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포가튼',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고?

발행:
김관명 기자

생각하기조차 싫은 상상을 한번 해보자. 사랑하는 딸이 있다. 힘든 직장에서도 어린 딸 생각만 하면 힘이 절로 난다. 퇴근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날 집에 갔더니 딸이 없다. 아내(또는 남편)에게 딸 어딨냐고 물었더니, "우리에게 무슨 딸이 있었냐?"고 되묻는다. 딸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도 없어졌다. 딸이 벽에 한 낙서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내는 묻는다. "자기, 오늘 이상해..."


환장할 것이다. 줄리언 무어 주연의 영화 '포가튼(The Forgotten)'은 바로 이러한 잔인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작품 초중반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러운 이유다.


주인공 텔리(줄리언 무어)는 비행기 사고로 아들 샘을 잃었다. 샘이 즐겁게 뛰놀던 장면을 비디오테이프로 보며 눈물 흘리는 텔리. 샘이 쓰던 파란 야구모자에서는 여전히 아들 냄새가 난다.


그러던 어느날 담당 의사(게리 시니즈)가 충격적인 말을 건넨다. "미안해요, 텔리. 당신에게는 아들이 없었어요. 물론 비행기사고도 없었죠. 사산(死産)에 따른 외상쇼크로 가상의 아들을 키운 겁니다...."


물론 남편도 아들의 존재를 모른다. 무슨 얘기냐는 것. 좀전까지 봤던 비디오테이프에는 아무 것도 없고, 야구모자도 사라졌다. 스크랩해뒀던 비행기 사고 기사도 신문사에 확인해보니 전혀 사실무근이다. 텔리도 환장한다.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꾼 꿈 속에 내가 있는건지...'


끊임없이 무엇이 진실인지, 관객에게 질문을 해대는 이 영화의 매력과 재미는 실로 대단하다. 진실은 언제나 조작될 수 있다는, 또는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Truth is out there)'라는 멀더의 그 유명한 고백처럼, 조셉 루벤 감독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공식을 재치있게 활용하며 영화를 힘차게 밀고 나간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영화의 재미는 여기까지다. 작품 끝까지 치열한 머리싸움을 기대했던 이 영화를 보다가 왜 'X파일'의 멀더를 떠올려야 했을까. 갑자기 영화 속 흐린 하늘이 꿀럭거렸을 때, "설마..." 했던 이유는 뭘까. 영화는 중반 이후 관객을 철저히 배반한다. 스포일러 위험 때문에 더 이상 영화의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어쨌든 '더 포가튼'은 요즘 유행하는 '기억상실'과 '반전'을 여러번 교차시키는데는 성공했다. '디 아워스'의 줄리언 무어는 역시 징그러울 정도로 열연했다. 또 '오늘 집에 가면 딸에게 잘 해줘야지'하는 관객의 부정(또는 모정)을 자극하는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왠지 며칠 후에는 이 영화의 감독이 팀 버튼으로 기억될 것만 같다. 12월3일 개봉. 15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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