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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감독 "비와 임수정 키스신 찍다 닭살 돋았다"

발행:
김관명 기자

(인터뷰가 시작되면 박찬욱 감독이 의자에 앉아있다. 예의 깔끔한 인상이지만 이날 따라 안경알이 투명해 보인다. 살도 지난해 '친절한 금자씨' 개봉 즈음보다 약간 빠졌다. 그는 비와 임수정 주연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개봉(12월7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아직 후반 작업중이다.)


기자= 영화를 못본 상태여서 인터뷰 질문이 미진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박찬욱= 우리가 미안하죠. 완성을 못시켜서.


기자= 여자와 싸이보그가 만났다, 이거 일본만화 '최종병기 그녀'나 '총몽' 아닌가요?

박찬욱= 영화 찍다가 '최종병기 그녀'나 '총몽' 이런 게 떠오르면 안되겠다, 생각했어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사실 제 꿈에서 본 장면이 시작점이에요. 허벅지 맨 살에서 문이 열리고 탄창이 나오고, 손가락 끝에서 총알이 나가고, 입에서는 탄피가 나오는. 하지만 영화에서는 허벅지 장면은 안했어요. 필요없을 것 같아서.


기자= 도대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어떤 영화인가요?(사실, 이 영화가 자신을 전투용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여자 영군(임수정)과 그런 그녀가 싸이보그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남자 일순(정지훈)의 로맨스라는 건 기자도 이미 알고 있다.)

박찬욱= 임수정이나 정지훈 모두 엄마와의 관계 때문에 정신병에 걸려 병원에 들어옵니다. 제가 말하려고 한 것은 어떤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죠. 환자를 치료하는 관점이 아니라, 그 병을 인정하고 소통하자는. 그 병이란 결국 그 사람의 단점이나 결함, 아픈 상처 아닐까요. 영군에게 "싸이보그라도 괜찮아,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라고 말하는 일순처럼요.


기자= 이런 얘기가 로맨틱 코미디로 가능한가요?

박찬욱= 이 영화가 코미디인 건 오달수 같은 등장인물 때문이에요. 그는 너무 예의를 차려서 언제나 뒤로 걷는 정신병환자로 나오죠. 임수정과 비의 로맨스라는 달콤한 것만 하려니 힘들어서 유머를 집어넣은 거죠. 썰렁한 개그도 있어요.


기자= 어떤 인터뷰 보니까 "최민식 송강호 이영애 등과 영화를 하다보니 꼬맹이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꼬맹이들' 하고 하니 어때요?

박찬욱= (웃는다) 하하. 다 마음에 들었어요, 영화에서는. 그런데 현실에서는 기대했던 것 만큼 (비와 임수정이) 어린애들이 아니었어요. 까불고 투정부리고 그럴 줄 예상했는데 어려서부터 프로로 뛰어서 그런지 굉장히 속 깊고 자세가 좋고 그랬어요. 애..늙..은이 같다고 할까요?


기자= 누가 더 애늙은이 같나요?

박찬욱= 음...(의자 옆에 걸린 영화 포스터를 보며) 막상막하인데요. (다시 포스터를 보며) 막상막하에요.


기자= 최고의 닭살 장면이 있었을 것 같은데..(박찬욱 감독이 이런 로맨스 영화를 찍은 건 처음이다. 12세관람가를 받은 것도 처음이고.)

박찬욱= (단호하게 단답식으로) 키스장면. 너무 힘들어서 한번 찍고 새로 또 찍었어요. 그래서 고민을 해봤죠. '올드보이'도 그렇고 '친절한 금자씨'도 그렇고, 정사장면을 많이 찍은 내가 유독 이 키스장면에 민망해하는 이유가 뭘까. 성행위 묘사는 차라리 어려움이 없는데 왜 키스가 문제일까. (결론은 이거에요) 키스만으로 끝나는 키스는 잘 상상도 안되고 힘들더라구요. 키스 하다가 성행위로 가야지 안가니까..(웃는다)


기자= 천상 TV드라마 연출가는 못하시겠어요.

박찬욱= 하하하.


