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태리는 확실하고 영리한 연기를 펼친다. 익숙하지만 낯선 조합을 가진 작품을 선택하는 김태리는 또 다시 신드롬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극본 권도은, 연출 정지현)는 1998년,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청량로맨스를 그린다.
요즘 자극적이고 범죄와 전쟁이 가득한 장르물이 유행하는 가운데 등장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시청자 마음에 따스한 감성을 선물한다. 1998년 당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고등학생들이 갖고 있는 풋풋함은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특히 이런 청춘물은 어떤 시청층이 와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소재다. 때와 장소는 다르지만, 각자 학창 시절을 떠올리고 몰입도를 높인다. 이 때문인지 1회 방영 당시 시청률 6.4%를 기록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현재 8.8%(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입소문을 타고있다.
김태리는 극 중 펜싱 국가대표를 꿈꾸는 19살 나희도를 연기한다. 나희도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인물이다. 펜싱 하나만 위해서 달리는, 그야말로 '직진 본능'이다. 양찬미(김혜은 분)에게 무턱대로 펜싱을 알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코치의 말 한마디로 10kg 모래 주머니를 차고 달린다. 좀 더 나은 펜싱을 보이기 위해 춤을 열심히 추며 고유림(보나 분)과 자신의 차이점을 철저하게 분석하기도 한다. 아무리 깨지고 넘어져도 굴하지 않은 게 바로 나희도의 장점이다.
주변 인물들은 마냥 긍정적인 나희도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힘들어도 난 괜찮아!'를 외치는 캔디형 여 주인공 같은 면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희도가 이런 점을 완벽하게 빗나가고 촌스럽지 않은 이유는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신념이다.
그는 백이진(남주혁 분)을 위로할 때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면 마음이 좀 나아지거든. 멀리서 보는 것처럼 사는 거야. 심지어 네 꿈은 우주였잖아. 우주에서 보는 것처럼 살자"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툭 한 마디 던진다. 또 자신의 꿈을 주장할 땐 "난 꿈이 이뤄지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거든. 실패하는 데 익숙해서"라면서도 단단한 내면을 보인다. 자신의 실패와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직진 본능'이 시청자를 설득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김태리는 그간 독특하면서도 남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에선 숙희 역을 맡아 히데코(김민희 분)와 알 수 없는 관계를 보이고, 영화 '승리호'(감독 조선희)에선 우주선의 선장 역을 맡아 신선한 연기를 선보였다. 또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선 총을 다룰 줄 아는 고애신으로 분해 조선시대 여성상의 새 지평을 열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이와 비슷한 계보를 잇는다. 마치 소년만화를 보는 것처럼 나희도는 운동, 꿈, 열정, 목표로 둘둘 쌓여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김태리, 남주혁은 누가 마다하겠느냐"라며 큰 자신감을 보인 정지현 PD가 예언한 듯,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현재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작품이 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할만 하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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