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태성(33)은 학창시절 촉망받는 야구선수였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 김광현(31)이 그의 안산공고 야구부 2년 후배, 유희관(32)이 이수중 야구부 1년 후배다.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야구를 접어야 했고, 이로 인해 그의 인생은 180도 뒤바뀌게 됐다.
19살 이태성은 배우로 데뷔했다. 타고난 끼와 외모로 데뷔 직후 영화 '사랑니' 주연 자리를 꿰차며 주목을 받았다. 단숨에 '한류 스타'로 급부상한 그는 아키히토 일왕을 만난 유일한 한국 연예인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어느덧 30대다. '밥한끼합시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태성은 "늘 희로애락이 있는 것 같다"며 담담한 소회를 밝혔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고 하잖아요."
인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히지만, 이태성은 운동선수 시절 습득한 특유의 정신력으로 버텨왔다고 털어놨다. 최근작인 KBS 2TV 주말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은 그런 굴곡의 과정 속에 마주한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였다.
극 중 서태수(천호진 분) 집안의 장남이자, 결혼 출산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요즘 청년들을 일컫는 'N포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 서지태로 분한 그는 장장 9개월여의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황금빛 내 인생' 종영 소감부터 물어볼게요.
▶다들 '53부 대본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농담할 정도로, 다들 아쉬움이 많이 남았나 봐요. 이제 저희 드라마를 하던 시간에 새 드라마가 나오니까 허무한 기분도 들고 그래요. '또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드라마를 만날 수 있을까'는 생각도 들고요.
-포상휴가는 안 갔더라고요?
▶'미스 함무라비' 촬영 때문에 못 갔어요. 촬영팀은 시작한 지 꽤 됐고요. 저는 중간에 합류했어요.
-거의 휴식 없이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네요?
▶네. 정신없는 것 같아요. 지치진 않아요. 쉬는 건 하루 이틀이면 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제 자신에게 소모될 게 아직 많이 있나 봐요.
-9개월간 주말 드라마 촬영을 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요?
▶오히려 전 미니 시리즈가 더 힘들어요. 밤새는 일이 많고 '쪽대본'을 받으니까요. 주말 드라마는 대부분 약속된 날 진행되는 게 많아요. 장기간 촬영하니까 체력 안배가 잘 돼야 하거든요. 오히려 하나의 캐릭터로 9개월간 살아간다는 정신적 피로가 더 큰 것 같아요.
-서지태를 연기하면서 정신적인 피로감이 많이 들었나요?
▶네. 제 가치관과는 너무 다른 인물이었어요. 'N포 세대'를 대변하는 캐릭터라, 저도 거기에 젖어드는 느낌을 많이 들었어요. 데미지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댓글을 본 적 있는데, 제가 나오면 싫다고 하시더라고요. 싸우거나 슬프고 힘 빠지는 장면들만 있어서요. (서)지태가 마지막에 과장으로 승진했거든요. 감독님이 '마지막이니까 꽃다발 받고 환하게 웃자'고 하는데, 그게 이번 연기하면서 처음 웃는 거였어요. 그동안 단 한 번도 치아를 보이면서 웃었던 장면이 없더라고요.
-실제 태성 씨는 지태 캐릭터와 많이 다르다고요?
▶일단 지태는 굉장히 피해의식이 컸어요. 장남이라서 겪는 현실을 많이 원망하는 캐릭터였죠. 전 그런 힘든 일이 오면 극복해나가려는 편이에요. 힘든 건 훌훌 털어버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지태는 긍정적인 생각이나 판단이 없었어요. 모든 대사가 비관적이었죠.
-'N포 세대'를 대변하는 캐릭터이기도 한데, 어떻게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N포 세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어요. 그분들도 (지태처럼) 정말 힘이 없더라고요. 다만, 저흰 드라마다 보니까 간접 경험을 통해 용기도 줘야 하는데 너무 단면적인 것만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있었어요. 'N포 세대'들도 노력하면 충분히 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면서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태성 씨도 실제 장남이시니까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저도 장남이니까 집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당연히 제가 나서야 한다 생각할 거예요.
-태성 씨도 'N포 세대'처럼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 본 적 있어요?
▶예전에 있었죠. 20대 때 데뷔하고 주연으로 계속 활동했었는데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하고 나서 소속사와 계약 분쟁에 휘말린 적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사기를 당했죠. 출연 정지 가처분을 받아서 1~2년 정도 방송 출연을 못 했어요. 집도 뺏기고요. 그땐 어린 나이라 집도 없어서 찜질방에서 살았어요. 1만 원씩 내고 3~4개월 살았죠. 회사에서 같이 나온 매니저랑 매일 커피숍에 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그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힘든 시간이었겠네요.
▶그 이후로 정말 자린고비처럼 일을 했었어요. 렌트카를 빌려서 다니고요. 스타일리스트도 없어서, 헤어나 메이크업도 제가 했었어요.
-일찍이 어려운 일을 경험했네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잘 되면 안 될 일이 늘 기다리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항상 승승장구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군대에서도 힘들었어요. 20대는 정말 질풍노도의 시기였죠. 20대 때 연예계 생활은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네요.
-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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