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선아(46)가 메소드 연기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했다.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극본 도현정, 연출 최정규·강희주)에서 아동 학대 사건들과 마주하며 그가 보인 분통함과 눈물은 극적인 재미를 넘어서 현실적인 문제들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의문의 아이, 의문의 사건과 마주한 한 여자가 시(詩)를 단서로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김선아는 착한 딸이자 성실한 아내, 좋은 엄마이자 아동 심리 상담사로 완벽한 인생을 살다가 의문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미스터리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서는 인물 차우경 역을 맡았다. 강력계 형사 강지헌 역의 이이경과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다.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SBS '키스 먼저 할까요?'에 이어 '붉은 달 푸른 해'로 연속해서 감정이 깊이 파고드는 연기를 보여줬다.
▶ '품위있는 그녀'는 이해하기까지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예전에 '내 이름은 김삼순' 작품을 주신 분이 제안해 주셨다. 밥을 먹던 도중에 갑자기 대본을 전달 받았는데 앞에 제목이 '키스 먼저 할까요'였다. 러브러브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이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하겠다면서 출연을 결정했다. 그런데 나중에 집에 가서 캐릭터를 보니까 너무 어렵더라. 촬영 후에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나도 어른이라 생각했는데 '아직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난이도의 연기가 필요했다. 어른들의 사랑이 이렇게까지 어려울 수 있나 싶었다. 그래도 예쁘게 마무리돼서 덜 아팠다.
-'붉은 달 푸른 해'도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 '붉은 달 푸른 해'는 대본이라 느껴지지 않고 소설로 느껴졌다. 뒤가 너무 궁금해지는 대본이었다. 너무 궁금하고 추리소설 같았다. 글을 읽는데 등에 땀이 나더라. 대본이 이 정도까지 재미있을 수 있나 싶었다.
-개장수(백현진 분)의 재등장이 가장 소름 끼쳤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장에선 어땠나.
▶ 실제론 너무 착하셨다. 연기할 때는 너무 몰입했는데 꼴도 보기 싫을 정도여서 눈도 못 마주쳤다. 이이경씨도 리얼한 연기에 놀라더라. 우리끼리 박수 치면서 '최고'라고 했다. 뭔가를 더 하려고 할 때 우리가 '지금도 충분히 무서워요'라고 손을 내저었다.
-5%대의 시청률이 아쉽진 않았나.
▶ 배우들이 현장에 오면 '작품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저희는 시청률에 상관없이 작품을 사랑하면서 연기했다. 중간에 김은숙 작가님이 '선아야' 하면서 연락이 오셨다. 작가님이 '본방 사수했다. 어떻게 그렇게 재미있냐. 마지막까지 힘내라' 하셔서 너무 좋았다. 시청률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붉은 달 푸른 해' 뿐만 아니라 어떤 작품이든 5%가 나와도 그걸 끝까지 유지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걸 유지한다는 건 작품이 재미있어서 시청자가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작품도 처음 수치보다 오른 상태로 끝나서 좋았다. 작품이 어렵다 보니 중간에 보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촬영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아이들이 많이 출연했는데,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이가 빠지기도 했다. 화면을 이어서 보여주다 보니 아이들이 만든 이를 넣었다 뺐다 했다.(웃음) 어느 시점이 되면 울고 아이들이 거의 천재였다. 리허설 때 아이와 연기할 때 너무 실감나게 연기해서 눈물이 안 멈춘 적도 있었다.
-MBC에서 '검법남녀'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붉은 달 푸른 해'도 시즌2를 기대하지 않나.
▶ 워낙 작품이 좋았다. 좋은 작품이 시즌제로 나온다는 게 쉽지 않은데, 이이경씨도 '으라차차 와이키키2'에 나오는 게 부러웠다. 이번 작품에서 죽지 않은 사람들로 시즌2를 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기도 했다. 지난 작품 중에서 시즌제 얘기가 나온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영화 '잠복근무'도 다음 편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굳이 교복을 입지 않더라도 잠복은 할 수 있지 않나.(웃음) 소재가 좋은 작품이면 뭐든 하고 싶다. '시티홀' 다음 시즌이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 '시티홀'은 김은숙 작가님 글 중에 새로운 로맨스였다.
-'내 이름은 김삼순' 때 체중 증량도 했고, 이후 작품들에서도 메소드 연기를 보여줬다. 앞으로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 나문희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대로 이제 나에게 어떤 작품이 들어오든 뭐든지 하려고 한다. 나도 데뷔 초에는 연기를 되게 잘 하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연기를 못 한단 얘기를 너무 많이 듣고 걸어온 연기자였다. 잘 하려면 내가 알아야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누구보다 잘 해야지'가 아니라 하루하루 지나다보니 생활 속에서 알아가는 것들로 캐릭터를 보여주려 한다. 어릴 때는 오히려 캐릭터가 덜 어려웠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알면 알수록 캐릭터가 어렵게 느껴지더라. '삼순이'를 생각해보면, 예전과 지금 선보이는 삼순이의 감정 연기가 다를 것이다. 그 때는 삼식이의 상황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삼순이의 입장만 중요했다. 생각을 한 번 더하려니 머리가 복잡해지더라. 변신이라기보다 예전보다 생각을 좀 더 하게 됐다.
-김선아의 변신은 어디까지 갈까.
▶ 잘 하고 싶다는 욕심도 더 생기고 좋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자꾸 생기는 것 같다. 열심히 해야 좋은 작품도 만나는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그런 작품이 오지 않는 것 같다. 미친 듯이 연기해야겠구나 싶다. 그냥 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선배님들이 하신 말씀처럼 '연기'라는 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새로운 캐릭터의 인생을 다 생각하게 됐다. 파고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스스로 답답할 때도 많다. 연기는 자꾸만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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