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루 "40대는 40km의 속도로 산다"

발행:
윤여수 기자
배우 성지루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성지루 ⓒ사진=임성균 기자


배우 성지루의 얼굴은 여전히 검게 그을려 있었다.


지난해 6개월 동안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감독 김한민ㆍ제작 MK픽처스) 촬영을 위해 전남 신안군 가거도 등에 머물렀던 흔적이라고 하기엔 그의 얼굴은 너무 거뭇했다.


12일 개봉되는 영화 속에서 성지루는 외딴 섬 극락도의 초등학교 소사로, 시커먼 얼굴로 17명의 섬 주민들이 차례로 실종되는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쥔 인물로 등장한다. 굳이 분장을 하지 않아도 내리쬐는 햇볕과 바닷바람은 배우들의 얼굴을 그을려 놓았다.


그 얼굴들은 영화 속 섬 주민들의 모습을 자연스레 드러내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 뒤 몇 달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성지루의 얼굴은 그렇게 그을려 있었다.


"요즘 강원도 일대를 돌며 드라마 '로비스트'를 촬영하고 있는 탓"이라고 그는 말했지만 아무래도 '극락도 살인사건'의 소사로서 성지루의 모습은 지워지지 않았다.


가거도에 머물며 촬영을 한 4개월여는 성지루에 그 검은 얼굴 만큼 많은 추억을 남겨주었나보다.


"지금도 뽈락, 농어, 장어 등 해산물을 보내온다"는 슈퍼 아줌마, 더운 여름날 밤 시원한 옥상에 함께 올라 소주 한 잔을 기울여준 민박집 주인 아저씨, "값은 5000원인데 정작 상 위에 오른 음식들은 2만원으로도 모자랄 만큼 푸짐했던 밥상"을 차려준 식당 주인 아줌마, 지나치기만 해도 꾸벅 인사를 올리면 환한 웃음으로 화답해준 어르신들….


"해질녁 운해가 내 발 밑으로 흘러가곤 했던" 가거도는 성지루에게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을 뿐 아니라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배우 성지루 ⓒ사진=임성균 기자


그런 섬은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지옥의 섬'으로 등장하지만, 그리고 성지루는 강렬한 연기로 관객의 뇌리에 남을 것이지만 실제의 가거도는 그런 따스하게 추억될 듯하다.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은 박해일, 박솔미, 최주봉, 김인문, 유혜정, 박원상 등 10여명의 배우들과 함께 한 또 다른 추억의 공간으로 성지루에게 다가온다.


"대부분 연극을 하셨던 분들"이라며 이들 배우들을 소개한 성지루는 "그래서 앙상블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다"면서 "대화를 나누고 금세 중론을 모을 정도로 잘 버무려진 앙상블을 이뤘다"고 촬영 과정을 돌아본다.


자신의 배역을 몇몇 다른 배우들이 탐을 내기도 했다는 후일담을 전하는 성지루는 "그 만큼 부담도 컸다"고 말한다. 자칫 "오버의 연기, 과장된 연기"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그 까닭이다.


"연기란 게 하다보면 욕심이 나기 마련이다. 연기가 어려운 건 바로 그런 욕심을 절제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딱 그 선이란 게 있다. 연기에는."


한국 연극계의 명문 극단인 극단 목화 출신으로 연기력을 탄탄히 다진 그는 그 같은 연기에 대한 관점과 소박한 자신감으로 "개런티를 스스로 낮추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개런티만 받아 영화 제작에 참여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왔다.


배우 성지루 ⓒ사진=임성균 기자


충무로가 끊임없는 러브콜을 그에게 보내는 신뢰도 모두 성지루의 그 같은 겸손함을 믿는 덕분이다.


"이제 나이 40!"


이제야 "어른으로 인정받는 나이가 됐다"는 그는 "10대 때는 시속 10km로 가고, 20대 때에는 20km로 산다. 마찬가지다. 40대는 40km의 속도다"고 말한다.


"10대는 세월을 그 만큼의 속도로 산다는 뜻이고 40대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지나는 세월을 원망하는 듯도 하지만 그건 그 세대가 아니면 모를 책임감이기도 하다.


"내가 까칠하다는 얘기도 들어봤다. 그런데 충무로가 왜 나를 찾느냐."


그렇다. 그는 "작품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까칠할 뿐이다." 가거도에서 건져온 한 아름의 추억과 그 속에 깃든 사람살이의 따스한 정을 그는 늘 간직하고 있다. 충무로가 그를 찾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같은 찾음에 그는 의지로 화답하곤 한다.


"하다 안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지.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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