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금토극 '설강화 : snowdrop'(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이하 '설강화')가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한 스태프가 옹호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글에 대한 역풍이 상당하다.
'설강화' 현장 스태프 A씨가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드라마 '설강화' 스태프입니다"란 글을 게재했다.
A씨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설강화' 현장 사진을 여러 차례 공개하면서 스태프임을 인증했다. 이어 "아직 방송이 안돼 '설강화' 내용을 모르니 오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7~8회 대본이 나왔는데 어디에도 안기부가 미화된 부분이 없고 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관여한 부분도 없었으니 모든 오해는 방송이 시작되면 해소될 것이라 믿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기대는 크게 빗나갔다. 청와대 청원도 재차 올라오고 여러 단체와 사회 저명인사분들도 우려를 표명한다"라며 "대본 어디에도 간첩과 민주화는 연관이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당시 안기부의 정형화된 모습(간첩을 잡는데 혈안된) 모습과 당시 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나올 뿐이다. 이번 논란은 이해는 가지만 공감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드라마 소재로 간첩이 대학생 만나는 게 문제가 되나. 드라마에 나오면 안된다고 법으로 지정한 게 있나. 창작자에게 '표현의 자유는 목숨 걸 만한 가치다"라며 "창작품이 불편하면 안보면 된다. 불편하다고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건 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설강화'는 처음부터 모든 걸 허구라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려하는 건 나오지도 않는다. 그러면 된 거 아니냐. 운동권 대학생들이 언급하지도 못하는 성역이냐. '설강화'에서는 운동권 학생들을 전혀 비하하지 않지만 반대로, 비하하면 안되냐. 우리가 군인들의 일탈은 허용이 되도 운동권 학생들의 이면? 그런 건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냐"라고 과격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곧 그는 "이 부분은 우리 사회가 논하지 못할 성역이 있는가? 대상이 어느 것이든 우리는 자유롭게 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작성했는데 오해가 생기는 부분도 있고 표현도 과격한 것 같아서 삭제했다"라며 글을 수정했다.
A씨는 "개인적으로 16회까지 정상 방송해주길 간곡하게 부탁한다. 가족 모두 TV 앞에 둘러 앉아 보셔도 교육적으로, 정서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라며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A씨의 바램과 다르게 해당 옹호글은 역풍만 불고 있다. 시청자들은 "피해자 측에서 문제가 있다면 끝난 거 아니냐", "무슨 문제인지 파악을 못하고 있는 거 같다" 등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편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 분)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대학생 영초(지수 분)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제작 단계 당시, 남파 간첩과 민주화 운동하는 여학생의 담은 설정은 크게 비판 받았다.
JTBC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80년대 군부정권 하에 간첩으로 몰려 부당하게 탄압받았던 캐릭터가 등장한다"라고 여러 차례 해명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글 및 방통심의위원회에도 민원을 접수했다.
또한 청년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은 2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신청했다. 여러 협찬 및 광고사도 지원을 중단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드라마 '설강화' 논란을 지켜보며 기우가 아닌 현실임을 깨닫는다. 전두환 재평가에 이어 엄혹한 전두환의 시대까지 재평가하려는 시도에 비애를 느낀다"라며 "운동권에 잠입한 간첩, 정의로운 안기부, 시대적 고민 없는 대학생, 마피아 대부처럼 묘사되는 유사 전두환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면 오히려 문제다. 전두환 국가전복기의 간첩조작, 고문의 상처는 한 세기를 넘어 이어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살아 계신다"라고 '설강화'를 지적했다. 윤영창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역사적 '사실'의 드라마화는 신중해야 한다"라며 '설강화' 논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반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이지성 작가 등은 '설강화' 논란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설강화'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JTBC 측은 "초반 전개에 오해가 있다"며 3~5회를 앞당겨 편성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이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듯 하다. '설강화' 시청률은 1회 3.0%, 2회 3.9%를 보였으나 곧 3회에서 1.9%를 맞이했다. '설강화'를 향한 역사왜곡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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