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13년차 가수 보아(26 본명 권보아)가 본업 아닌 배우로서 국내 시청자들과 다가왔다.
지난 12일 종영한 KBS 2TV 시추에이션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극본 주화미 연출 이은진)가 SNS 연애코칭이라는 독특한 주제와 배우들의 호연 속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연애를 기대해'는 20대 여대생 주연애(보아 분)를 중심으로 요즘 세대의 연애방식을 리얼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KBS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시추에이션 장르이자 가수 보아와 최다니엘, 임시완, 김지원이 출연한다고 해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 중에서도 보아의 출연소식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보아가 연기를?'이라는 의문이 많았다. 보아는 국내를 뛰어넘어 아시아 및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히트곡만 해도 'NO.1', '아틀란티스의 소녀', 'My Name', 'Girls On Top', '허리케인 비너스', 'Only One' 등이다.
일본에서 그가 세운 기록만 해도 엄청나다. 보아데뷔를 전 후로 가요계가 많이 바뀌었고 그를 동경하는 10대 여학생들이 증가한 만큼 전무후무한 존재였다. 그런 보아였기에 국내 첫 정극도전은 의미가 있었다.
보아는 극중 귀여운 외모와 털털한 성격으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20대 초반의 주연애를 연기했다. 보아와 딱 적합한 캐릭터였다.
그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숱한 남자들을 만났지만 집착으로 인해 일찍이 헤어져야 하는 아픔이 있다. 결정적으로 자신이 전 남자친구에게 산낙지를 투척한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지하철까지 못 타게 되는 트라우마도 있다.
극에서 주연애가 픽업아티스트 필립(오정세 분)을 대행한 차기대(최다니엘 분)와 SNS연애코칭을 받게 되는 점도 독특했다. 주연애는 남자와의 첫 만남부터 밀고 당기기, 스킨십까지 하나하나 지도를 받았다.
평범한 연애를 꿈꾸는 20대 여대생 주연애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캐릭터라 더욱 매력적이었다. 정진국(임시완 분)을 통해 두근거리고 소소한 행복을 누릴 때, 차기대를 통해 연애스타일이 달라지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주연애는 차기대와 SNS상에서 대화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이전의 욱하고 집착했던 과거가 아닌 한 번쯤 다시 생각하는 여유를 갖게 됐다. 정진국에게 자신이 산낙지녀인 것을 들켰을 때 움츠러들 때는 한 없이 작은 여자였다. 결정적으로 그와 자신이 비슷해 달콤한 키스까지 나눴을 때는 시청자들이 대신 설레는 느낌을 갖기도 했다.
연애바보인 그가 차기대를 통해 소소한 연애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드러났다. 자신의 집착이 싫어 평범한 연애를 꿈꿨던 만큼 그가 알려주는 스텝들을 하나씩 밟아갔다. 결국 정진국(임시완 분)과 깨알 데이트를 즐겼다.
이때 주연애를 연기한 보아의 상큼 발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아는 시청자의 머릿속 에 국내를 뛰어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톱 여가수였기에 그의 변신이 반가웠다. 데뷔 후 보아의 모습은 음악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아가 정진국과 자전거 데이트를 할 때, 학교후배들이 정진국에게 관심을 보일 때 질투심이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상반된 매력을 볼 수 있었다. 귀엽다가도 본연의 집착녀의 모습이 적절히 교차한 것이다.
또한 그가 홍대 클럽에서 다른 남자를 정진국과 오해 하고 큰 소리로 버럭 할 때는 코믹연기도 해냈다. 그동안의 보아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결정적으로 키스신, 눈물장면까지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이후에 그가 내적인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는 딱 그 20대 세대와 맞았다. 결말도 바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보아의 재발견이었다. 보아에게 가장 적합한 캐릭터였다. 사랑스럽지만 얼렁뚱땅한 모습을 통해 그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동안 보아는 아티스트로서 무대 위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카리스마가 지배적이었다. 보아가 그동안 이룩해낸 성과들이 많았던 만큼 그의 이름 자체에 무게감이 있었다.
그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해 '보아라서 될까?'라는 우려를 날려버렸다. '보아라서 괜찮은데?'라는 전환을 이루어 냈다. 연기의 기본인 표정, 발성이 과하지 않는 선에서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연애를 기대해'를 통해 '보아를 기대해'가 이뤄졌다.
아티스트 보아가 다음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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