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든 과유불급이다. TV만 틀면 나오는 연애 예능도 그렇다. 베끼기에 급급한 연애 예능에는 신선함이 없다. 원조를 따라가려다 가랑이만 찢어지는 격이다.
최근 연애 예능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올해 이미 공개가 됐거나 공개를 앞둔 프로그램만 20개가 넘는다. 열풍의 근원지는 티빙의 '환승연애'와 ENA플레이 '나는 솔로' 시리즈, 넷플릭스 ' 등이다.
지난 7월 시즌2로 돌아온 '환승연애'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지나간 연애를 되짚고 새로운 인연을 마주하며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환승연애2'는 지난 시즌에 이어 티빙 유료 가입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첫 회 시청 UV가 시즌1 대비 7배 증가했으며 6주 연속 유료가입기여자수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나는 솔로'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7월 1기로 시작한 '나는 솔로'는 최근 10기로 접어들었다. 화제성 성적도 좋다.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8월 비드라마 부문 순위에서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점수 역시 1만8503점으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솔로지옥'도 큰 화제를 이끌었다. 커플이 돼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섬, '지옥도' 속 솔로들의 솔직하고 화끈한 데이팅 리얼리티 쇼로 출연자를 향한 관심이 쏟아졌다. 또한 한국 예능 사상 최초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글로벌 TV쇼 중 5위에 올랐고 다수 해외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연애 예능 맛집의 등장은 반갑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다. 맛집이 등장하니 비법을 베끼려는 프로그램이 수두룩하다. KBS joy '비밀남녀', 웨이브 '홀인러브' '썸핑' '남의 연애' '메리 퀴어', iHQ '에덴', tvN '각자의 본능대로', 채널S '나대지마 심장아',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2', 티빙 '결혼과 이혼사이', KBS 2TV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MBC에브리원 '다시, 첫사랑' MBC드라마넷 '러브마피아2', JTBC '러브인' 등이 올해 방영됐다. 하반기에는 쿠팡플레이 '사내연애' '체인리액션'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열풍이 과열됐다. 연애 예능이 화제를 모으기 시작하자 너나 할 것 없이 프로그램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특별한 것은 없다. 일반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 또 이를 지켜보는 출연자들의 토크가 이어진다는 점이 천편일률적이다.
출연자들 역시 유행에 편승 중이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출연으로 프로그램 진정성을 흩트리고 있다. 실제 연애 예능에서는 미디어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 방송인들이 여럿 포착되고 있다.
방송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열풍을 이끌었던 프로그램들을 제외하면 화제성은 미미하다. 대부분의 예능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이제 연애 예능의 포맷은 진부해졌고, 제작 의도까지 훼손되고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만 좇았던 연애 예능의 문제점이다. 시청자들의 피로도도 커질 수밖에 없다. 채널 수는 제한적인데 연애 예능 수만 넘친다. 시청자들의 선택지가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유행 편승은 방송가에서 흔히 보이는 순환이다. 과거 오디션, 트로트 프로그램이 성공하자 이후 복제 수준의 프로그램이 범람했다. 당시에도 원조 프로그램을 제외한 방송들은 큰 화제를 얻지 못했다.
전례만 봐도 알 수 있듯 따라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선함과 다채로움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송가들의 고심이 필요한 때다.
최혜진 기자 hj_622@mtstarnews.com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