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자! 사람들이 욕하면서 보고 있다. 더 막장 가족드라마 보여줘!"
KBS2TV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시청률의 제왕'(이하 '시청률의 제왕') 속 상황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드라마 제작자로 나오는 개그맨 박성광이 늘 하는 말이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극본 임성한·연출 김정호 장준호, 제작 MBC C&I)에 딱 들어맞는 것이다.
'시청률의 제왕'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자극적인 소재와 막장 스토리를 끼워 넣고, 발연기하는 아이돌 배우를 등장시키거나 무리한 PPL을 내보내는 현 방송가를 풍자하며 웃음을 전하고 있다. 물론 코미디인만큼 실제보다 더 과장하고 극단적인 형식으로 표현하며 웃음의 카타르시스를 전하고 있다.
이 코너는 이야기가 평이하게 진행될 때는 시청률이 떨어지다가 무개념 막장 스토리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그려내며 시청률에 목매는 방송계의 모습을 그려내며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좀 더 세게", "무개념으로!", "막장으로 가자"라고 주문하며 시청률에 매달리는 뻔뻔한 제작자 박성광의 연기와, 제작자의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자극적인 전개에 힘을 보태는 개그맨들의 연기가 어우러지며 지난 4월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청률의 제왕'이 재미있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코미디가 실제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방송되고 있다.
'오로라 공주'는 주인공 여자 오로라(전소민 분)에게 시련을 주기위해 아버지를 죽게 만들고, 올케언니 세 명을 미국으로 보내버렸다. 이어 자신을 아껴주던 세 명의 오빠들까지 마누라 찾아 미국으로 떠나게 만들었고 남아있던 가족인 엄마까지 오빠의 생일을 맞아 미국으로 떠나며 주인공을 외톨이로 만들었다.
자신이 키우던 개만이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오로라는개와 함께 살기 위해 남편에게 이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온다. 그 가운데 남편의 뺨을 때렸고, 동생이 뺨 한대 맞는 것을 본 시누이는 충격에 함묵증(말하는 것을 거부하는 증상)에 걸렸다.
주인공을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는 암에 걸렸지만 "암도 살아있는 생명체라 죽일 수 없다"며 항암치료를 거부하는 가운데, 옛 여자를 잊지 못하고 유부녀와 결혼을 꿈꾸고 있다.
그 와중에 오로라가 키우는 개는 말을 하고, 동성을 사랑하던 남자는 갑자기 한 여자에게 반해 결혼했으며, 한 주연배우는 유체이탈을 겪은 뒤 돌연 사망했다.
코미디가 아니라 실제 드라마 스토리라는게 놀랍다. 현재 122회까지 방송된 '오로라 공주'는 방송사가 초반 내세운 기획의도와 완전히 다른 전개를 펼치고 있다. 당초 재벌가 고명딸 오로라와 인기작가 황마마(오창석 분)의 좌충우돌 러브라인을 그릴 예정이던 '오로라 공주'는 이제는 줄거리가 뭔지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스토리만 이상한 것이 아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캐릭터는 모두 처음의 성격과 완전히 달라져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늘 당당했던 오로라는 어느 순간 화장실에서 눈물만 글썽이는 캐릭터로 전락했다. 배우로서 활약하며 CF까지 찍었던 그의 직업 관련된 이야기도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고 오로지 '먹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황마마도 마찬가지. 겉으로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남자였던 그는 어느 순간 비호감 지질한 주인공으로 전락하며 여성의 적으로 돌아섰다.
드라마 외부에서 들리는 잡음도 만만치 않다. 임성한 작가가 주연배우를 줄줄이 하차시킨 뒤 자신의 조카로 알려진 노다지(백옥담 분)의 분량이 늘어나 특혜논란이 일고 있는가하면, 초반 드라마를 30회 연장한 뒤 또 한 번 50회 연장을 요구하고 이에 시청자가 연장반대 운동과 작가 퇴출 운동을 벌이는 등 드라마가 안팎으로 시끄럽다.
이 모든 논란 가운데서도 '오로라 공주'는 10%중후반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청률 때문에 더욱 자극적인 전개를 이어나가는 한 개그프로그램 속 이야기가 실제 벌어지고 있는 꼴이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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