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차서원(28)에게 2019년의 의미는 남다르다. 상반기엔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이하 '풍상씨')에서 이외상 역으로 드라마 흥행 주역 중 한 명으로 얼굴을 알렸고, 하반기엔 tvN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이하 '미쓰리')에서 박도준 역으로 직장인의 리얼한 삶을 전하며 공감 받았다.
두 화제의 작품 활동은 그가 올해 본명 '이상엽'에서 '차서원'으로 활동명을 개명하면서 일어난 일이기도 했다. '일복'이 트인 느낌이다. 차서원은 "대표님께서 저의 이미지와 맞는 이름으로 바꾸는 것을 제안해 주셨어요. 펼 '서'에 으뜸 '원' 인데, 뜻을 펴면서 으뜸이 돼라는 의미입니다. 느낌이 좋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젠 '차서원' 이름에 적응돼서 불리면 바로 돌아봐요"라며 기분 좋게 웃었다.
'미쓰리'는 위기의 중소기업 '청일전자' 직원들이 삶을 버텨내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 오피스 드라마.
차서원은 극중 TM전자 동반성장팀장 박도준 역을 맡았다. 박도준은 대기업 TM전자에 입사해 비리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부당해고와 대기발령을 당했다. 이후 문형석 상무(김형묵 분)의 지시로 청일전자에 파견돼 협력업체를 희생시키고자 했지만, 고군분투하는 이선심(이혜리 분)와 유진욱 부장(김상경 분)을 보고 자신의 과거가 떠올라 청일전자의 편에 서게 됐다.
-'미쓰리'가 지난 14일 종영했다. 준비 기간까지 반 년 이상 함께한 작품인데.
▶'풍상씨'와 '미쓰리'까지 한 해에 두 작품을 열심히 마쳤다. '풍상씨'가 끝나고 '미쓰리'를 바로 시작했는데, 따뜻하게 한 해를 보내는 것 같다.
-박도준은 '미쓰리'에서 악역에서 선역이 되는 인물이었다.
▶그동안 차가운 역을 많이 했는데, 역할에 집중하면서 흐름에 맞게 연기하면 결국 따뜻한 인물로 비춰지겠단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역할을 준비하면서 다함께 공장 견학도 다녀왔고, 내부 고발을 했던 분들 등의 인터뷰를 많이 찾아봤다.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이 많아서 직장인들의 디테일도 많이 들어봤다.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연기하면서 직장인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로 느꼈나.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직장생활의 고충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도, 나도 기업 문화에서 겪는 부분이 '미쓰리'를 통해 많이 공유될 거라 생각했다. 직장을 다니는 친구, 퇴사를 하고 1인 회사를 차린 친구 등 많은 사례의 친구들이 있어서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나는 배우를 하고 있어서 친구들과 평소의 대화를 하면서도 간극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기회로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고향이 부산이라고. 차서원은 서울 살이를 할 때 고충이 있었겠다.
▶처음에 서울에 올라왔을 때 눈물 났다. 반지하부터 한 계단씩 성장했는데 많이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복작거리고 살면서 재미가 있었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산 게 기억이 난다. 그 때의 근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친숙한 연기가 가능했을 것 같다. 도준이, 외상이 등 지금까지 친숙한 캐릭터를 하는데 도움이 됐다. 나중에 사투리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보여드리고 싶다.
-드라마 '별별 며느리' '20세기 소년소녀' '부잣집 아들', 단편영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연극 '베헤모스' '나쁜 자석' 등 많은 작품을 하면서 악역을 주로 맡았다. 실제 차서원은 어떤가?
▶수더분하고 고향이 부산이어서 촌스러운 면도 있다.(웃음) 9년차 자취생인데, 조용하게 사는 것을 좋아하고 악에 관심 없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는 평범한 사람이다.(웃음)
-'미쓰리'에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도준이가 엄망와 밥 먹는 장면이 기억난다. 밥이 너무 맛있었고, 그 장면이 도준이의 따뜻함을 보여줄 수 있던 몇 안 되는 장면이었다. 함께 연기해주신 분을 엄마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볼까'란 대사도 있었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다들 그렇게 산다는 걸 느꼈다. 한 때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다들 힘들어도 웃으며 보듬으며 산다는 걸 느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싶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역할 비중이 제일 컸다.
▶26살 뮤지컬로 데뷔했다. 어릴 땐 빨리 성공을 해야겠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땐 확신이 있었는데 오히려 마음이 급해져서 일을 그르쳤던 것 같다. 지금은 이 일 자체가 재미있고 행복하다. 행복, 성공의 기준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스타가 되려고 하기 보다 평소에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갖든 최선을 다 할 테니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좋은 선배님, 좋은 동료가 있어서 잘 촬영했다.
-연기 외에도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는?
▶최근 아이들에게 필름카메라 촬영을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을 6개월 동안 하고 있는데 정말 많이 배웠다. 어른들 눈과 아이들 눈이 다르다고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친구들이 찍은 사진으로 공모전을 나갔는데 선생님이 고른 사진이 당선이 됐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 아이들이 본인이 만족하는 사진을 찍는 것을 보며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도 배웠다. 중학교 때부터 봉사를 많이 했는데 나는 봉사라 생각을 안 하고 뜻깊게 논다고 생각을 한다. 2주 전에 미스터리 버스를 타고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낙엽을 쓸면서 재미있었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산타 봉사도 신청해 놨다.
-내년 30세를 맞는 배우로서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가.
▶나의 20대가 아쉽진 않다. 개인적으로 10년을 정말 열심히 보냈다고 생각해서 후회는 없다. 30대가 기대가 된다. 그에 맞춰 다음작품이 무잇이 될지 기대가 된다. '풍상씨'를 통해 결이 다른 연기를 했고, '미쓰리'를 통해 심지 곧은 연기를 보여드렸는데 다음 작품에선 밝거나 로코이거나 또 다른 장르물도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 마음가짐은 뭘 해도 재미있고 좋아할 시기인 것 같다.
-'미쓰리' 애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드라마 시작과 끝을 해주셨던 부분에 있어서 참여한 사람으로서 뿌듯하고 감사하다. 드라마라는 게 혼자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인데, 최종적으로 시청자들께서도 참여를 해주신 것 같다. 다음의 제 행보에도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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