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조한철(45)에게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은 올해 큰 터닝 포인트 중 하나였다.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 이하 '신과함께2')에 이어 또 한 번 대체 투입된 이번 작품이 좋은 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한철에게 '백일의 낭군님'은 뜻밖에 찾아온 행운의 작품이었다. 촬영 초반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윤태영의 빈자리에 긴급 투입돼 연기했고, 드라마는 지난 30일 최고 시청률 14.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를 달성하고 종영했다. tvN 역대 월화극 최고 시청률이자 역대 tvN 전체 드라마 시청률 중 4위에 등극했다.
지난 3월 대체 투입됐던 영화 '신과함께2'도 예기치 않게 굴러들어온 복이었다. 조한철은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하차한 오달수 대신 판관 역으로 분했고 영화는 1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천만 영화'의 참여 배우로 필모그래피를 남겼다.
조한철은 31일 오전 '백일의 낭군님' 종영 인터뷰에서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지만 "'백일의 낭군님'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그는 극 중 세자 이율(도경수 분)의 아버지인 왕 선종(능선군 이호)으로 분했다. 반정의 주축 김차언과 거래를 하면서도 자괴감에 휩싸이는 위태로운 왕을 연기했다. 작품 성적으로나 역할로나 '백일의 낭군님'은 그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백일의 낭군님'이 막 어제(30일) 종영했다. 소감은?
▶ 끝나고 아쉬움이 많았다. '더 잘했어야 했는데' 싶다. 항상 작품이 끝나면 드는 생각이다.
-마지막 장면은 이율과 홍심(남지현 분)의 재회로 끝이 났다. 엔딩은 어떻게 봤나?
▶ 율이 홍심이를 송주현에서 만나고 끝난 게 자연스럽고 근사한 것 같았다. 둘의 엔딩에 대해서는 너무 화려한 것보다 그 정도 선이 마음에 들었다.
-퓨전사극 속에서 왕의 톤을 어떻게 유지하려 했나.
▶ 대본에서도 궁에서와 송주현에서의 대사 톤이 많이 달랐다. 송주현은 현대적인 말도 쓰고 밝은데 궁에서는 암투도 벌어지고 어두웠다. 서로 다른 색깔이 한 작품 안에 들어있어서 내가 어떤 톤을 가지고 가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정통 사극 톤을 유지하면 맞을지 고민됐다. 처음에는 힘을 빼고 가볍게 연기 해야하나 생각했지만 그러면 오히려 이 작품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마냥 가벼워지기 쉽지는 않더라. '나대로 하자'는 생각을 하고 상황에 맞게 연기했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기존의 왕과 어떤 차별점을 두고 연기했나.
▶ 왕 역할은 처음이다. 나도 이전의 왕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선종은 절대 권력을 가지지 않아 위태로운 왕이었다. 공부를 해보니 연산군을 제외하고 자기 마음대로 살았던 왕이 없더라. 선종은 김차언에 의해 내쳐질 수 있는 불안을 안고 있어야 했다. 한편으로는 그 권력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면 위태로움이 커보일 거라 생각했다. 집착, 강박으로 불안을 보여주려 했다. 정말 많이 소리 지르고 힘을 줬다. 어떨 땐 뒷목이 당기기도 했지만 나는 목청이 기본적으로 튼튼하다.(웃음)
-마지막회에서 김차언(조성하 분)이 예상보다 쉽게 죽은 것 같다.
▶ 왕이 당한 게 많아서 좀 더 괴롭혀주고 죽여야 했나 싶기는 하다.(웃음)
-촬영 현장에서 실제 조성하는 따뜻한 배우라고 소문났던데.
▶ 성하 형은 자신의 출연료에서 상당 부분을 삼계탕, 회, 아이스크림 등 주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먹는 데에 쓰셨다. 저희를 아끼는 진심이 너무 느껴져서 감사했다. 또 성하 형이 농담도 많이 했는데 일보러 빈틈 있는 큰 형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후배들이 더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감사한 현장이었다.
-촬영 면에서 '백일의 낭군님'만의 차별점은 무엇이었나.
▶ 감독님이 유한 분이었지만 그러면서도 작품에 대한 욕심이 많으셔서 어떤 중요한 장면은 굉장히 여러컷을 찍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일반 드라마에서 보지 않았던 앵글을 보셨을 거다. 완성도가 좀 더 있었던 것 같다. 사전 제작을 하면서는 배우 입장에서도 대본이 넉넉하게 나와 있으니 더 고민해서 연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송주현 쪽은 애드리브도 많이 들어갔다. 개인적으로 사전제작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현장 분위기도 더 좋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 사실 살면서 인생에 큰 터닝 포인트는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온 것 같다. 중간 중간 고마운 분들도 많았다. 어떤 작품을 하게 된 이유는 그전에 또 다른 작품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품이 이어진 것 같다. 너무 갑자기 잘 돼도 불안할 것 같다. 최소한 근거가 있는 안에서 잘 됐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도 불안한 것 같다. '백일의 낭군님'의 왕도 내가 애정하는 캐릭터들 중에 하나다.
-왕까지 도전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새로운 캐릭터가 있을까.
▶ 왕까지 연기해서 앞으로 맡을 캐릭터가 부담되는 건 있다. 지금은 나이가 먹으면서 주름도 생기고 얼굴에 개성이 생긴 것 같은데, 예전에 연극할 때는 그렇게 개성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 부담이 되면서도 내가 맡을 새로운 캐릭터가 기대된다.
-11월 방영하는 차기 드라마 KBS 2TV '죽어도 좋아'에서는 어떤 역할을 보여주는가.
▶ 코미디 판타지 오피스물이다. 이번엔 좀 얄미운 인사팀장 역을 맡았다.
-연극도 여전히 애정이 있지 않나. 어떤 계기로 연극부터 연기생활을 시작했나.
▶ 중학교 3학년 때 성당을 다니면서 선생님들이 연극을 보여주러 다녔다. 그 때 연극을 처음 보고 배우를 하기로 결정했다. 황지우 선생님 시로 만든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라는 연극을 봤는데 그 때 강신일, 박미경, 문성근, 류태호 선배가 공연한 걸 봤다. 그 때 큰 감명을 받고 이후로 주말이 되면 대학로를 가서 연극을 봤다. 한예종을 간 것도 그 때 선생님들이 대부분 그 곳에 계셨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 내가 '리어왕'을 했다면 관객들이 최소한 집에 돌아가면서 아버지에게 전화라도 드릴 수 있는 정도의 영향을 주고 싶다. 그렇게 작은 실천을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극을 작년에 오랜만에 했는데, 앞으로도 병행하면서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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