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나, 속삭이는 무용]사군자 국화꽃 ‘살풀이춤’

발행:
채준 기자
/사진제공=조하나
/사진제공=조하나


액을 쫓는다! 살을 푼다! 한을 푼다!


이 모두가 ‘살풀이춤’과 큰 연관이 있는 말들이다.


옛 사대부들의 인격의 요체인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중 살풀이춤에 비유한 꽃은 국화꽃이며, 늦은 가을에 첫 추위를 이겨내며 피는 국화꽃은 가을꽃향기를 지니면서 인내와 지조를 지키는 군자의 상징 의(義)를 나타낸다.


흰색 치마저고리에 흰 수건을 들고 눈을 아래로 살포시 내리깔고 살풀이춤을 추는 모습은 한 떨기 국화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살풀이춤은 액을 풀기 위한 굿에서 비롯된 춤이며 살풀이 가락에 맞추어 추는 춤이다. 슬픈 곡조가 짙은 가락의 살풀이는 전라도 시나위 권에서 종교의식의 굿이나 놀이 형태의 굿 절차에서 무당이 부르는 노래와 반주가락 이름이고 이 가락에 맞추어 춤사위를 붙여 추는 것을 살풀이춤이라 한다.


하지만 조선왕조 몰락 이후 권번이나 기생 조합 등으로 모이게 될 때만 해도 살풀이춤이라는 양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당시 기방이나 기녀들에 의해 ‘수건춤’ ‘즉흥춤’ ‘입춤’등으로 불리면서 보편화된 춤사위로 추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귀족 취향의 품위 있고 아름다운 여성 춤인 기방무용으로 변모해 갔으며 세월이 흘러 전승되고 발전되어 예술성이 더해져 무대예술로 승화되었다. 1930년대 후반 무용계에서 ‘한국 근대 춤 아버지’로 통하는 한성준의 ‘조선 음악무용연구회’의 공연 프로그램에 살풀이춤이라는 용어가 나오면서 드디어 살풀이춤이 일반화되었다.



단아한 모습의 조하나가 선보이고 있는 한영숙류 살풀이춤/사진제공=조하나


살풀이춤은 20세기 초 무대에 맞게 양식화되기 시작한 전통춤이며, 춤꾼에 따라 ‘한영숙류’와 ‘이매방류’로 나뉘어 두 개의 류파별로 발전해왔다. 하나의 무속 춤에서 출발한 두 개의 류별 살풀이춤의 미적 특징의 차이가 크다.


한영숙 살풀이춤은 감정을 절제한 춤사위로 곱고 우아하며 깨끗한 춤사위를 볼 수 있고 다소곳하면서 단아함을 지니고 있는 한국 교유의 여성의 아름다운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맺고 푸는 독특한 춤사위와 기교적이며 동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으며 수건을 가지고 노는 사위와 발놀림에서도 기교를 볼 수 있다. 특히 남성적인 호탕한 맛과 여성스러운 교태스러움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두류파별 살풀이춤은 우리 민족의 고유 한의 정서를 예술로 담아낸 춤사위로 어느 춤 보다도 뛰어난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


무속음악에서 출발해 재인이나 기생 등 예인에 의해 기방 예술로 추어져 온 살풀이춤은 근대 이후에 무대화를 거치며 하나에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살풀이춤에 내재된 심성은 깊은 한(恨)이지만, 단순히 슬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환희와 신명의 세계로 승화시키는 이중 구조의 표현이다.


이는 슬픔과 아픔 뒤에 찾아오길 바라는 소망과도 같은 우리 인간이 가장 기본적으로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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