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기만성형" 안시하, 16년만에 시작한 드라마[★FULL인터뷰]

발행:
윤성열 기자
tvN 월화극 '낮과 밤' 조현희 역, SBS 금토극 '날아라 개천용' 황민경 역
배우 안시하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배우 안시하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안시하(39)는 불과 2년 전만해도 카메라 앵글보다 무대 아래 객석을 보고 연기하는 것이 친숙한 배우였다. 주로 뮤지컬에서 활약하며 탄탄한 내공을 쌓아온 그는 지난 2019년 영화 '비스트'를 시작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2004년 뮤지컬 '달고나'로 연기를 시작한 지 16년 만이다. 지난해는 '더 킹 : 영원한 군주'부터 '모범형사', '낮과 밤', '날아라 개천용'까지 무려 4편의 드라마를 찍었다. 그만큼 안시하의 연기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낮과 밤'과 '날아라 개천용'을 차례로 마친 그녀를 28일 서울 강남구 제프리 도산압구정 카페에서 만났다. '낮과 밤'에선 어그러진 신념에 빠진 과학자 조현희로, '날아라 개천용'에선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가진 변호사 황민경으로 분해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준 그녀는 "무대 연기는 한계가 있으니까, 좀 더 디테일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목마름이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 종영 소감.


▶흔히들 많이 시원섭섭하다고 하는데, 시원함보다 섭섭함이 확실히 많다. 롤을 조금씩 넓혀가면서 아쉬운 게 더 많이 보인다. '이렇게 하고 싶다', '저렇게 할 걸' 아쉬움이 큰 것 같다.


-뮤지컬 무대에서 오래 활동하다 매체(TV 드라마, 영화) 연기로 넘어왔는데, 어떤 차이가 있던가.


▶너무 극명하다. 무대는 맞춰가는 기간이 있으니까 완성된 걸 보여주는데, 드라마에선 각자 준비를 하고 한 번에 시너지를 터뜨려야 한다. 앙상블이 어떨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합을 맞추고, 편집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조마조마함이 있더라. 경험을 많이 쌓아야겠다 생각했다. 같이 채워야 할 게 많은데, 서로 알아가는 시간보다 찍는 시간이 더 많은 점도 아쉽더라. 이게 여기의 룰이니까 투덜대지 말고 좀 더 익숙해지고 나아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이 배우고 느꼈다.


배우 안시하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그동안 뮤지컬 공연에서 주연을 하다가, 매체 연기를 도전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전부터 매체를 가고 싶었는데 갈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그냥 내려놓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비스트'를 하게 되면서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고, 자연스럽게 드라마로 연결이 됐다. 역할은 크게 상관 없었다. 그저 전부터 하고 싶었던 매체 연기를 한다는 점이 나에겐 의미가 컸다.


역할이 작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매체로 오면 당연히 신인이니까,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항상 '대기만성형'이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살아왔다. '하다 보면 언젠가 또 좋은 길이 열리겠지'라는 마음이다.


-'낮과 밤'에서 조현희 역은 어떻게 생각하며 연기했나.


▶조현희는 비현실적인 인물, 인간 세계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찍었다. 감독님도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 그리고 이 여자가 가장 진실 되고 행복한 순간이 언제일까 고민했는데, 실험이 성공했을 때더라. 아이를 따뜻하게 사람처럼 대하는 것 같지만 그것마저도 조현희가 계산한 연기다. 그래야 실험체를 뽑을 수 있으니까.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


▶몇 개의 순간이 있었다. 편집을 잘해주셨더라. 특히 조현희가 도정우(남궁민 분)에게 '오랜만이네 내 아들'이라고 말할 때 좋았다. 대본을 딱 보고 이건 '엔딩 요정'이라고 생각했다.(웃음) 버건디 코트 의상도 내가 직접 골랐다. 천사 같은데 악마 미소를 짓고 있는 이미지를 상상하다 버건디를 보고 '이거다' 생각했다. 상대가 연기자 선배고, 내가 실제 아들이 있어본 적도 없지만 그 순간만은 되게 현실 같았다. 한 발 한 발 아들한테 걸어가는데 느낌이 딱 오더라. 대사 할 때 스스로 희열이 생겨서 웃었다. 기분이 좋더라. 하하.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라 재밌더라.


배우 안시하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날아라 개천용'에서 연기한 황민경 캐릭터는 어떻게 접근했나.


▶황민경은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황민경을 보고 웃음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태용(권상우 분)과 박삼수(배성우·정우성 분)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캐릭터고, 또 큰 일이 닥쳤을 때 남들보다 냉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됐다. 리더쉽도 있지만 엄마, 누나 같은 느낌이라 생각했다. 전문직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하기 쉽지 않지만, '이 누나, 참 포근하다. 편안하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낮과 밤'과 '날아라 개천용'을 동시에 찍으면서 어려운 건 없었는가.


▶운이 좋게도 스케줄이 너무 잘 빠졌다. '낮과 밤'이 바쁘면 '날아라 개천용'이 늘어지고, '날아라 개천용'이 바쁘면 '낮과 밤'이 늘어졌다. 세상이 마치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더라.(웃음) 여러모로 너무 감사했다. 작년 11월은 쭉쭉 달렸다. 새벽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고 누우면 기절했는데 스케줄은 한 번도 충돌이 안났다.


