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40.K-LCC에 대한 거짓말, ⑥폐급 연착률

발행:
채준 기자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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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가 많아지고 항공여행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과 관련한 소식이 더 많아졌다.


그런데 기존항공사보다는 K-LCC의 지연이 유독 더 많은 것 같다. K-LCC가 특히 지연이 더 잦다는 지적은 사실일까? 정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각종 지표를 상세히 뜯어보면 K-LCC보다는 우리나라에 취항하는 외국계 일부 LCC의 지연이 많았다. 또한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항공기 보유대수가 적은 일부 후발 K-LCC에 국한된 얘기였다.


지연과 결항 뉴스가 유난히 많았던 201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K-LCC의 지연과 결항'이 이슈가 될 만큼 사회적 파장이 있던 시절이다. 그래서 가장 지연과 결항이 많았던 2014년 상반기 '정비로 인한 국제선 정기여객 운항·결항 항공사 현황'을 국토교통부 통계에서 찾아봤다. 우리나라에 취항하고 있는 총 32개국 74개 항공사의 지연편수, 결항편수, 지연율, 결항률 현황에서 국적항공사 7개사 만을 분류해 보면 이스타항공의 지연률이 1.1%로 가장 높았다. 이어 티웨이항공(0.29%), 아시아나항공(0.26%), 진에어(0.23%), 제주항공(0.22%), 대한항공(0.11%), 에어부산(0.1%) 순으로 나타났다. 당시 에어부산의 지연율이 국적항공사 가운데 가장 낮았던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대단하다는 칭찬이 많았다. 하지만 이는 각 항공사별로 주공항이 어디였는지를 간과한 통계였다. 에어부산은 상대적으로 번잡하지 않은 김해공항을 주공항으로 이용하는 유일한 항공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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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수치만 봤을 때는 K-LCC의 지연 빈도가 더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절대숫자'를 간과한 함정이 있다. 당시 국내 취항 항공사 74개사 가운데 지연편수가 가장 많은 곳은 아시아나항공 42건이었다. 이어 대한항공이 24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반면, K-LCC는 이스타항공 14건, 제주항공 7건, 진에어 4건, 에어부산 2건, 티웨이항공 2건으로 기존항공사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물론 기존항공사의 운항편수가 많기 때문에 지연편수도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항공사의 지연을 경험한 빈도가 더 높은데 K-LCC라 해서 항상 늦어지고 결항된다고 단정한 것은 팩트가 아닌 심리적 가설이었다.


가장 최근 자료인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에서 2022년 한 해동안의 항공사별 현황을 살펴봤다. 국적항공사 중에서 국제선은 에어부산과 제주항공의 시간준수율이 가장 높았고, 국내선은 에어로케이항공, 제주항공, 플라이강원의 시간준수율이 높았다. 시간준수율이 낮은 항공사는 국내선은 에어서울, 국제선은 플라이강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적항공사가 A등급(매우우수)을 받았다. B등급을 받은 곳은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3개사뿐이었다. 반면에 외항사 가운데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LOT폴란드항공이 B등급으로 조사됐고, 에어캐나다는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았다.


국내 평가가 아닌 해외 전문기관에서 발표한 최근의 글로벌 자료도 있다. 2023년 1월11일 불룸버그통신은 여행정보 제공업체 OAG의 분석을 전했다. OAG는 연간 공급좌석킬로미터(1좌석킬로미터=한 좌석으로 1㎞를 비행한 것)가 가장 많았던 전 세계 250개 항공사를 대상으로 예정된 시간의 15분 내에 이·착륙한 정시운항률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에서 가장 시간을 잘 엄수한 항공사는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이었다. 정시운항률은 95.63%였다.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 LCC 사페어가 95.3%로 2위, 독일 LCC 유로윙스가 95.26%로 3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태국 LCC 타이에어아시아가 92.3%로 4위, 한국 LCC 제주항공이 91.8%로 5위를 차지했다.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은 각각 88.8%와 88.1%로 그 다음이었다. 20위권 안에 든 미국 국적항공사는 델타항공(17위, 81.79%)이 유일했고, 유럽의 메이저 항공사들은 상위권에 포함되지 못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제주항공이 5위로 국적항공사 중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순위 상위권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신통해 보이지만 2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LCC인 점은 기존항공사보다는 LCC의 지연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 기존의 심리적 가설을 여실히 깨뜨린다.


위의 OAG 분석자료에서 공급좌석킬로미터(Available Seat-Kilometers)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한 좌석으로 1킬로미터 비행함을 뜻하는 것으로 각 비행구간에서 판매 가능한 좌석수를 구간거리로 곱한 합계이다. 항공업계에서는 통상 ASK로 부른다. 참고로, LCC들의 중요한 경영지표에는 3가지가 있다. 이는 바로 ASK, YIELD, Ancillary이다. YIELD는 단위당 수입을 말하는 것으로 영업수익을 유상여객킬로미터로 나누어 단가(1RPK당 수입)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Cent가 단위로 사용된다. 또한 Ancillary는 LCC의 대표적 비즈니스 모델인 부가수익을 뜻한다. LCC업계의 경영회의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이 3가지 용어는 매우 중요하다. LCC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일 경우 ASK, YIELD, Ancillary를 이해하고, 이 용어를 자기소개서나 면접시 응용해서 활용하면 꽤 효과적이다.


결론적으로, K-LCC와 기존항공사를 굳이 나눠서 어느 쪽이 더 지연이 많다 적다를 말하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가 있으며, 그 원인이 항공사 때문인지 공항이나 기상 등 외적요소 때문인지도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K-LCC의 지연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의심의 눈초리는 항상 있었다. 이는 항공기 숫자가 부족한 일부 K-LCC가 결함이 발견됐는데 대체편 투입이 늦어져 오랫동안 승객들의 발이 묶인 사례가 종종 뉴스로 보도되면서 소비자 인식에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생빈도로 따져봤을 때 K-LCC라 해서 지연이 더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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