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코드', 원작서 한걸음도 못나간 영상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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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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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영화 '다빈치 코드'를 보고 왔다.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 프랑스 현지 기자들과 평론가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린데다, 무엇보다 기독교 교리를 근간에서 뒤흔든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전세계 동시개봉일인 18일 서울극장 첫 회 상영분을 서둘러 본 것이다. 잘 알려졌듯이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기자배급 시사회도 없이 이날 개봉됐다.


우선 이 영화는 관객이 댄 브라운의 원작소설을 읽었는지 여부에 따라 그 감흥이 크게 달라질 게 분명하다. 원작의 핵심은 예수의 후손이 막달라 마리아를 통해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으며, 이 성배에 관련한 비밀을 성스러히(때로는 전투적으로) 지키려 했던 비밀단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이작 뉴턴 등이 가입한 시온수도회라는 것. 여기에 교회의 권위 보호와 예수의 신성 유지를 위해 시온수도회를 탄압한 단체로 오푸스 데이가 등장한다.


만약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 입장에서라면 톰 행크스-오드리 토투-장 르노-이안 맥캘런-폴 베타니로 이어지는 화려한 다국적 출연진부터 눈길을 끌 것 같다. 또한 루브르 예술도서관 관리소장 자크 소니에르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쳐가는 미스터리-스릴러-범죄 영화가 주는 장르적 재미도 상당하다.


소니에르가 죽기 직전 남겨놓은 여러 비밀들을 파헤쳐가는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 교수(톰 행크스)의 추리력과, 이 교수를 용의자로 보는 형사(장 르노)의 추격전 등이 그야말로 가슴을 졸이는 것이다. 물론 '아폴로 13' '분노의 역류'의 론 하워드 감독답게 박진감 넘치는 몇몇 자동차 추격신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주는 충격의 8할은 역시 예수의 신성(神性)을 파괴해버린 그 강도에서 비롯된다. 성경에서 죄지은 여인으로 알려진, 그리고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의 십자가형을 지켜봤던 그 막달라 마리아가 프랑스로 건너가 예수의 아이를 낳았다니! 꼭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예수와 기독교에 대한 이해를 근간에서 뒤엉키게 만들어버리는 그 상상력이 놀라운 것이다.


여기에 시온수도회와 템플턴 기사단, 오푸스 데이라는 여러 종교적 단체들, 그리고 로슬린성당, 루브르박물관, 로즈라인, 템플턴성당,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이작 뉴턴 등 현존하는 건물이나 지명, 역사적 인물까지 그야말로 정신없이 등장, 영화는 허구와 진실 사이에서 교묘히 줄타기를 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소피 느뵈(오드리 토투)의 정체까지 이미 알고 있는 관객 입장에서라면? 이런 감흥과 충격과 볼거리는 그야말로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빠져들었던 그 내용 그대로 아닌가. 텍스트를 읽으면서 품었던 그 독자적 상상력에서 단 한발도 나아가지 못한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게으름에 맥이 턱하니 빠지는 순간이다.


또한 영화가 원작의 구성력에 크게 의존하다보니, 영화의 캐릭터가 소설의 캐릭터에 비해 더 생동감 있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도 못한다. 한마디로 로버트 랭던 교수 역에 톰 행크스가 아니었어도, 소피 역에 오드리 토투가 아니었어도 영화 '다빈치 코드'는 그럭저럭 꾸려져나갔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런 반문이 있을 수도 있다. 과연 원작을 뛰어넘어 영화만의 특별한 상상력을 가미했다면 즉각적으로 '원작에 대한 훼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을 것이라고. 또한 결국 양비론으로 끝나버릴 이같은 원작과의 비교는 원작에서 태어난 그 모든 영화가 짊어지는 숙명 내지 한계 아니냐고.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가 원작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두 작품 모두 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덕목이자 장점인 판타지를 다뤘기 때문이 아니냐고.


하지만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 '다빈치 코드'를 보기를 기다렸던 것은 이같은 원작의 평범한 영상교본을 또다시 보려 한 수준은 분명 아니었을 게다. 톰 행크스와 장 르노와 론 하워드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의 재해석, 영화라는 영상문법만이 전달할 수 있는 미장센이나 새로운 상상력을 영화에서 기대했던 게 아닐까.


결국 총평은 이것이다. 원작을 안 보고 영화 '다빈치 코드'를 본다면, 그날부터 템플턴기사단이니 오푸스 데이니 하는 것들을 인터넷에 찾느라 바빠질 것이라고. 과연 막달라 마리아가 누구였는지 신약의 4복음서를 뒤척이며 며칠 잠을 못이룰 것이라고. 그러나 원작을 읽은 관객이라면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톰 행크스 얼굴보다는 댄 브라운 원작 소설의 종이 냄새가 더 자극적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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