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자동차 기업 BYD가 오랜 기간 시장을 수성해온 토요타를 밀어내고 싱가포르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패자로 등극했다. 최근 싱가포르 국토교통청(LT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싱가포르 시장에서 전년 대비 80.6%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총 1만 1184대를 판매해 브랜드별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싱가포르 전체 신차 시장 점유율의 21.2%에 달하는 수치로, 싱가포르 도로 위를 달리는 신차 5대 중 1대가 BYD 차량인 셈이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싱가포르 연간 판매량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로, 동남아시아 시장 내 중국 전기차의 영향력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수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일본의 토요타는 렉서스를 포함해 7466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전년 대비 5.2% 감소한 실적으로 2위로 내려앉았다. 그 뒤를 이어 BMW가 5091대로 3위, 메르세데스-벤츠가 4871대로 4위, 혼다가 4845대로 5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형성했다. 미국의 테슬라는 3476대를 판매하며 6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각각 1459대와 1209대를 판매하며 7위와 9위에 이름을 올려 간신히 '톱 10' 지위를 유지했으나, 판매량 자체는 전년 대비 각각 28.9%와 4.0% 감소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BYD의 이 같은 약진은 싱가포르 정부의 강력한 친환경차 보급 정책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신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BEV) 비중은 45.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BYD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력 모델인 '아토 3(Atto 3)'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전기차 구매 시 최대 4만 싱가포르달러(약 4553만 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면서, 가격 경쟁력과 준수한 상품성을 동시에 갖춘 BYD가 실속형 소비자들을 빠르게 흡수한 것이 결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경우 현지 생산 거점인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직접 생산하는 '아이오닉 5'를 투입하며 공을 들였으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이오닉 5가 가격 측면에서는 BYD나 체리(Chery) 등 중국계 브랜드의 파상공세에 밀리고, 브랜드 측면에서는 테슬라와 경쟁해야 하는 이른바 '샌드위치' 형국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싱가포르 특유의 천문학적인 차량 등록 비용(COE)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BYD는 지난 2024년에도 337.2%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2위에 오른 바 있으며, 불과 1년 만에 다시금 토요타를 추월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현지 생산 체제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브랜드의 압도적인 가성비 전략에 대응할 새로운 시장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싱가포르 시장이 동남아 전기차 시장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만큼, 중국 브랜드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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