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자개그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병맛개그 시대!"
지난 3월 17일 KBS 2TV '개그콘서트'에는 음악을 소재로 한 개그 코너가 등장했다. 생각 없이 보다가 마음껏 웃게 하는 코너는 바로 '신사동 노랭이'다.
'신사동 노랭이'는 송준근(34), 이종훈(32), 김성원(30)을 주축으로 서태훈(27), 이상훈(32)이 꾸린 코너다. 노란 의상부터 느닷없이 등장하는 노래와 안무가 웃음 포인트다. 풍자 없이 단순히 음악을 소재로 해 부담이 없다.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지만 한 주 편집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재회해 일요일 저녁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신사동 노랭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신사동 노랭이'의 다섯 남자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코너는 천재 작곡가를 소재로 한 개그에요. 송준근, 이상훈, 김정훈이 이 코너를 짜서 검사를 맡았죠. 코너가 약간 부족해서 제가 다시 한 번 짜보자고 했고, 그 때 서태훈도 합류하게 됐어요."(이종훈)
'신사동 노랭이'가 첫 방송 당시 화제를 모았던 이유 중 하나는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본명 이호양)와의 연관성이다. 앞서 '용감한 녀석들'이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풍자한 만큼 누군가를 풍자하고 디스 하는 것은 아닐까 궁금증을 낳았다. 이에 송준근과 이종훈은 개그 성격 자체가 다르며,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사동 노랭이는 당초 저 혼자의 역할이었어요. 그러다가 리허설을 하면서 이종훈과 김성원이 함께 하는 팀이 되어버렸죠. 디스나 풍자의 의도는 전혀 없어요. 한 마디로 '이게 뭐지?'하는 병맛 개그가 우리 코너 콘셉트에요. '용감한 녀석들'과 비교하시면 안 돼요."(송준근)
"신사동 호랭이에게 얘기를 했는데,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걱정을 했었는데 오히려 자기를 소재로 써달라고 해서 한시름 덜었어요. 나중에 게스트로 출연할 의사도 있다고 했어요."(이종훈)
'신사동 호랭이'에는 '멘붕스쿨'의 송준근, 서태훈, 김성원이 또 한 번 뭉쳤다. '멘붕스쿨'의 연장선은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제가 알고 보니 음악 선생님이었고, 학교 밖에서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거죠. 하하하."(송준근)
송준근은 '신사동 노랭이'를 통해 모처럼만에 캐릭터 변화를 시도했다. '생활의 발견', '멘붕스쿨'에서 신사적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스스로 변화에 대해 '이제 깨야 할 때죠'라고 말했다.
"캐릭터 연기에 목말라 있었어요. 이번 코너를 통해 이전 캐릭터와는 전혀 다르게 까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장수를 노린다? 시청자들을 마음껏 웃기는 것이 우선!"
송준근이 출연한 코너들 중 일부는 단명했지만 한 번 인기를 얻으면 6개월 이상 장수했다. 최근 대표작으로는 '생활의 발견'이다. '신사동 노랭이'가 장수할 수 있을지 송준근에게 물었다.
"지금 장수를 말하기에는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아요. 지금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야하고,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하죠. 앞으로 시청자들이 마음껏 웃을 수 있도록 해야죠."
송준근 외에도 이상훈도 '신사동 노랭이'에서 기존에 자신이 보여준 캐릭터에서 벗어났다. 2011년 데뷔 후 '감사합니다', '좀도둑들' 등 인기 코너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던 그가 이번에는 선후배를 받쳐주는 조연을 자처했다.
"데뷔한지 얼마 안 됐지만 누군가를 받쳐주는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 코너에 합류하게 됐을 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 코너가 제 개그 인생에 있어서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김성원·서태훈 "'멘붕스쿨' 잊어주세요!"
송준근과 '멘붕스쿨'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성원은 '신사동 노랭이'의 다른 멤버들 보다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는 송준근, 이상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개그콘서트'에 들어온 이후 시작부터 끝까지 무대에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멘붕스쿨'에 이어 이번에도 영어 개그를 하는데 언젠가 그 틀을 깨고 싶어요. 김성원 하면 '오 마이 갓'을 많이 생각하시죠. 이번 코너를 통해 벗어나 볼 생각이에요."
서태훈은 '신사동 노랭이'를 통해 '멘붕스쿨'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유행어 '꺼이꺼이'는 이제 '개그콘서트'에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초등학생들이 저를 보면 '꺼이꺼이'라고 불러요. '멘붕스쿨'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죠. 이 코너에서 노래를 부르는 연습생 역할인데 동료들이 노래 부르다가 '꺼이꺼이' 할 것 같다고 해요. 그래서 '꺼이꺼이'는 이제 안 할 거예요. 물론 '멘붕스쿨' 멤버로 행사를 할 때는 해야죠."
'신사동 노랭이'를 이끌고 있는 멤버들은 자신들의 대표 유행어가 있었다. 이 코너가 노래와 콩트가 합쳐진 만큼 어떤 유행어가 탄생하게 될까 궁금하다. 하지만 멤버들은 유행어에 대한 생각은 일단 없다고 뜻을 모았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을 웃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개그맨들에게 유행어는 당연히 욕심이 나죠. 하지만 '이것을 유행어로 밀고 나가자' 하는 부분은 없어요. 저희가 신선한 아이디어로 코너를 꾸민다면 관객,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하는 것이 유행어가 나올 것이라고 믿어요."
"잘 되면 앨범 제안까지?"
'신사동 노랭이'의 멤버들은 지난달 24일 방송에서 제작진으로부터 미리 편집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대해 멤버들은 안타까워했다.
"녹화를 마치고 나서 편집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작진이 편집 될 것이라고 귀띔해 주셨어요. 다 좋았는데 마지막에 음악이랑 저희가 짠 개그랑 맞지 않았어요. 초반에 바람을 잘 타고 가야하는데 편집돼서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신사동 노랭이'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노래를 어떻게 편곡해 표현해 낼지 기대해 주세요."
'신사동 노랭이'의 이종훈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최근 '개그콘서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그콘서트'가 예전만 못하다는 시청자들의 평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개그콘서트'에 대한 시청자들은 때로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세요. 그런 부분이 한편으로는 가슴 아프죠. 저희 개그맨들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드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개그콘서트'를 보고 많은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개그맨들도 같은 생각일 거예요. 시청자들이 웃으셔야 저희가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신사동 노랭이'로 많이 웃겨드릴게요."
'신사동 노랭이'의 멤버들은 코너의 성공에 부푼 꿈을 꾸고 있다. 지금은 편곡 위주의 노래지만 이러다 진짜 작사·작곡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 아닐까.
"저희가 잘 되면 가수들이나 연예인들에게 곡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유명 작곡가가 저희에게 곡을 주고, 앨범 제안도 있을 수 있겠죠. 하하하."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