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러퀸이 사라진 자리, 스릴러킹이 찾아왔다.
남아공 월드컵 극장중계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2010년 여름의 스크린을 서늘하게 식혀줄 이 누굴까. 공포영화 개봉작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호러퀸의 위상도 예전같지 않다. '여고괴담5:동반자살', '요가학원', '불신지옥'이 차례로 개봉했던 지난해만 해도 여배우들이 지르는 고음의 비명이 스크린에 가득했다. 흥행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그 때문일까? 영화계는 올 여름 약발 다 한 호러퀸 대신 묵직한 남자들을 불러들였다. 공포보다 더 오싹한 스릴러를 들고서. '파괴된 사나이'(감독 우민호), '이끼'(감독 강우석), '아저씨(감독 이정범), '악마를 보았다'(감독 김지운)가 차례로 개봉을 앞둔 올 여름은 바야흐로 스릴러의 계절, 스릴러킹의 시간이다.
'명민좌' 김명민은 다음달 1일 개봉을 앞둔 '파괴된 사나이'로 스릴러킹 퍼레이드의 선봉에 섰다. 신실한 목사였으나 유괴범에게 딸을 잃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주인공이 돼 진폭 큰 변화를 연기한다. '하얀 거탑'이나 '베토벤 바이러스' 등 드라마 히트작에서의 모습과는 딴판인 김명민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반대편에서 스릴러의 한 축을 담당할 이는 뮤지컬 무대와 브라운관에서 이름높은 배우 엄기준이다. 눈 하나 깜짝하고 온 몸에 피를 맞아가며 끔찍할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이 되어 연기 변신을 꾀했다.
박해일과 정재영은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이끼'에서 뭉쳤다. '10억', '극락도 살인사건', '괴물', '살인의 추억' 등 스릴러 성격이 짙은 작품과 인연이 깊은 박해일은 비밀을 간직한 마을에 나타난 이방인이 되어 진정한 스릴러킹에 다시 도전한다. 눈빛부터 예사롭지 않은 백발 대머리의 이장으로 분한 정재영이 그의 맞수다. 두 남자의 불꽃 튀는 대결을 정재영의 편에 서서 지켜 볼 유준상, 유해진, 김상호 등 조연들의 면면도 만만찮다.
제대 이후 지난해 '마더'의 어리숙한 아들로 연기 복귀를 알렸던 원빈 역시 스릴러킹의 대열에 동참했다. 이번엔 명실상부한 원톱 주인공이다. 원빈은 8월 개봉을 조율중인 '아저씨'에서 남모를 비밀과 아픔을 간직한 채 외롭게 살아가는 이름 없는 남자로 등장한다. 예고편에서 등장한 살기등등한 모습과 강도 높은 액션이 그의 변신을 짐작케 한다.
등장만으로 설레는 이름은 또 있다. 배우 이병헌과 최민식. 두 사람은 '악마를 보았다'에서 연쇄살인범에게 약혼녀를 잃고 더 잔혹한 복수를 다짐하는 남자와 인정이라는 전혀 없는 잔혹한 연쇄살인범이 되어 부딪친다. 차가운 복수자로 분한 이병헌과 살인을 즐기는 살인마로 분한 최민식의 대결 자체가 가장 큰 볼거리요 관심사다. 특히 2005년 '주먹이 운다' 이후 충무로 상업 영화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최민식의 귀환이 가장 큰 관심거리다.
물론 스릴러킹이 득세한 가운데서도 국산 공포영화가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2008년 170만 관객을 모은 '고사'의 후속편 '고사 두 번째 이야기:교생실습'(감독 유선동)이다. 교복 입은 아이들의 학원 공포지만 호러퀸의 존재보다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아이돌 대세'를 반영하는 젊은 스타들이다. 티아라의 지연을 비롯해 박은빈, 지창욱, 윤승아, 남보라, 최아진 등이 출연한다. '공부의 신'의 김수로, '지붕뚫고 하이킥'의 스타 황정음과 윤시윤이 합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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