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샤크'를 더 재미있게 보려면 미국을 알아야 한다.
여느 할리우드 혹은 미국 국적의 영화들도 그렇겠지만, 애니메이션 '샤크'의 재미를 주는 요소들은 미국 국적을 떠나기 힘들다.
국제 시장을 타겟으로 삼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미국 지역색'을 어느 정도 탈색하기 마련. 그러나 특정 영화들은 그 영화의 재미와 목적상 오히려 더 강한 '지역색'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리고 그 지역색을 바탕으로 한 위트와 풍자 등 재미적 요소들이 타국 사람들에겐 오히려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가 마이클 마이어스 감독의 '오스틴 파워스'. 그 장면을 이해 못한 사람들은 그저 영화속에서 스쳐지나는 평범한 장면으로 보일 뿐이지만, 실제로는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사회에 대한 패러디가 가득하다.
애니메이션 '샤크'에도 이런 요소들이 가득하다. '슈렉' 시리즈가 아이들까지 눈치챌 수 있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패러디를 시도했다면, '샤크'는 어린이를 동반한 어른들이 아이들은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부분에서 '씨익' 미소 짓게 만든다.
그 첫번째 요소는 할리우드 스타와 영화의 패러디다.
목소리 연기를 맡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모습과 행동을 쏙 빼닮은 물고기들은 비교적 쉽게 눈치채고 즐길 수 있는 요소. 유쾌한 떠벌이 오스카와 두툼한 볼살의 귀여운 엔지 등 각 물고기들이 어느 스타를 묘사했는지 알아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할리우드 영화들을 패러디한 장면들도 쉽게 눈에 띈다. '대부', '니모를 찾아서', '죠스'는 비교적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영화 속 영화들. 그러나 '원초적 본능', '스파이더 맨', '007' 등 각 화면과 대사 하나에 차용된 영화들까지 따지면,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를 모두 꿰차고 있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쉽사리 눈치채기 어렵다.
'터미네이터'의 "I'll Be Back"(돌아오겠다) 이란 대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I'm Back"(돌아왔다)이란 3편 대사 한 마디에 여러 의미를 생각하겠지만, 모르는 이들에겐 단순히 그 문장의 뜻만 전달될 뿐인 것처럼 말이다.
또 하나 지나치기 쉬운 요소는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다.
채식주의자라고 밝히며 '커밍 아웃'하는 상어 레니(잭 블랙)가 '동성애자'를 나타내고 있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샤크'에 등장하는 수많은 물고기들 중 '흑인'과 '백인' 물고기가 따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지?
우선 '고래 세차장'에서 일하는 물고기들은 모두 흑인이거나 히스패닉 계열이다. 열심히 등껍질로 고래의 때를 벗겨내고 엔딩 장면에서 멋진 코러스도 선보이는 '거북이'들은 여성 흑인 합창단을 형상화했고, 갱스터 '해파리'는 할렘가의 레게풍 흑인 갱과 꼭 닮았다.
오스카를 비롯한 '흑인 물고기'들이 사는 동네는 가난하고 초라하다. 집을 등에 지고 옮겨다니는 소라게는 '노숙자 물고기'로 등장해 이 가난한 동네의 쓰레기통을 전전한다. 반면 연일 파티가 열리는 타워팰리스처럼 솟은 부자들의 아파트에는 '백인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각 물고기들의 외모에도 인종과 직업의 특성은 반영되어 있다. 해파리와 세차장의 거북이, 오스카를 인터뷰하던 백인 뉴스리포터 등 '샤크'의 캐릭터들은 지금까지 나왔던 '인간형 동물' 캐릭터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힐만큼 특징 묘사가 놀랍다.
게다가 이 물고기들을 통해 보여주는 미국 사회의 여러 요소들은 '슈렉'만큼 유쾌통쾌하지는 않지만, 미국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세차장에서 일하는 흑인 물고기가 그리는 꿈이란 오스카처럼 '한탕'을 꿈꾸거나 혹은 우연한 기회에 '스타'가 되는 것 정도이고, NBA의 흑인 스타를 동경하는 할렘의 아이들처럼 '샤크'의 어린 흑인 물고기들이 미디어의 스타가 된 오스카를 동경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샤크'는 스타의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하는 미디어와 '채식주의 상어'와 같이 일반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에 너그럽지 못한 우리 사회의 편협함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포장된 스타에 현혹되는 대중들과 황금 만능주의, 편협한 권위주의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을 담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샤크'의 장점은 이런 무거운 요소들을 담았음에도 가볍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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