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가 SMR을 향후 기업의 주요 먹거리로 인식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실현과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해 무탄소 전력원인 원자력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안정성, 수용성 등 대형 원전의 한계가 부각됨에 따라 세계 원전 시장은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이하 SMR)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의 SMR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SMR 시장은 2022년 57억 달러에서 연평균 2.3% 성장해 2030년에는 68억 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HD현대도 차세대 청정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SMR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너지 수요 증가에 각광받는 육상 SMR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22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인 SMR 기업인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해당 투자로 HD현대는 차세대 에너지인 SMR 기술 투자에 본격 나섰다.
테라파워는 차세대 원자로 설계기술 나트륨(NatriumTM, 소듐냉각 방식)을 보유한 혁신 기업으로, 지난 2008년 설립됐다.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테라파워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나트륨 원자로를 공급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HD현대는 테라파워와 육상 SMR 개발 협력에 착수했다. 2024년 12월, HD현대는 테라파워로부터 원통형 원자로 용기(Reactor Vessel)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해당 원자로 용기는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 캐머러시에 345메가와트(MW) 규모로 설치할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odium Fast Reactor, SFR)에 탑재될 예정이다. SFR은 SMR의 한 종류로, 안전성과 기술의 완성도가 높으며 기존 원자로 대비 핵폐기물 용량이 20분의 1 수준으로 적어 차세대 SMR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다.
HD현대는 제조업 분야에서 쌓아온 폭넓은 경험과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는 그간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KSTAR)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주요 핵심 설비 개발에 참여하며 차세대 에너지원에 대한 기술 역량을 키워왔다.
HD현대 관계자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 했다. 이 협약을 통해 HD현대는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주기기를 공급하기 위해 최적화된 제조 방안을 연구 및 도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나트륨 원자로의 초기 실증 프로젝트를 넘어 본격적인 상업화에 필요한 제조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나트륨 프로젝트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원자력 건설 및 운영 허가를 취득한 후 2030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R·MSR 해상발전 연구 주도
HD현대는 전력 생산을 위한 해상 기반 발전소인 부유식 원자력 발전선(Floating Nuclear Power Barge)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3년 10월, 부유식 원자력 발전선의 첫 개념설계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두번째 개념 인증도 받았다. 열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동력변환계통의 개념설계 및 모듈화에 대한 인증이다.
부유식 원자력 발전선은 경제성과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 육상에 SMR 시설을 건설할 경우 건설 비용이 매우 큰데 반해, 조선 제조기술을 활용해 해상에 부유식 원자력 발전선을 설치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또 해상 SMR 시설은 육상 대비 안전 이슈가 적은 곳에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3월부터 미국 테라파워에 SMR 연구개발팀을 파견해 해당 기업들과 원자력 발전선을 포함, 원자력 적용 신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을 이어왔다.
HD현대는 해상 원자력 발전에 최적으로 평가받는 용융염 원자로(Molten Salt Reactor, 이하 MSR)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MSR은 고온에서 녹은 소금(용융염)을 냉각재 겸 연료 매개체로 사용하는 SMR이다. 2024년 2월에는 미국 테라파워, 서던컴퍼니(Southern Company), 영국의 코어파워(Core Power)와 함께 미국 워싱턴주 현지에서 용융염 원자로 공동 개발을 위한 기술 교류회를 개최했다.
해상 원자력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를 설립하기도 했다. HD현대는 2024년 3월 해상 원자력 분야 첫 국제 민간기구인 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NEMO, Nuclear Energy Maritime Organization)의 설립을 주도했다. HD현대를 비롯해 테라파워, 원자력 발전소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C), 영국의 로이드선급(Lloyd Resister), 용융염원자로 분야 혁신기업 덴마크의 시보그(Seaborg) 등 7개국 총 11개의 원자력 분야 선도 기업들이 참여했다.
본지와 전화 통화한 HD현대 관계자는 "영국 런던에 사무국을 둔 NEMO는 향후 국제해사기구(IMO),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해상 환경에서의 원자력 배치, 운영 및 해체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표준과 규정을 수립하고 해상 원자력 상용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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