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결혼, 이제 '판타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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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기자
(왼쪽부터) SBS '결혼의 여신', JTBC '네 이웃의 아내 /사진제공=SBS,JTBC
(왼쪽부터) SBS '결혼의 여신', JTBC '네 이웃의 아내 /사진제공=SBS,JTBC


인생에서 결혼은 최대 화두다.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남녀들은 저마다 꿈꾸는 이상적 생활은 있지만 현실은 결코 이상을 따라가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이에 대한 갈증을 드라마에서 비쳐지는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 하지만 요즘 흐름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최근 종영하거나 방송 중인, 또는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중에서는 결혼을 소재로 좀 더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극중 인물 들은 갑자기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 서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갈등하다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인물들의 심리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 하게 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SBS '결혼의 여신' - 변화를 꾀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난 10월27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극본 조정선 연출 오진석 제작 삼화네트웍스) 속 네 여주인공들은 다양한 사연 속에 파란만장한 삶을 이어갔고, 이들의 극중 결말 역시 뚜렷한 해피엔딩은 없었다.


제주도에서 우연히 김현우(이상우 분)를 만났던 기억을 잊지 못했던 송지혜(남상미 분)는 재벌가 며느리의 삶에 불만을 가졌다. 하지만, 아버지의 만류와 남편 강태욱(김지훈 분)의 적극적인 반대와 함께 송지혜는 현재 자신의 삶에 어느 순간 적응하고 있었다. 작가로서 꿈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결국 이혼해 작가로서 꿈도 이루고 김현우와 재회하긴 했지만 그것이 곧 송지혜의 판타지가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송지혜의 손윗동서 홍혜정(이태란 분)에게 가장 큰 행복은 바로 가족이었다. 하지만, 홍혜정의 시댁은 그녀를 행복하게 하지 않았다. 남편은 폭행을 일삼았고 다른 여자와 놀아났으며, 시어머니는 그녀를 하녀 다루듯 했다. 그나마 신뢰했던 시아버지와 두 딸이 있었기에 재벌가의 삶을 버틸 수 있었다. 홍혜정은 결국 시댁을 버리지 않았다.


권은희(장영남 분)도 바람을 폈던 남편의 용서를 받아들였고 송지선(조민수 분) 역시 남편, 시부모와 갈등에서 끊임없이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혼의 여신' 속 네 여주인공들은 마지막까지도 다양한 갈등과 좌절을 겪으며 현실에서의 위치를 인지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JTBC '네 이웃의 아내' - 변화하고 싶지만 불안하다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 속 네 남녀의 꿍꿍이 역시 '판타지'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엔 너무나 벽이 높다.


대학 병원 의사 안선규(김유석 분)가 홍경주(신은경 분)와 아파트에서 인연을 맺고, 안선규의 아내 채송하(염정아 분)는 홍경주의 남편 민상식(정준호 분)과 회사 일을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여는 이야기 구조는 자연스럽게 불륜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다행히도 이 드라마에서 복수와 배신으로 연결되는 막장 스토리는 그려지지 않는다. 드라마는 네 남녀의 변화돼가는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른바 '크로스 로맨스'라는 단어로 지칭되는 극 전개는 현실적인 이야기로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네 이웃의 아내'는 오랜 부부생활을 하면서 흔히 있을 법한 권태기에 놓인 부부들이 자신의 현재 모습에 불평하며 변화에 대해 민감해하는 모습들을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모두 과감하게 일을 저지르지는 않고 있다. 네 명 모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유부남, 유부녀의 위치에 서서 변화가 가져올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결국 현재 각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변화된 심리에 따라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이중적인 생활의 모습을 그려낼 예정"이라며 "결말에 다가서서 이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정리할 지에 대한 그림이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드라마에서도 결국 판타지는 현실과 다름을 인정하고 있다.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주인공 이지아, 엄지원 /사진제공=SBS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 변화에 대해 고민만 가득하다


김수현 작가의 신작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주인공 오은수(이지아 분)와 오현수(는 제목 그대로 세 번이나 결혼을 할 상황에 놓이는 여자다. 첫 남편과 이혼하고, 새 남편을 만났지만 이마저도 결국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그릴 예정이다.


이러한 설정 자체가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겠지만, 이혼에 대한 대중의 시각이 예전에 비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불가능한 설정도 아닐 것이다. '세결여'는 이 상황에서 과연 두 여주인공들이 갈등 끝에 어떤 결론을 내릴 지가 주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앞서 JTBC '무자식 상팔자'에서 판사 출신 미혼모(엄지원 분)가 보수적인 가족들과 갈등을 빚고, SBS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남자들(송창의, 이상우)의 동성애 이야기를 꺼낸 김수현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어떤 흐름을 이어갈 지 주목된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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