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피지컬: 100'과 SBS '순정파이터'가 같지만 다른 맛을 내며 순항 중이다. 불꽃 같은 승부를 다룬 체육 예능이라는 점은 같지만, 그 안을 파고들면 각자의 매력을 갖추고 있다. '피지컬: 100'은 다양한 힘을 보여 주며 운동 욕구를 자극하고, '순정파이터'는 참가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그리며 감동을 안겼다.
지난달 24일 첫 공개된 '피지컬: 100'은 글로벌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피지컬: 100'은 세계 넷플릭스 TV 쇼 부문 정상에 올랐다. 총 87개국 중 38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피지컬: 100'은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인기 요인은 바로 '다양한 힘'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보통 힘이라고 하면 근육이 많고 힘이 센 '강함'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피지컬: 100'은 그 강함의 영역을 확장했다.
참가자만 봐도 그렇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등의 근육질 남성 체육인들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다. 레슬링 국가대표 장은실을 비롯해 운동 유튜버 심으뜸, 보디빌더 김춘리 등 여성 운동인도 다수 출연한다. 운동인 외에도 댄서 차현승, 산악구조요원 김민철, 농업인 김경진, 교도관 박정호, 카지노 딜러 성치현, 뮤지컬 배우 이국영, 셰프 오스틴 강, 가수 오반, 스턴트 배우 김다영, 치어리더 조연주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연령, 성별, 국적을 초월하고 힘겨루기에 참여했다.
100인의 출연자는 모두 체격이 다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강하다. 지구력, 유연함, 민첩함 등 자기만의 강함을 갖고 있다. 이들은 매 경기에서 이러한 강함을 인증하기 위해 자신의 한계치를 넘어선다. 성별과 연령을 뛰어넘어 많은 시청자가 각 도전자들에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피지컬: 100'에는 치열한 승부도 담겼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승부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도전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서로를 응원했다. 뜨거운 승부 속 따뜻한 응원은 '피지컬: 100'에 열광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
'피지컬: 100'이 강한 승부를 담아냈다면 '순정파이터'는 영화 같은 인생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나는 참가자들의 도전기로 이목을 모았다.
지난해 12월 21일 첫 방송한 '순정파이터'는 추성훈, 김동현이 섹시매미 팀, 정찬성, 최두호가 슈퍼좀비 팀으로 나뉘어 숨은 전사의 심장을 가진 도전자들을 찾고, 이들을 위한 특급 기술과 멘탈 코칭을 통해 진짜 파이터로 거듭나는 여정을 그린 예능이다.
눈에 띄는 참가자는 학폭(학교 폭력) 피해를 고백한 샌드백이다. 샌드백은 지난달 4일 "초등학생 때 괴롭힘을 당했다. 돈도 빼앗기고, 맞기도 했다. 여자 아이들 앞에서 바지도 벗겨진 적이 있다"며 "말 그대로 맞는 샌드백이었다"고 밝혔다. 샌드백이란 닉네임도 본인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단어였다.
이후 TV에서 우연히 UFC를 접하게 된 그는 격투기에 입문해 지금은 수준급 실력을 지니게 됐다. '순정파이터'에서도 그의 트라우마 극복 과정이 그려졌다. 그는 섹시매미 팀으로 들어가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성장해갔다.
또 지난 8일 방송에서는 같은 팀이었던 해운대 말벅지와 경쟁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팀원과의 경기에 마음이 약해졌던 그는 코치들의 격려 끝에 이내 각성,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밖에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 자신을 키워준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는 길바닥 파이터, 어머니의 수술비를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는 오천만, 어머니가 한국 사람이라 모욕당했다는 일본인 출연자 편도 비행기표 등의 사연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줬다. 공감대를 자극하는 서사들이 '순정파이터'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순정파이터' 시청률은 높지 않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일 방송된 8회는 1.5%(전국기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유튜브 클립 영상, 숏츠 등을 향한 관심도는 높다. '순정파이터'에 따르면 유튜브에 공개된 관련 클립 누적 조회수(2월 1일 집계 기준)는 방송 7회 만에 2000만뷰를 돌파했다.
이처럼 '피지컬: 100'과 '순정파이터'는 다른 매력을 갖췄다. 또 최근 몸과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방송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최혜진 기자 hj_6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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