더욱이 네팔에서도 1992년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라면 아무래도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엇이 필요했었다.


-아무래도 19, 20화가 남아있으니 묻기도 어렵다. 어쨌든 시트콤 에피소드 2000편이 머리속에 남아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자산인 것 같다.


▶드라마를 쓸 때 이런 에피소드들이 자동 발휘되는 것은 맞다. '나인'에서 아쉬운 건 여성 캐릭터 역할이 없었다는 것이다. 주민영은 능동적인 캐릭터라기보다는 선우가 가지고 싶었던 '행복'을 상징하는 인물에 가까웠다. 주민영을 복잡한 사건에 집어넣고 싶지 않았다. (주민영의 엄마) 이응경도 그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자. 어떻게 끝나나?


▶하하. 말해줄 수 없다. (몇몇 흥미로운 답변은 있었지만 스포일러 우려 때문에 생략!) '나인'을 처음 구상했을 때 번개처럼 엔딩이 나왔다. 처음부터 엔딩이 있었던 것이고, 이후에는 그 과정을 흐트려 놓은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엔딩이 맞다고 본다. '나인'에 빠져있던 분들은 조금 답답해하실 수도 있겠다. (이하 또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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