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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CC 개론] 23. LCC의 턴어라운드 타임 & 변형

발행:
채준 기자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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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어라운드 타임(Turnaround Time)의 최소화와 항공사 직원의 멀티태스킹은 같은 선상에서 어우러지면서 LCC의 효과를 가장 강력하게 발휘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존항공사와는 현저히 달라서 LCC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운영방식이라 할 수 있다. 턴어라운드 타임은 항공기가 도착해서 다음 비행을 하기까지 지상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가리킨다. 다른 말로 그라운드 타임, 턴오버 타임이라고도 부른다.


LCC는 턴어라운드 타임을 최소화해서 비행횟수를 최대치를 끌어 올려야 한다. 이는 FSC든 LCC든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LCC에게 있어서 '비행기(飛行機)'는 사전에 나오는 말 그대로 '비행(飛行)을 하는 기계(機)'여야 한다.


즉, 비행기는 하늘에 떠있어야 한다. 비행기가 땅에 있어서는 말이 안된다. 비행기가 그 존재의 이유를 다하게 하기 위해 LCC는 비행기가 땅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하늘에 있게 하는 데에 사활을 건다. 이는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의 가동률 극대화로 이어진다. 턴어라운드 타임을 10분씩만 단축하면 하루에 1회의 운항횟수를 추가시킬 수 있고, 이는 항공기 1대를 더 보유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의 대당 가동시간(Utilization hr.)을 하루 12시간 이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때문에 LCC들은 항공기 가동률 극대화를 위한 턴어라운드 타임의 최소화를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들이 B737 기종을 기준으로 약 60분 정도를 턴어라운드 타임으로 운영하는 반면에 LCC들은 30~40분 정도를 목표로 한다. 그래서 LCC 비즈니스 모델에는 기내식, 음료, 실내화, 이어폰, 신문 등 기내에서 승객들에게 유상이든 무상이든 무언가를 나눠주는 것이 없다. 나눠주면 다시 걷어들여야 하고, 정리해야 하고, 청소할 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LCC 기내에서는 승객들에게 뭐든 주는 게 없는 것이 정상이지만 K-LCC들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최소한의 물 한잔은 나눠준다. 그리고 잘 살펴보면, 객실승무원이 나눠준 종이컵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착륙 전에 걷어간다. 턴어라운드 타임 최소화를 위해 기내 청소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사진제공=pixabay

제주항공 취항 초에 제주도에서 귤 농사가 풍년이 들어 귤값이 폭락한 적이 있었다. 제주도에서는 정책적으로 귤농가를 돕기 위한 방안으로 귤 소비 진작에 나섰다. 당시 제주도에서 나온 아이디어에 제주항공 기내에서 승객들에게 제공하는 무료음료 대신 일정 기간 동안 귤을 주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소비 진작과 홍보판촉을 겸하는 일석이조의 방안이었고, 이는 곧 제주항공에 전달되었다. 제주도의 선의의 제안에 제주항공은 고민에 빠졌다. 엄청난 양의 귤을 무료로 제공해주겠다는 제주도의 제안은 고마웠지만, 턴어라운드 타임이 문제였다. 승객들이 기내에서 귤을 까먹으면서 발생하는 껍질 및 부산물을 치우는 청소시간이 늘어날 것을 염려한 것이다. 자칫 청소시간 지연으로 항공편 지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제주항공은 기가 막힌 꼼수를 써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기내서비스가 아닌 공항서비스로 전환했다. 즉, 공항에서 승객들에게 티켓과 귤을 같이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귤을 기내가 아닌 탑승 전에 공항에서 다 먹어 치우고 탈 것을 권유했다. 이로써 거의 매일 엄청난 양의 귤 껍질은 기내가 아닌 공항 쓰레기통에 남겨지는 결과를 낳게 했다.


이처럼 LCC의 턴어라운드 타임은 예민하게 작용한다. LCC는 아예 기내에서 쓰레기가 될 만한 것을 나눠주는 것을 애써 기피하고, 청소기간 마저 최소화해서 턴어라운드 타임을 설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 세계 LCC의 효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5분만에 해내기도 한다. 이러한 LCC 만의 항공기 운영 효율화 공식은 상상 이상의 노력이 투여되어야 하며 이로 인한 상상 이상의 비용절감으로 귀결된다.


/사진제공=제주항공

그리고 턴어라운드 타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공사 직원의 멀티태스킹도 작동시킨다. 멀티태스킹은 직원 한 사람이 두 종류의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객실승무원이 기내청소도 하고 지상직 업무도 병행한다. 조종사와 정비사가 화물탑재, 하역도 일부 조력하는 방식이다. 멀티태스킹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특이상황에 처해 부득이하게 시도한 '10 minutes turn'(10분 회전) 전략에서 처음 나왔다. 항공기가 도착하고 손님이 하기하는 시점부터 기내청소와 각종 물품보급, 수하물 탑재 등을 하고 승객이 탑승하여 항공기 문을 닫고 다시 이륙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10분 안에 끝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승객들이 요구하는 서비스와 항공당국의 안전규제가 늘면서 LCC들 역시 지상에서 수행해야 할 법적 절차들이 늘어나면서 턴어라운드 타임은 한계상황에 봉착했다. 특히 우리나라 항공소비자들이 LCC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이에 따른 혁신적인 항공사 운영체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FSC 수준의 항공서비스를 요구했다. 게다가 K-LCC들의 상대적으로 짧은 턴어라운드 타임을 정비불량으로 몰아가는 악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지상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턴어라운드 타임이 적다는 논리였다. 부정적인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항공당국도 K-LCC들의 턴어라운드 타임에 대한 감찰을 강화했고, 이제는 기존항공사나 K-LCC나 턴어라운드 타임이 엇비슷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10 minutes turn' 방식은 불가능해져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 그저 LCC 역사책에 신화처럼 존재하는 고전적인 운영방식이 되었다.



-양성진 항공 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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