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PD "'감자별' 결말 이미 정해졌다"(인터뷰)

발행:
최보란 기자
'감자별2013QR3'로 돌아온 '시트콤 귀재' 김병욱PD
김병욱PD / 사진제공=CJ E&M
김병욱PD / 사진제공=CJ E&M


김병욱PD는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지울 수 있을까?


케이블 채널 tvN 시트콤 '감자별2013QR3'(이하 '감자별')로 돌아온 시트콤의 귀재 김병욱PD는 인터뷰 내내 '혐의'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지붕킥'의 반전 결말과 비극이 담긴 코미디, 어쩌면 비관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그의 시트콤 내용은 파격이었다. '김병욱PD표 시트콤'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런 몇 가지 생각들은 그는 스스로 혐의라고 불렀다.


웃음이 시트콤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때에 김PD는 우리네 인생사의 비극을 코미디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번 '감자별'에서도 분명히 김PD만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들이 드러날 터.


그러나 '하이킥' 시리즈 대신 '감자별'이라는 새로운 작품을 들고 온 만큼, 김PD는 이번 기회에 일련의 '혐의'들에서 조금 벗어날 생각이다.


-'하이킥' 시리즈가 아니다. 새 작품 소감은?


▶ '하이킥' 제게 씌워진 안 좋은 혐의가 있는데 드라마 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번엔 초반에 가능한 한 고민 않고 즐겁게 보시게 했다. 최대한 코미디를 많이 보여주려 한다. 우울하게 다룬다는 지적이 있어서 이번엔 안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트콤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다뤘었는데.


▶ '하이킥3'때는 그랬다. 정치의식을 가진 게 아닌데, 사회적으로 올바르다 생각하는 것에 빠졌었다. 제게 정치적 색깔이 있느냐고. 그렇고 보시는 분들 많았다. 돌이켜 생각하면 어떤 이야기를 무리하게 넣으려고 했던 부분도 있었다. 반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년실업에 대해 소재만 쓰고 잘 다뤄내지 못했다. 관념적으로 센 대사 쓰면 정치적으로 좋은 드라마라고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젠 편하게 웃고 즐거웠으며 좋겠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도 많이 참여했다.


▶ 이순재, 노주현, 줄리엔 강 등이 있다. 전작들과 캐릭터가 조금씩 달라지면 보여줄 수 있는, 유리한 코미디 요소들이 있다. 특히 이순재, 노주현 선생님은 대본 리딩 할 때 제일 재밌는 분들이다. 그분들이 어떤 식으로 대사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잘 표현할 수 있고, 그분들도 저희 대본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이순재는 세 번째 호흡인데.


▶ 저희가 잘하는 게 어른들 코미디다. 근데 '하이킥3'에서는 좀 벗어나고 싶고 청춘물 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 못했는데, 그때 선생님 서운해 하시더라. 이번엔 캐릭터가 있는데 연기할 배우가 없다고 했더니 스케줄 비워두셨다고 하더라. 이번에 92세 주책없는 할아버지로 캐릭터로 나온다.


김병욱PD / 사진제공=CJ E&M

-최근 시트콤들이 예전만큼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다.


▶ 시트콤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가, 시트콤은 캐릭터 드라마라 그렇다. 10명이든 15명이든 캐릭터 하나하나가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누가 비중이 크던 작던 자기 차례가 돌아온다. 드라마가 어떤 사건을 위해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가는 반면, 시트콤은 매 장면 장면이 중요하다. 제작비도 드라마에 비해 많지 않고, 코미디와 캐릭터가 살아야 되고, 각각의 이야기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에피소드들이 기존 것과 겹치지 않아야 한다. 저도 화장실 소재만 나와도 예전에 '하이킥'에 나왔던 거라고 얘기가 나온다. 서사의 방식이 다른데도 그런 에피소드를 다 피하면서 만드는 게 어렵다. 실패할 확률이 많지만, 8개월 동안 좋은 시트콤이 있다는 것을 알려보자고 '감자별'을 시작했다.


-신예 하연수와 서예지의 캐스팅이 눈길을 끄는데?


▶ 하연수는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좋았다. 기획사에서 연기수업으로 길들여진 색깔이 아니랄까, 날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기계적인 연기가 아닌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눈빛이다. 바로 다음에 김은숙 작가랑 미팅이 있다고 해서, 시놉시스를 준 뒤 일부러 빨리 결정하라고 했다. 본인이 재밌어 해서 바로 결정했다. 서예지는 한 번도 못 본 친구였는데, 작가가 되게 좋아하더라. 그 친구도 느낌이 좋아서 캐릭터를 잘 만들어 볼 테니 같이 하자고 했다. 스페인에서 지내다 왔고 연기는 전혀 안 해 봤지만, 그런 게 오히려 좋았다.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왔는데.


