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보코', '탑기코', '프런코'···.
최근 TV예능의 추세는 전문화, 세분화. 과거 비슷한 유형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던 TV는 어느 새인가 '차별화'를 화두로 시청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과거 '6,7,9,11'식으로 단 3개의 지상파만 있던 시절에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던 일. 하지만 현재는 지상파 외 케이블채널, IPTV 등 수백 개의 채널에서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들이 방송 중이다. '하는지도 모르는' 프로들도 부지기수. 이 와중에 케이블 예능의 '질주'는 방송가에 새로운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1990년대 케이블방송에 처음 등장했을 때, 지상파 방송사나 시청자들에게 케이블은 'B급'의 인상이 강했다. 지상파 재방송이나 시청자들을 현혹키 위한 '저질방송'들이 난무했다. 케이블은 지상파에서 애국가가 울릴 무렵, 잠 못 이루는 올빼미 시청자들의 시간 때우기용으로 애용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엠넷에서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케이블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올해 시즌5를 맞는 '슈퍼스타K'는 수백만 명의 참가자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케이블사(史)를 다시 쓰고 있다. 이 '슈퍼스타K'로 말미암아 지상파에도 '위대한 탄생', 'K팝스타' 등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상파가 케이블을 따라가는 형국이 된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들의 물적, 양적 도전에도 '슈퍼스타K'의 '국민 오디션' 지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슈퍼스타K'에서 분 케이블 예능 '대세' 바람은 '엠넷 보이스 코리아(엠보코)', '탑기어 코리아(탑기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프런코)' 등 CJ E&M 계열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며 예능가를 주름잡고 있다. 하반기'에 '슈퍼스타K'가 있다면 상반기에는 이들 '~코'들이 있는 것.
지난해 첫 선을 보였던 서바이벌 프로그램 '엠보코'는 올해 상반기 시즌2를 선보이면서 '최강 보컬리스트들의 경쟁의 장'으로서 '오디션 끝판왕'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특히 '엠보코'의 경우 시즌2 15회 제작비에 60억 원(판권료 포함) 가까이 투입되는 등 CJ E&M이 각별한 애정을 기울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월 22일 첫 방송한 '엠보코2'는 시즌1과 비교, 현직 가수들의 보컬 선생 등 숨겨진 고수들이 대거 출연, 관심을 모았다. '엠보코2'는 15주간 방송되면서 평균 3~4%(닐슨 코리아 케이블 유가구 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슈퍼스타K'에 이어 '금요일 오후 11시 엠넷'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지난 5월 31일 치러진 파이널 라운드에서 오른 이예준, 유다은, 이시몬, 윤성기는 방송 초반부터 빼어난 실력으로 일찌감치 우승 후보로 점찍어졌으며 이들이 배틀라운드 등 각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이들은 시즌1 우승자 손승연을 넘어서는 실력으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엠넷 김기웅 국장은 "출연자들의 실력이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며 "다음 시즌3에는 구성을 많이 바꿀 생각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만큼 좀 더 경쟁적인 내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슈퍼스타K' 시리즈의 아성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대국민오디션 슈퍼스타K'와 차별화되는 '가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서 자리 잡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CJ E&M 계열 케이블채널의 장점은 '전문화', '세분화'. 지상파가 '시청률'과 '수익성'을 내세워 꺼리는 프로그램들을 CJ E&M은 착실히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XTM 자동차 버라이어티쇼 '탑기코'와 온스타일 패션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런코'다.
영국 BBC '탑기어'의 오리지널 한국버전인 '탑기코'는 지난 2011년 KTX와 아우디, 비행기간 서울~부산 랠리로 관심을 모으며 시작했다. 시즌2에서 자동차와 전투헬기 간 경주, 시즌3에서 360도 롤러코스터 회전 실험 등 기존 국내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자동차의 모든 것'을 담아 사랑을 받고 있다. 더불어 각종 시험과 연예인 랩타임 대결 등으로 일반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이고 있다.
현재 시즌4를 방송 중인 '탑기코'는 평균 시청률 2%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스위스 산맥에서 펼쳐진 레인지로버와 윙슈트 간 경주 등 앞선 시즌 못지않은 이벤트로 '탑기코' 마니아들의 흥분시키고 있다.
XTM 민정호 총괄팀장은 "'탑기코'는 자동차 리뷰 보다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큰 규모의 챌린지들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라며 " 현재 시즌4를 방송 중임에도 올 하반기를 목표로 시즌5 기획에 들어간 상태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버라이어티쇼가 되는 것이 '탑기어 코리아'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CJ E%M 계열 프로그램 중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런코'다. 지난 2009년 시즌1을 시작, 올해 그간 화제의 출연자들을 모은 '프런코 올스타' 편을 방송했다. 시즌4 이상 방송은 미국의 오리지널 '프로젝트 런웨이'를 제외하고 '프런코'가 전 세계 처음이다.
이번 시즌에는 시즌1의 이명신, 정재웅 남용섭, 시즌2의 정미영, 윤세나, 최창숙, 현성식, 시즌3의 황재근, 시즌4의 조아라, 임제윤, 김성현, 오유경이 대결을 펼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컬렉션에서 진행된 파이널 라운드에서 디자이너 황재근이 신데렐라 콘셉트로 이명신, 임제윤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프런코' 연출자 정종선PD는 "'프런코'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로컬 버전 중 최장수 시즌을 기록할 만큼, 국내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며 "'프런코'는 실력 있는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데 의미가 있었고, 더불어 이렇게 출중한 실력을 지닌 국내 디자이너들을 수많은 대중에게 알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13년 F/W 패션위크에서는 '프런코' 출신 디자이너 오유경, 이명신, 김홍범, 계한희 등가 활약을 펼쳤다. '프런코' 출연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디자이너들은 각자 실력을 쌓은 후 본인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점차 패션계의 튼튼한 재목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PD는 "해외 디자이너의 옷에만 관심을 쏟던 사람들이 국내 디자이너의 실력에 대해 알게 되고, 더불어 그들의 옷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 무척 뿌듯하다"며 "국내외 패션 산업이 대형 자본에 움직이는 현재 상황 속에서 '프런코' 출신 디자이너들이 국내와 세계 시장으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는 것은 담당 PD로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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