-'낮과 밤'과 '날아라 개천용'에서 각각 맡은 캐릭터가 너무 다르다 보니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아예 다르니까 오히려 마음은 더 편했다. 톤이 비슷했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말투나 톤, 외형적인 게 다 다르니까 세팅만 하면 바로 그 캐릭터에 빠져들더라. 조현희는 톤이 낮고, 황민경은 톤이 높으니까 먼저 대사를 읊어보고 촬영에 들어갔다. 캐릭터가 다르니까 시청자들을 설득하기에도 더 좋았던 것 같다.


-'낮과 밤'과 '날아라 개천용'에서 만난 배우들은 어땠나.


▶남궁민 씨는 집중력이 굉장히 좋더라. 몰입하는 걸 보고 다른 어느 배우들보다 뛰어나다 생각했다. 이청하 씨는 항상 서글서글하게 먼저 와서 말을 잘 걸어줬다. 자꾸 '선배'라고 하길래 '언니'라고 불러달라고 했다.(웃음) 성격이 너무 좋더라. '낮과 밤' 팀은 배우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농담도 잘 하신다. (김)태우 오빠랑도 친해졌다. 잘 챙겨주신다. 나쁜 두 사람이 같이 친해져서 재밌었다.(웃음)


'날아라 개천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촬영했으니까 배우들과 안 친해질 수 없었다. (권)상우 오빠가 밥을 많이 사주셨다. 사담도 많이 나눴다. 카메라 세팅하고 그럴 때, 계속 수다를 떠니까 재밌더라. 워낙 조언도 잘 해주시고 본인 얘기도 즐겁게 잘 해주신다.


-'날아라 개천용'는 주연 배우 배성우가 음주운전 적발로 중도 하차해서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뭔가 조심스럽고, 안타깝다. 너무 잘되고 있을 때 그런 일이 생겨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하필이면 하이라이트 부분 직전에 (배성우 하차로) 3주를 쉬어야 했으니까, 눈앞에 시청률까지 그런 결과로 나오니까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더라. 나도 우울증이 심했다. 안타깝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배우 안시하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2020년은 배우 안시하에게 정말 남달랐을 것 같다.


▶2020년은 정말 뜻깊었다. 운도 정말 잘 따라 준 것 같다. (여러 작품을 했는데) 스케줄이 딱딱 맞으니까 너무 기가 막히더라. '이런 일들이 어떻게 나한테 순차적으로 오지' 기분이 묘했다. 2020년에 운을 다한 게 아닌가 싶더라.(웃음) 2년쯤 되면 큰 롤을 맡아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1년 안에 큰 롤까지 맡게 돼서 너무 감사했다. 매체 연기는 이제 시작이니까 마음을 비우고 경험을 쌓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들 알아 봐 주셔서 신기했다. 여태까지 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대기만성형'이라고 표현했다.


▶한 번에 훅 올라가는 건 없더라. 계단을 걷는 것처럼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좋더라. 옛날엔 훅 올라가는 애들이 부러웠는데, 지금은 아니다. 오래 연기를 하려면 기본기나 내공을 꽉꽉 채워야 한다. 다가오는 순간의 기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음 작품에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는가.


▶아직은 고를 입장이 아니다. 만약 몇 개 고르라고 주어진다면, 어떤 독립영화에서 볼법한, 아무것도 꾸미지 않은 서민의 깊은 감정을 연기하고 싶다. 한 작품에서 롱테이크로 쭉 감정으로 채워갈 수 있는 캐릭터를 도전하고 싶다. 부부나 연인이 사랑스럽게 꽁냥꽁냥하는 연기도 해보고 싶다.


-미혼이다. 결혼 생각은 없는가.


▶아직은 일이 좋아서 결혼 생각은 없다.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게 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거다. 그런데 노후에 혼자 있긴 싫어서 언젠간 할 거다.(웃음) 42~43살 언저리에 만나는 사람이랑 할 거다. 주위에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로서 매체 연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오는 것 같다. 그런데 겁이 많아서 그걸 못 잡는 배우들을 많이 봤다. 지금부터 끝까지 계속 배우를 할 거면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내공을 쌓아야 한다. 후배들이 연기할 때 디테일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 요즘엔 뮤지컬도 객석 1~2열에서 다 본다.


-롤모델이 있는가.


▶김혜수 선배다. 개인적으로 한 번 뵈었는데 너무 멋있더라. 사람도 되게 좋다. 좋은 사람인데 심지어 멋있기까지 하다. 주위에 김혜수 선배랑 친한 사람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칭찬을 하더라. 잠깐 만났을 때 느껴졌다. 내가 50대가 됐을 때 저분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이 하는 작은 공연까지도 다 찾아 다니시더라. 소극장 관객이 20명도 안 되는데, 그 자리를 채워주고 계시니까 너무 친해지고 싶었다. 처음으로 내가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무더위 날릴 '전지적 독자 시점'
온유, 정규 2집 앨범으로 솔로 컴백
차은우 '언제나 눈부신 비주얼'
새롭게 시작하는 JTBC 금요시리즈 '착한사나이'

인기 급상승

핫이슈

연예

박나래만 불참했다..김준호♥김지민 결혼

이슈 보러가기
스포츠

KBO 올스타 휴식기... 키움, 감독-단장 동반 경질

이슈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