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과 ENA 드라마 '보라 데보라'를 향한 대사 논란이 뜨겁다. 작품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논란의 시발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최근 방영 중인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다. 배우 김병철, 엄정화, 명세빈, 민우혁 등이 출연한다. 지난 14일 방송된 '닥터 차정숙' 10회는 시청률 18%를 기록하며 높은 화제성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의 코믹한 요소와 더불어 몸 개그 장면이 더러 보여 이목을 끌기도 했다.
잘 나가고 있는 '닥터 차정숙'에 찬물을 끼얹은 건 바로 대사 논란이었다. '닥터 차정숙' 7회에선 크론병 환자가 항문 복원 수술에 실패한 후 삶을 비관해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한 장면을 그렸다. 또 크론병 환자에게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할 수 있냐. 내 딸 인생을 망쳐도 분수가 있지", "이 병 유전도 된다면서. 이 결혼 자네가 포기해줘"라고 말했다.
여기서 크론병은 유전이 아니며 아직 어떠한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질병이다. 그런데도 '유전된다'라는 식의 내용을 포함한 대사,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쳤다"라고 말하며 환자를 무시하는 태도 등은 큰 반감을 샀다. 시청자들의 반발심에, '닥터 차정숙' 측은 "해당 에피소드는 크론병 증세 중에서도 중증도 만성합병증을 가진 환자의 특정 케이스를 다루려 한 것이나, 내용 전개 과정에서 일반적인 크론병 사례가 아니라는 설명이 미흡하였습니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해당 장면은 어떠한 조취 없이 드라마 내에 남아있는 상황. 후속 대응 없이 사과를 남긴 '닥터 차정숙'이 화제성에 아쉬움을 남겼다.
이와 비슷한 논란으로 '보라 데보라'가 언급된다. '보라 데보라' 속 데보라(유인나 분)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외모 가꾸기를 비교한다. 데보라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자기 배설물 위에 누워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한 컵의 물을 받아서 반만 마시고, 나머지 반으로는 세수를 했다"며 "유리 조각으로 식판 뒤 얼굴을 보며 면도도 했고, 그리고 살아남았다. 외모를 가꾸고 치장하는 건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사 중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학살이 자행됐던 곳이다. 당시 유대인으로 수용자 약 400명이 목숨을 잃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당 장소를 외모관리를 비유하는 대사로 활용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 '보라 데보라' 측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시각으로 언급했어야했는데, 신중하고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다"라며 "역사적 비극을 가볍게 소비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는 점 말씀드리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보라 데보라'의 대사는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질타를 받고 있다. 결국 '보라 데보라' 측은 해당 장면을 삭제키로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K-드라마' 열풍이 부는 가운데 '닥터 차정숙'과 '보라 데보라'의 행보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런 논란의 밑바탕엔 결국 제작진의 안일함이 낳은 결과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드라마들의 대사 논란이 거듭 문제시되고 있다. 먼저 '보라 데보라'는 역사적 비극을 주인공의 외모 관리에 빗대어 표현했다. 또 '닥터 차정숙'도 크론병 증세를 일반화하면서 지탄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제작진의 안일함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 역사적 피해자 혹은 환자들이 존재함에도 극중 특정 인물의 설정,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적으로만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시청자들은 잘못된 정보 전달이나 도의적으로 옳지 못한 작품에 발빠르게 움직인다. 대사 논란이 작품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직결되는 속도도 더욱 빨라졌"라며 "결국 작가와 감독 등 제작진이 면밀하게 리스크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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