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런 것까지? 내가 몰랐던 TV 속 게임 PPL

발행:
이덕규 객원기자

PPL(제품 간접 광고)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굿애프터눈, 굿 이브닝, 앤드 굿나잇'으로 유명한 바로 그 영화, 짐 캐리의 열연이 돋보였던 '트루먼 쇼'의 한 장면이죠. 30년의 인생이 전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트루먼은 아내와 다투는데, 그 순간 아내가 상당히 부자연스럽게 제품의 장점을 이야기합니다.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이니 PPL을 끼워 넣는 게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겠죠. 하지만 우리는 모든 걸 알기에, 트루먼의 가짜 아내가 건네는 멘트가 PPL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른바 티 나고 어색한 PPL인 셈이죠.


이렇듯 PPL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어색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잣집 어르신이 스트레스 받는다며 갑자기 안마의자에 누워 면담을 한다거나, 모든 등장인물이 한 가지 음료수만 마신다거나 하는 식의 PPL도 있었죠. '갑툭튀'한 제품 광고에 친밀감보다는 오히려 거부감이 드는 게 부지기수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좀 더 자연스러워진 데다 광고효과도 높아진 듯합니다. 이런 발전 덕분일까요. 요즘은 예능이나 드라마 속에서 게임 PPL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됐습니다.


크로스 파이어 @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정해인과 손예진이 연상연하 커플로 열연을 펼쳤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입니다. 남자주인공인 정해인은 극중에서 게임회사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데요, 이 회사가 바로 스마일게이트였죠.


미국 지사에서 근무하다 돌아온 정해인은 아무래도 '크로스 파이어' 담당인 것처럼 보입니다. 컴퓨터에 '크로스 파이어' 원화가 자주 보이거든요.


판교의 스마일게이트 사옥과 꽤 흡사한 드라마 세트장에서는 군데군데 '크로스 파이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무실 안에는 아예 총기들이 전시되어 있기도 한데, FPS라는 장르를 은근히 어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 파이어' 팀에 정해인은 없겠지만... 인기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게임회사 직원으로 출연한다는 게 참 재미있었죠.


그란투리스모5 @시크릿가든


조금 예전 드라마로 돌아가 보죠. 현빈과 하지원이 그리는 신데렐라 스토리 '시크릿 가든'에 자주 등장하는 집이 있는데요. 이 집에는 콘솔 덕후들의 드림기기인 휠 시트가 있었습니다. 게임은 무려 '그란투리스모 5'!


1997년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이 유구의 레이싱게임 시리즈는(발매 연기로 악명이 높긴 하지만)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어 왔죠. 리얼한 레이싱을 구현한 타이틀로 역대 레이싱게임을 꼽을 때도 빠지지 않는 게임일 정도로요.


사실 게임 자체보다는 저 레이싱휠이 상당히 멋졌기 때문에...거기다 현빈의 집은 복층 구조로 되어 있어서 천장도 높고 화려했죠. 백화점 사장이자 재벌 2세인 남자의 집이니 오죽하겠냐마는, 멋지다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 아닐까요!


마계촌 온라인 @ tvN 이웃집 꽃미남


2013년 tvN에서 방송된 드라마인 '이웃집 꽃미남'에는 '마계촌 온라인'이 등장합니다.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윤시윤(엔리케 역)이 게임 디렉터로 등장하고, 윤시윤이 개발한 게임이 바로 '마계촌 온라인'이었죠.


극중에서 강연을 하는 도중 '마계촌 온라인'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게임이 노출되었습니다. 정해인은 아트 디렉터, 윤시윤은 총괄 디렉터로 게임회사 드라마를 찍어도 되겠는데요(다들 야근하려나..). 물론 '마계촌 온라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긴 했지만... 출시연기와 게임에 대한 평가는 엔리케에게 맡겨 두는 것으로....


솔리팝 @ MBC 7급공무원


모바일게임도 이 PPL 대열에 합류한 바 있습니다. '하스스톤'도 모바일 버전을 지원하긴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만 사용하는 게임으로는 '솔리팝'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드라마 7급 공무원의 두 배우 최강희와 주원은 커플로 등장하는데, 이 두 사람이 커플로 '솔리팝 for kakao'라는 게임을 신나게 플레이합니다.


