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희극여배우들'(정경미 박지선 김영희) 코너는 지난해 7월 첫선을 보였다.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는 기자회견장을 배경으로 마스크를 쓴 개그우먼들이 자신의 불만을 개그로 승화, 웃음을 안겼다. "저는 ~가 아닙니다", "누구를 위한 ~라 말입니까" 같은 유행어도 만들어 냈다.
'개콘'의 맏언니 정경미는 7년째 연애만 하고 있는 남자친구 윤형빈에게 대한 불만을 토로했고, 박지선은 "못 생기지 않았다"며 항변했다. 김영희는 항상 실제 나이보다 많게 보여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개콘' 코너가 거의 그렇듯 '희극여배우들' 역시 초반에는 참신했다. 남성 개그맨 위주의 '개콘' 분위기에서 개그우먼들만으로 코너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었다. 정경미, 박지선, 김영희가 전하는 시트콤 같은 주변 이야기들도 재미를 충족시켰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희극여배우들'은 그러한 의미와 재미를 잃어가고 있다. 오랜 연인 윤형빈에게 은근히 결혼 압박을 하던 정경미는 그 무대에서 윤형빈의 프러포즈를 받음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 더 이상 '불만'이 없게 됐다. '못생기지 않았다'는 박지선은? 6개월 동안 그 얘기만 듣다보니 이제는 별 감흥이 없다. 김영희의 '노안이 아니다'는 토로 역시 마찬가지다.
살포시 지어지던 웃음이 어느새 '또 그 얘기야?'가 된 순간이 온 것이다. 가족 얘기, 주변 얘기, 동료 얘기가 소재만 살짝 바뀐 채 '우려먹기'식으로 계속 등장하다보니 그 얘기가 다 그 얘기가 같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매주 반복되다시피 하면서 '개그우먼들만의 코너'라는 의미 자체도 퇴색하는 느낌이다. 신변잡기적 푸념은 굳이 '희극여배우들'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필요치 않아 보인다. 차라리 여성판 '네가지'를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희극여배우들'은 코너가 7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개콘'이 코너 연장의 방법으로 자주 애용하는 '게스트 출연'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김정난, 김완선, 솔비 등이 출연했다. 앞서 '감수성'이나 현재의 '생활의 발견'처럼 생명력이 다된(결국은 아이디어 고갈이다) 코너의 '생명연장술'로 자주 쓰이는 '개콘'식 해법이 '희극여배우들'에도 쓰이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로서는 '오늘은 또 어떤 게스트가 나오나'하는 코너가 또 생긴 셈이다. 잦은 게스트 출연으로 '게스트콘서트'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개콘'의 또 다른 '악수'다.
근래 들어 '개콘' 코너들이 '박수 칠 때 떠나기'를 잘 못하고 있다. 게스트로 몇 달은 더 버틸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희극여배우들'에게 쏟아지던 플래시 세례는 이제 끝났다. 푸념은 동료들끼리 하면 된다. 트위터 같은 SNS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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