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옥정' 성동일이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최후를 맞았다.
지난 1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극본 최정미 연출 부성철, 이하 '장옥정') 22회에서 장현(성동일 분)은 그토록 원하던 국구의 자리에 올랐으나 결국 과거의 죄들이 칼날이 돼 그의 등에 꽂혔다.
성동일은 이날 방송에서 장현의 최후를 그려내며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장현의 죽음은 허망했지만 성동일의 연기는 빛을 발했으며, 종영을 앞둔 '장옥정'에 극적인 반전효과를 줬다.
장현의 야망은 '장옥정'의 줄거리를 이끌어 온 힘이었다. 천한 신분 탓에 민유중(이효정 분)으로부터 숱한 굴욕을 당하고 딸의 목숨마저 잃은 장현의 복수심이 '장옥정'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됐다. 그의 야망 때문에 옥정은 청나라로 떠나지 않고 입궐하게 됐으며, 장현의 음모와 계략에 힘입어 중전까지 올랐다.
이 모든 것은 장현이 자신에게 모멸감을 준 민유중과 같은 위치에 서기 위한 것이었다. 천하다고 온갖 멸시와 핍박을 했던 장현은 자신이 민유중과 똑같이 국구의 자리에 오르고, 자신의 핏줄이 보위를 잇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복수라고 여겼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어도 개의치 않았다.
장현은 자신이 대비 김씨(김선경 분)를 죽인 것이 밝혀지면 옥정도 위험하리란 것을 알기에 이를 빌미로 국구자리를 얻어냈다. 마침내 소원을 이룬 장현은 자신을 사람취급하지 않던 민유중을 찾아가 "장사치 나부랭이와 동급이 된 기분이 어떠냐. 네 놈이 내 딸을 비참하게 죽이고 날 핍박했지만 결국 그 천한 핏줄이 장자가 되고 보위에 오를 거다. 그 천한 핏줄이 흐르는 아이에게 고개를 조아리게 될 것"이라고 설욕했다.
마침내 야망을 이뤘다고 생각한 순간 장현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음으로써 반전을 일으켰다. 장현이 자신의 어미를 죽인 것을 알고 복수의 때를 노려왔던 현치수(재희 분)가 그의 수하를 매수해 뒤통수를 친 것. 장현은 수하에게 민유중을 살해하라고 명했지만, 오히려 그 칼에 자신이 맞음으로써 허무한 죽음을 맞았다.
장현은 모든 것이 부질없었던 일임을 깨달은 듯 "내 민유중 그 놈을 네 무덤에 거름으로 쓴다고 했거늘. 이 조선에서는 한번 개로 태어나면 죽어도 개인 것을... 이 아비가 왜 그걸..."이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성동일은 이처럼 복수로 활활 타올랐지만 허무하게 죽음을 맞는 장현으로 분해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는 굴욕의 순간 능청스럽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뒤돌아 서면 살기가 어린 눈빛 연기로 '장옥정'에 긴장감을 선사해 왔다. 죽음의 순간까지 인상 깊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드라마 속 장현의 비중은 이순과 장옥정에 비해서 크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는 '장옥정'이란 드라마가 22회까지 달려오는 원동력이 됐다. 이에 그의 죽음은 드라마 후반기에 하나의 하이라이트이며, 이로 인해 남은 2회에 그려질 비극이 강하게 예고됐다.
한편 '장옥정'은 종영까지 2회만을 앞두고 있다. 방송말미 서인의 계략으로 인현(홍수현 분)이 중전에 복위되고 옥정이 희빈으로 강등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승승장구하던 장옥정의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됐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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