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은 감정을 느끼는 일이 아니라, 느낀 감정을 밖으로 꺼내는 기술이다.
감정을 깊이 느껴도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감정을 느끼는 것과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노래에서 그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보컬의 기술이다.
표현이라고 하면 보통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것을 생각하지만 반드시 강한 표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멈춤도 하나의 메시지가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 역시 표현이 된다. 그럼에도 레슨에서는 보통 표출에서 시작한다.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이후에 그것을 줄일 수 있지만, 처음부터 닫혀 있는 상태에서는 표현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레슨을 하다 보면 음정도 맞고 박자도 정확한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완벽하지 않아도 한 소절만으로 감정이 전달되는 노래도 있다. 노래는 증명사진을 찍을 때 턱의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인상이 달라지듯, 아주 미묘한 변화에도 달라진다.
레슨에서는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몸을 과하게 사용해 보기도 한다. 감정이 동작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작이 감정을 불러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가사에 서브텍스트를 쓰며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 말이 누구에게 향하는지, 어떤 감정인지, 어떤 관계인지, 어떤 공간인지, 어느 시간대의 말인지에 따라 소리의 방향이 달라진다. 슬픔에도 밖으로 터지는 슬픔이 있고 안으로 가라앉는 슬픔이 있다.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같은 가사도 전혀 다른 노래가 된다.
발음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누구에게 말하는지, 어떤 공간에서 말하는지에 따라 말의 방식은 달라진다. 전화로 말하는 목소리와 큰 공간에서 던지는 목소리는 같을 수 없다. 표현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레슨을 하는 프랑스 학생이 있다. 이해한 내용은 분명하게 말하고, 노래를 하다 감정이 올라오면 그대로 멈춰 울기도 한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 역시 정확히 이야기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표현은 감정의 문제라기보다 태도와 주도성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수업을 하면서 나 역시 이 학생에게 어떤 커리큘럼이 필요한지 더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라기보다 코치와 선수의 관계에 가깝다고 느낄 때가 있다.
물론 한국 학생들이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정확성을 배우는게 우선 순위에 배치되어있고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문화 속에서 자란 우리는 조금 더 표현을 밖으로 꺼내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레슨실에서 노래를 점검받듯이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음정, 박자, 테크닉등 틀리지 않았는지를 체크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음악은 반사적인 면이 있다. 그간 하지 않았던 것을 무대에서 야심차게 보여주는 경우는 희박하다. 감정을 가진 톤과 표정, 제스츄어등 연습 과정에서 실전처럼 하는 것이 디폴트값으로 잡혀있어야 한다. 그래야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표현은 감정을 많이 느끼는 능력이 아니라 그것을 밖으로 꺼내는 기술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표현하는 연습이 여러 방식으로 필요하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