솔리테어와 심플한 캐주얼 퍼즐을 합친 형태의 게임인데요, PPL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게임의 재미를 맛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나 보네요.


하스스톤 @ SBS 런닝맨


이번에는 예능입니다. 런닝맨에서는 '하스스톤'을 한번이라도 해 봤다면(혹은 안 해 봤더라도 블리자드 게임 유저라면) 한번쯤은 마주쳤을 카드 일러스트가 등장했었죠.


런닝맨은 매회 독특한 미션을 부여하고 출연자들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부르고 배신의 연속이라 읽는다)을 담는 예능프로그램인데요, 미션카드의 뒷면이 '하스스톤' 카드의 이미지를 차용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게임에 대한 소개나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유저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이미지를 통해 PPL을 진행한 건데요. 그럼에도 너무나 확실한 '하스스톤'인지라 평가는 약간 갈린 편이었지만 "공중파에서 '하스스톤' 카드를 보니 반갑다"는 평도 많았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 @ 구내식당 ~남의 회사 유랑기~


최근 독특한 예능프로그램이 하나 나왔는데요, 국내 유수의 회사 '구내식당'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 출연진들은 지난달 제주도까지 날아가서 넥슨, 정확히는 네오플 사옥에 방문했습니다. 개발자들은 현장에서 직접 출연자들의 얼굴로 도트를 구현해 해파리 얼굴에 집어넣고 직접 잡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방송에서 공개된 작품은 '데이브 더 다이브'라는 작품인데요. 바다 속을 탐험하는 다이버 데이브가 심해를 돌아다니며 돌연변이 오징어(김영철)와 인면 해파리(이상민)를 때려잡는 플레이 영상을 방송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회사 구내식당을 탐방하는 컨셉트인 만큼, 회사에서 실제로 개발 중인 제품을 미리 보여준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상업성 짙은 타이틀이 아니라 실험성이 강한 타이틀이라 긍정적인 반응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방송이 나간 후 '데이브 더 다이브'는 내셔널 지오그래피와 제휴를 맺고 개발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또 한 차례 화제에 올랐죠.


'데이브 더 다이브'는 지스타 2018에서 플레이 가능한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방송에서 나왔던 것처럼 친구들 얼굴을 넣을 수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오버워치 @ MBC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PPL이 아니라고 공언한 바 있지만, 빼놓기 아쉬워서 넣어 봅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오버워치'를 했던 적이 있었죠!


지금은 종영된 예능이지만, 무한도전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국내 예능계의 탑을 찍었던 프로그램이었죠. 그래서 노골적인 PPL이 아니냐는 비난도 받았었지만 블리자드에서 직접 아니라고 밝힌 바 있어요.


사실 우리 게이머들끼리야 '오버워치' 정도는 기본소양처럼 느껴질 정도로 흥행한 작품이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에게는 너무도 어색하고 어설픈 첫경험이었던 모양이에요. 음성채팅조차 놀라운 그들에게 오죽했을까요!


게임을 친근하게 만드는 PPL


요즘 만원전철에 타고 있으면 흥미로운 풍경을 종종 발견합니다. 모바일게임 외길 8년을 걸으며 안 해본 게임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가끔 옆자리에 앉은 지긋한 노부인께서 본적도 없는 퍼즐게임을 하시는 걸 볼 때가 있어요.


발목이 삐어도 게임 너무 해서 그렇다고 하실 것만 같은 분들이 '캔디 크러쉬 사가' 최상위 단계까지 클리어하고 계신 걸 보면 미묘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좋은 게임은 연령에 관계없이 재미를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요.


그만큼 모바일게임뿐만 아니라 여러 플랫폼, 여러 장르의 게임들이 많은 이의 일상을 좀더 흥미롭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공중파 예능에서 '하스스톤' 카드를 볼 거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최근에는 게임을 간판 컨텐츠로 내세운 예능도 나오고 있는데요, 만병의 근원으로 여겨지던 게임이 더 많은 분들께 즐거운 일상의 휴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도 드라마, 예능, 또 영화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든 게임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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