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상반기 KBS 예능프로그램은 롤러코스터처럼 변화와 안정의 격동기를 겪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호평을 얻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뜻하지 않은 '위기설'로 몸살을 앓은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 중에서 '달빛프린스', '이야기 쇼 두드림은' 폐지돼 시청자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했다.
이처럼 6개월 동안 다사다난했던 일들이 발생했다. 최근 미디어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면서 과거의 웃음코드는 식상함이 되어버렸고, 예측 불가한 소재들이 사랑받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많아진 채널을 보며 눈이 높아졌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방불케 하는 지상파 예능전쟁 속에서 신생인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은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고, 대표 장수프로그램인 KBS 2TV '해피선데이'는 여전히 약진했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쳐야 했던 6개월은 어땠나? 마케팅 업계에서 활용하는 'SWOT분석'으로 알아보자.
◆ 평일 예능의 신흥세력 '예체능'
'예체능'은 올해 초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폐지된 '달빛프린스' 시간대 안착했다. 구 천하장사 출신 강호동, 비주얼 담당 최강창민, 예능과 운동에 능한 이수근을 비롯한 최정예 멤버들이 다시 뭉쳐 '예체능'을 탄생시켰다.
그야말로 '와신상담'의 결과물이었다. 방송 전만해도 생활체육, 시청자와 함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달밤의 체조도 아니고 과연 통할까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뚜껑을 여니 시청자들에게 통했다. 누구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점, 동시간대 토크 프로그램과 달리 정적이지 않고 역동적이라는 점이 해당됐다.
이들은 탁구, 볼링 종목까지 이어갔다. 탁구는 서울 상도동, 목동 동호인들과 맞붙었으며 볼링에서는 서울을 벗어나 대구 월성동, 인천 동춘동 팀과 경기를 펼쳤다. 회를 거듭할수록 실력과 방식이 진화해 이들의 출발을 지켜본 시청자들이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3명의 MC들 외에도 게스트의 약진도 눈길을 끌었다. 탁구 편에서 그야말로 예능우량주로 거듭난 조달환이 대표적이다. 과거 얼굴은 낯익은데 이름을 모르는 배우에서 지금은 '탁구의 신'으로 거듭났다. 시청자들은 그의 능력 외에도 신선함에 이끌려 호응했다. 이 외에도 박성호, 김재경, 정은표도 함께 했다.
볼링에서는 안형준, 이병진, 알렉스도 동참했다. 이들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전국체전을 연상시키는 비장미가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도 볼링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예체능' 측 관계자는 18일 스타뉴스에 MC들의 조화에 대해 "강호동은 컨디션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에 게임에 임한 적 있다. 늘 호탕한 웃음을 짓다가도 전직 운동인 다운 모습을 드러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강창민의 경우 막내라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열정만큼은 형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프로그램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게스트들 역시 한 회 끝나는 상황이라 대충하고 끝낼 수 있음에도 늘 연습하고 최선을 다한다. 이게 바로 '예체능'의 매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체능'은 실전 경기에서도 긴박함을 자아내며, 일반인 동호인들도 주목한다. 동호인들도 각양각색인 사람들을 선발해 재미를 더한다. 시청자가 곧 동호인이 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매력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으로 언제 연예인과 함께 경기를 펼칠 수 있을까.
자체최고 7.5%, 평균 시청률 7%(닐슨 전국기준)를 형성하며 잘 이어오고 있지만, 자칫 평타만 칠 수 있다는 점은 위협이 될 수 있다. 신선함으로 출발한 만큼 이들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도 하반기에 지켜봐야 한다.
◆ 진화하고 있는 '해피 선데이'
맨발로 해외에서 뛰어다니다 국내로 들어온 친구들과 혹독한 군부대의 위협 속에서 '해피 선데이'는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KBS 효자 예능으로 20%대를 구가하던 시절은 아니지만 토크와 리얼 버라이어티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해피선데이'와 MBC '일밤'을 보면 예능이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음이 입증된다. 불과 7개월 전까지만 해도 둘의 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 이에 따라 '일밤'이 주목받으면서 '해피선데이'에 갖은 위기설이 닥쳤다.
그렇지만 위기설은 어디까지나 설 일뿐, 위기를 기회를 삼아 도약할 일만 남았다. 지난 주 방송의 경우 '맘마미아'와 '1박2일' 모두 독한 마인드로 청정 웃음을 선사했다. 방송 후에도 반색이 이어질 정도였다.
먼저 올해 초 중년 아저씨들의 로망 '남자의 자격'이 폐지되고, '맘마미아'가 새롭게 자리 잡았다. '맘마미아'는 명절 특집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당시 전체 특집프로 1위를 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집단 토크가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어머니를 키워드로 내세우며 차별화를 보였다.
가장 가까이 있지만 소중함을 잃기 쉬운 어머니를 예능에서 만날 수 있다. 물론 스타와 스타의 어머니가 동반 출연하지만 이들을 보면서 가족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티격태격하는 모녀, 친구 같은 모자사이를 보면서 거부감을 갖지 않게 한다.
제작진의 고민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MC들과 출연진이 마냥 앉아서 토크만 하는 것 이 아니라 야외로 종종 나가 소풍분위기를 살려낸다. 19년만의 KBS 주말귀환인 이영자는 몸소 나서서 현장을 압도하고, 박미선은 적재적소에 매듭을 짓는다. 여기에 규현은 MBC '라디오스타'에서 단련된 독설로 강한 두 누나 사이에서 활약한다.
조현아PD는 스타뉴스에 "어머니들이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 보니 적응하는 시간이필요하다. 한 분이 시작하면 다른 분들도 토크에 참여한다. 어머니들이 마음속에 담아둔 얘기들을 속 시원히 털어 놓고 간다. 조혜련 어머니가 우울증이 있으셨는데 많이 좋아지셨다. 요즘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스타들이 있는 만큼 기대해 달라. 앞으로 '맘마미아'만의 재미로 찾아 뵙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박2일'은 어떨까. '1박2일'은 멤버들이 국내 이곳저곳을 누비는 리얼 야생 프로그램이다. '나만 아니면 된 다'는 복불복을 탄생시켰고, 리얼 예능버라이어티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새 멤버로 유해진이 맏형이 되고, 제작진도 변화하면서 '1박2일'의 틀은 지키되 조금의 변화를 시도하는 특집들이 등장했다. 주원의 급 섭외로 출연한 최강희, 식객 특집의 윤아, 허영만 화백이다. 게스트가 나올 때는 반응이 갈린다. 프로그램의 오랜 팬들은 다년간의 방송을 통해 멤버들끼리 똘똘 뭉칠 때 나올 수 있는 웃음이 나오지 못한다며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지난 주 방송된 복불복 대축제를 통해 '1박2일'만의 웃음이 살아났다. 제작진이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오프닝을 촬영하자 이수근은 "본관에서 촬영 할 때는 의미가 있다. 프로그램이 잘 되거나 위기일 때다"라고 말하며 돌직구를 던졌다.
최근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변화는 멤버들도 잘 알고 있는 터. 이수근의 셀프디스는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을 만들어냈다. 복불복 역시 기존의 '1박2일'의 불운과는 다 빗겨가 더욱 코믹한 상황을 만들었다.
제작진이 피하고 싶은 상황을 그대로 이어갔기 때문. 지극히 쉽고 편한 코스들이 당첨됐지만 역시 토크와 몸개그가 가능한 전천후 예능인답게 잘 살려냈다. 이처럼 '1박2일'이 변화와 안정을 오가며 왕좌 탈환을 노리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서도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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