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복수는 정당한가" 연상호X탁재영, '돼지의 왕'에 담은 화두 [★FULL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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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행 기자
/사진제공=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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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러나 과연 경민이 행하는 사적인 복수가 정당한지에 대한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탁재영 작가)


29일 오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 탁재영 작가와 원작자 연상호 감독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스타뉴스와 만났다.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돼지의 왕'은 연쇄 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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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학교 폭력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사는 주인공 황경민 역은 김동욱이 맡았으며 20년 전 친구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추적하는 광수대 형사 정종석 역은 김성규가 맡았다.


탁재영 작가는 "작가로서 어떤 배우분들이 연기할 때 잘 어울릴까를 고민했다. 제작사에 캐릭터의 이미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느낌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사에서 적절한 배우님을 캐스팅해줬다"라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김동욱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을 많이 했다. 본인이 맡은 배역을 장르적으로 뿜어내는 것을 넘어 정당성이나 죄의식을 담아내 이 행동이 가지고 있는 죄의식까지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사려깊다고 생각했다. 김성규 배우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여줄게 많아 기대가 많이 된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탁재영 작가 또한 "성인 역할의 연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성인들이 움직이는 동력이 20년전 사건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우분들이 그런 간극이 있는 연기를 해야하니 몰입하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배우 분들이 대본을 잘 해석해서 너무 훌륭하게 연기해주셨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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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채정안이 맡은 강진아 역은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이다. 연상호 감독은 "황경민, 정종석이라는 캐릭터가 뒤틀린 남성성의 결과인 것 같은 느낌이다. 그걸 시청자들에게 따라가게 하려면 여자 형사가 뒤틀린 남성성을 목도하는 과정을 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탁재영 작가에게 새로운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된 이유를 밝혔다.


원작 '돼지의 왕'에서 대필작가였던 정종석은 극 중 형사로 등장한다. 또한 애니메이션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범죄 스릴러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탁재영 작가는 "'돼지의 왕'이 호평을 받고 좋아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원작 팬분들과 일반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보게 만들고 싶었다. 원작이 사회 드라마 성격이 강했다면 드라마를 만들면서 스릴러적인 요소를 넣으면 좋을 것 같았다"며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연상호 감독은 "원작이 단편이었기 때문에 드라마로 가기에는 내용이 부족했다. 탁재영 작가와 미리 만나 이런 식으로 가자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가면 분량이 충분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탁재영 작가가 이런 스릴러 구성을 잘 만들어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탁재영 작가는 "혹시나 원작의 메시지와 주제, 의미와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다. 원작의 메시지와 스릴러 장르로서의 재미를 어떻게 조화시키며 12화까지 이어갈까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도 연상호 감독의 메시지는 그대로 가져가 원작 팬분들도 재미있게 볼수 있게끔 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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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돼지의 왕'은 원작과 달리 성인 위주의 이야기로 각색되어 있다. 탁재영 작가는 "원작은 과거의 끔찍한 일을 겪었던 인물들의 피폐한 현재를 보여주고 과거를 회상한다. 저는 그 사람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모습에 집중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은 "원작이 상영했을 당시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데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겠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들었다. 탁재영 작가가 작품을 쓸 때 가해자들을 넣어서 드라마화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을 많이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처음 탁재영 작가와 2부까지의 대본을 같이 이야기하면서 썼다. 지금 최종본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그 이후 지금의 제작사에 전달해서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제작사와 탁재영 작가가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 나온 대본도 최근에 봤다"라고 전했다.


19금 장르인 특성 상 학폭 피해 장면이나 이후 경민이 복수하는 장면이 다소 잔혹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탁재영 작가는 "학폭피해 장면에 고민이 많았다. 아역배우들이 연기를 하기 때문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고민했다. 제작사에서 심리 치료사 분을 현장에 배치하면서 아역 배우들을 케어했다. 솔직하게 다루지 않으면 가짜가 될 것 같고 시청자분들께도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탁재영 작가는 "초반에는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하며 시청자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 이후에는 시청자분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 경민이 행하는 사적인 복수가 정당한가하는 고민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돼지의 왕'이 어른들을 위한 스릴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적나라하더라도 솔직하게 리얼하게 가자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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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던 배경에는 '돼지의 왕'이 OTT를 통해 공개된 것도 한 몫 했다. 탁재영 감독은 "글을 쓸 때 자유롭게 썼던 것 같다. 이런 대사, 상황, 액션들이 다른 지상파 매체에서 가능한 건가라고 생각했을 때는 지금 같은 작품이 못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절 고민없이 자유롭게 글을 썼다. 여러분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있었지만 처음에는 자기 검열 없이 썼던 것 같다"고 밝혔다.


'돼지의 왕'은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지만 탁재영 작가는 "'돼지의 왕'이 단순히 학폭을 다루는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금 더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에 대한 근원적 질문, 세상은 왜 강자와 약자로 나뉘고 그 안에 폭력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학폭을 소재로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중후반에는 더 큰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고 시청자분들도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원작자 연상호 감독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연 감독은 "10화 정도까지 대본을 봤다. 원작과의 메시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돼지의 왕'이 가지고 있는 계급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을 담아낸 것 같다"고 전했다. 탁재영 작가 역시 "관객으로 '돼지의 왕'을 봤을 때 메시지가 울림이 있어서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다만 조금 더 재미있게 보여드리는게 작가로서의 목표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연상호 감독은 "최근에는 혐오로써 모이는 이데올로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데올로기가 형성되는 것에 여러 과정이 있는데 혐오로써 모이는 이데올로기의 정체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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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돼지의 왕'이 공개됐을 당시에도 학교폭력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그리고 학교폭력은 해결되지 않으며 많은 피해자들을 낳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당시 여러 학원 폭력 전문가들과 토론회를 갔던 기억이 난다. 한국의 학생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거의 전부다. 가정이 있지만 그 역할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토론회 당시 사람이 한 커뮤니티에 올인하기보다 여러 커뮤니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한국은 한 커뮤니티에 올인하는 형태의 구조다. 그런 구조가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인 것 같다. 예술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예술하려면 올인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저는 하나의 커뮤니티에 올인하기보다는 비슷한 힘을 가진 여러 커뮤니티에 힘을 배분하고 하나의 커뮤니티에서 받는 상처를 다른 커뮤니티에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탁재영 작가는 "결국에는 연대라고 생각한다. 서로 받은 상처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연대에서 또다른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나의 연대, 커뮤니티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인지 해가 되는 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극 중에 학폭 피해자들은 20년이나 그 상처를 갖고 살아간다. 반면 가해자들이 이를 학창시절의 즐거운 추억, 장난 정도로 언급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도 공분을 느끼게 했다.


탁재영 작가는 "학폭 가해자들에게 한 번 쯤은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장난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번 인터뷰는 '돼지의 왕'이 4화까지 공개된 후 진행됐다. 이후의 관전포인트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탁재영 작가는 "캐릭터의 변화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지금은 범죄 스릴러로 연쇄 살인마를 추격하는 내용이라면 중후반으로 갈수록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오게되는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집중해서 보면 훨씬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원작에서 중요한 인물이 다음화부터 등장한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시작하면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일단은 시작해달라. 12화까지 정말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 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중요한 인물'이란 원작에서도 등장하는 캐릭터인 김철이다. 탁재영 작가는 "12부작이라고 하면 터닝포인트가 6부라고 생각했다.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김철이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정종석과 황경민이 김철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하느냐가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정종석과 황경민의 캐릭터를 빌드업하기 위해 이후에 등장시켰다"라고 김철의 등장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덕행 기자 dukhaeng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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