▶ '순풍' 때부터 대본이 좀 거칠었다. SBS는 오후 9시라 좀 덜했는데 MBC는 오후 7시에 하면서 심의와의 싸움이었다. 별거 아니지만, 케이블은 대본에 별로 제재가 없다는 점이 좋다. 또 하나 지상파는 콘텐츠 질에 상관없이 시청률 15% 안 되면 실패했다고 생각이 있어서. 또 세트를 고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제작하는 사람으로선 굉장히 중요하다. 큰 게 아닌 것 같아도 우리 집처럼 쓸 수 있는 게 좋다.


-화장실 유머에 대한 애착이 있나?


▶ 첫 대본 보여줬더니 재미있다고 하더라. 화장실을 노골적으로 사용한 에피소드가 많다. 공중파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도 많지만, 오후 9시대라 마음대로 하겠다. 벗어난 기념은 해야지. 쌓였던 에피소드가 많다. 인물들이 친해지는 과장이 화장실을 쓰면서 이어진다. 지저분한 코미디이긴 한데 재미있을 것 같다.


김병욱PD / 사진제공=CJ E&M

-이적, 윤건, 장기하 등 가수를 섭외하는 이유가 있나?


▶ 이적씨는 음악으로 도움 받고 싶은 것도 있었고, 내레이션을 잘한다. 음색이 좋아서 전체적인 화자로 쓰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사실 음악적으로도 많이 이용한다. 장기하씨는 가난한 기타리스트로 나오는데 '싸구려 커피' 가사에 등장하는 생활 그대로다. 그래서 패러디하기도 좋고 배경음악에도 자주 나온다. 그리고 똑똑하더라. 이적씨와 작업해보니 똑똑한 친구들이 초반에는 연기를 잘 못해도 나중엔 굉장히 잘한다. 말을 한 박자나 반 박자 늦게 반응하는 스타일인데,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보니 너무 매력적이더라. 연기수업 해야 되냐고 물어서 일부러 하지 말라고 했다.


-기존 작품에서 개구멍, 땅굴 등 독특한 설정이 많았다.


▶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소행성이 날아온다는 설정. 이야기의 서사 자체는 전통적이지만,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달이 떠있고 그 옆에 감자처럼 생긴 행성이 떠 있으면 어떨까하는 상상에서 드라마로 옮기게 됐다. 영화 '멜랑콜리아'를 재밌게 봤는데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 그런데 재난 스토리가 아니라 우울증에 관한 스토리. 작품을 할 때 코미디에 대한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아서 슬픈 지점이 많다. 제가 가진 세계관이다.


-세계관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김병욱만의 세계관?


▶ 극중 어떤 사람 암에 걸리는데, 그걸로 코미디를 하는 게 모든 사람을 웃길 수 있느냐다. 제가 슬픈 결말을 두고 복선을 깔면서 코미디를 한다는 혐의가 있다. 사실 '하이킥' 때는 결말을 안 안정하고 만들었는데 '감자별'은 결말까지 다 짰다. 정해놓고 시작한다. '하이킥' 때는 수많은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랑 차이점을 생각했다. '지붕킥' 결말이 욕을 먹었어도, 이런 결말이 있을 수 있겠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이라고 늘 캔디처럼 이겨내는 게 아니고, 남자주인공이 꼭 불같이 사랑할 필요 없다. 지훈이(최다니엘 분)는 끝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몰랐다. 드라마라고 모두 판타지를 충족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까. 염세적이고 비관적일 수도 있다. 다른 작품이 있어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제 나름의 균형감이다.


고작 시트콤 하나 하면서 왜 심오하냐고도 한다. 하지만 저는 심오한 사람이 아니다 99.5%가 허접한 농담인데 0.5%가 그것이다. 그것이란 뭔가를 전달하려는 욕심이랄까. 저는 '설국열차'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드라마 중 하위 장르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도 생각을 가졌을 거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조금 들어갈 수 있다.


'감자별'은?우주에서 비정상적인 천체 운행이 일어났다는 설정 하에 노씨 집안를 중심으로 한 좌충우돌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시트콤. 시트콤 제목의 '2013QR3'란 천문학계에서 새롭게 발견된 행성에 일련번호를 붙이는 방식을 빗댄 표현이다. 이순재, 노주현, 금보라, 여진구, 하연수, 서예지, 고경표, 장기하, 줄리엔 강, 김정민, 최송현, 김광규, 오영실, 김단율, 정준원 등이 출연한다. 오는 9월23일부터 매주 월요일에서 목요일 오후 9시15분 주 4회 방송된다. 120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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