기자= 닭살로는 감독님도 CF에서 노래부르셨잖아요?(어떤 CF인지는 웬만한 독자라면 다 알 것이다)

박찬욱= 내가 현장에 가니까 광고감독이 뭘 시키는데 '못해' 이런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같은 감독끼리 하자고 하는데..그래서 무리인 줄 알면서도 노력해서 했죠.

기자= CF 보니까 어떠세요?

박찬욱= 안봤어요. 난 TV 안보니까.


기자= 강한 콘트라스트와 어두운 화면에 진력이 났다고 들었어요.

박찬욱= 네. 이번 영화에는 콘트라스트가 없어 아주 흐리멍텅하고 플랫한 화면이 됐어요. 디지털 영화 특유의 가벼운 느낌도 나고. 이전 영화와는 반대로 생각하면 될 거에요. 앞으로도 그럴 거냐구요? 아니죠. 다음 영화는 아주 셀 겁니다. 그러나 그 다음 영화는 혹시 모르죠. 전체관람가에 도전할지도...그런데 '괴물'은 몇세관람가였죠? 15세인가..?

기자= 12세죠.

박찬욱= 이상하다. 우리 딸이 봤다고 했는데, 이상하네.


기자= 스타의 인기에 편승하려 했다는 지적도 있어요.

박찬욱= 맞아요. 난 언제나 스타랑 일했기 때문에 익숙해요. 대중이 그들에 대해 생각하는 인상을 적당히 활용하기도 하고, 많이 바꿔서 놀래키기도 하고. 그런 일들이 내가 하는 일들의 큰 부분을 차지해요. 난 그것을 좋아해요. 다른 감독이 그렇게 하는 걸 보는 것도 즐겁고.


기자= 차기작인 '박쥐'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흡혈귀 영화인가요, 아니면 배트맨 류 영화인가요?

박찬욱= 슈퍼히어로 영화는 전혀 아니고요. 아직 쓰는 단계라 나도 아직 모르는데, 주인공(송강호)은 아주 금욕적인 휴머니스트에 인류애가 불타오르는 의사에요. 그런데 어떤 이유로 휴머니즘이 동기가 돼 흡혈귀가 됩니다. 그래서 정체성의 혼란이 일어나죠. 왜냐하면 사람을 죽여야 자기가 연명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피를 빨고 죽이는 행동을 어쩔 수 없이 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욕망이 살아나는 거에요. 그래서 더 큰 번뇌에 빠지게 되죠.

기자= 여자는요?

박찬욱= 로맨스가 강하긴 한데, 다 써봐야 알죠. 연령대나 외모, 이런 것.


기자=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하는 '설국열차'가 영어로 만들어진다면서요?(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박찬욱 감독이 제작을 맡는 프랑스 원작만화 영화가 바로 '설국열차'다. 모든 대사가 영어로 진행된다고 최근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

박찬욱= 그건 아니에요. 원작 보면 알 수 있는데 다언어영화에요. 주인공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에 따라, 영어도 나올 수 있고 한국어도 나올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얘기가 공허한 게 이 영화가 먼 훗날 영화거든요. 2010년쯤에 찍을 겁니다. 봉 감독은 그 전에 다른 영화 찍을 것이고..


기자= 끝으로 영화감독 지망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요.

박찬욱= 늘 그래요. 몸을 건강히 하고 담배를 끊으라고. 저요? 26개월 됐죠. 그리고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 줄이고. 영화를 보더라도 현대영화보다 고전영화 많이 보는 게 경쟁력이 있다고. 오즈 야스지로가 됐든, 존 포드가 됐든. 그래야 역설적으로 새로운 영화를 만들 수 있죠.


(인터뷰가 끝나면 박찬욱 감독과 기자 동시에 일어난다. 그러면서 할리우드 진출얘기, 액션영화만 아니라면 좋다는 얘기, 요즘 영화 중에선 '삼거리 극장'이 최고라는 얘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일본영화 '피크닉'과 설정이 비슷해 깜짝 놀랐다는 얘기가 오고간다. "감독님은 역시 장발이 잘 어울린다"는 기자의 닭살 멘트로 인터뷰는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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