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다기리 조는 독특한 배우다. TV에서 '심야식당' '시효경찰' 같은 어쩌면 뻔뻔한 드라마를 하는 가 하면 영화에선 '유레루' 같은 심도 깊은 작품을 탐험한다.
대중적인 대작 영화보단 작지만 탄탄한 영화를 선호한다. 그렇기에 오다기리조가 '마이웨이'를 택한 것은 의외였다. 한국영화도 김기덕 감독의 '비몽'에 참여하지 않았던가.
오다기리조는 380억원이 넘는 '마이웨이' 같은 작품은 일본에서도 한 적이 없다. 그는 '마이웨이'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맹목적인 충성심을 바치다가 그게 얼마나 덧없는 일이었음을 깨닫는 인물을 맡았다.
왜 그는 '마이웨이'를 하게 됐을까? 무엇이 이 독특한 배우를 움직였을까?
-'비몽'과 '마이웨이'는 한국에서도 정반대 지점에 있는 영화인데. 두 작품을 경험해보니 어떤가.
▶감독님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그래서 매번 할 때마다 신선한다. '마이웨이'는 스태프 200명이 넘었고, '비몽'은 20명 내외였다. 내 스타일은 소규모 작업을 하는 게 더 편하다.
-한국과 일본 영화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을텐데.
▶시간 사용법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번 영화가 전쟁영화라서 스태프들이 준비하는 데 힘들었을 것이다. 폭파 준비를 하루 종일 한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촬영을 한다. 일본에서는 그런 작업에 하루를 완전히 사용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런 돈도 없고. 그런 면에서 한국영화인들은 축복받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 같다.
조명을 설치할 때도 섬세하게 몇시간씩 준비한다. 그런 여유가 있다. 그런 여유가 부럽다. 일본에서는 대작이라도 2~3개월 동안 찍지 '마이웨이'처럼 9개월 동안 찍는 건 없다. 3~4일에 한 신을 찍는 일도 없고.
-일본에선 못했던 경험을 '마이웨이'로 했는데. 전쟁영화를 오랜 동안 찍는 경험이었을테니깐.
▶사실 아직도 안 끝난 것 같다. 끝나고 다른 작품도 하고 있는데 워낙 오랜 시간 걸렸고 촬영도 힘들다 보니 지금도 추가 촬영을 위해 모이라고 할 것 같다. 개봉일이 돼야 실감할 것 같다. 이런 적도 있다. 촬영을 다 마쳐서 메이크업을 지우고 옷도 벗고 호텔에 왔는데 한 컷을 못 찍었다고 연락이 왔다. 다시 준비해서 해질 때까지 찍었다. 그래서 아직도 긴장감이 남아있다.
-강제규 감독과 어떻게 만나서 작품을 하게 됐나.
▶처음에 강제규 감독님이 사무실에 오셔서 차 한잔 마시자는 연락이 왔다. 그렇게 유명한 감독이 차를 마시자고 해서 의아했다. 그래서 별로 마음의 준비 없이 가볍게 갔고 특별한 이야기 없이 헤어졌다. 만일 강제규 감독님 스타일의 영화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단 생각을 먹고 갔다면 그 때 제안을 했더라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 이런 이야기는 했다. 강제규 감독님이 오다기리조는 메이저 작품을 싫어하죠라고 묻더라. 그래서 예라고 답했다. 다시 절대 메이저 작품은 안하나요라고 하길래 절대 안하는 건 아니고 이야기가 좋으면 할수도 있겠죠라고 했다.
그런 뒤에 시나리오를 보내셨다. 결국 감독님 성품 때문에 하게 된 것 같다. 시나리오 받고도 바로 하겠다는 이야기는 못했다. 감독님이 몇 번씩 일본에 찾아오셔서 해달라고 하셨다. 그런 감독님의 성의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만 봤다면 영화를 찍는 데 너무 힘들겠다고 생각해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마이웨이'에서 맡은 타츠오는 일본 제국주의에 맹목적으로 충성을 바치다가 어느순간 회의하게 되고 변화하는 인물이었는데.
▶타츠오의 그런 부분, 흔들리는 내면과 믿었던 신념이 서서히 무너지는 걸 연기하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매번 감독님과 의견 조율을 했다. 사람이라는 게 믿고 있었던 것에 배신당하더라도 배신 당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는 구석이 있지 않나. .그런 시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보시는 분에 따라 그 시점이 다르게 느끼도록 내면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애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반면에 장동건이 맡은 역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없는 인물이었는데.
▶장동건은 끝까지 흔들림 없는 연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런 변화를 보이면 당연히 안됐다. 그런 변화가 보이면 실패한 연기니깐. 명확한 계산과 연기력 이 없으면 안 되는 역할이다. 타츠오는 심적인 변화를 겪는 인물이기에 조금 실수해서 연기한다고 하더라도 잘못 했다고 받아 들여지진 않는 입장이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다.
-배우에게 자세히 디렉팅을 하는 감독과 맡기는 감독 중 어떤 걸 선호하나.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자유롭게 맡겨주는 게 편하다. 난 잡지 사진 찍을 때 때 이런 포즈 해주세요, 란 이야기 듣는 걸 제일 싫어한다. 강제규 감독님은 편하게 해주시는 편이다. 어떤 신이 있으면 내가 생각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럼 감독님이 지시를 하는 식이어서 편했다. 김기덕 감독도 너무 자유롭게 풀어줬다. 테스트할 때도 카메라를 돌려으니깐, 어떻게 연기해도 기뻐하시고.
-한국에선 톱스타들이 적은 예산 영화를 하고 싶어도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다기리 조는 그런 점에서 자유로운데.
▶한국배우들을 보면 그런 어려움이 있을 거다 이해가 간다. 사실 일본에서도 나처럼 활동하는 경우가 흔한 경우는 아니다. 연기자 입장에선 한번 위로 올라갔다고 매력있는 조연을 연기하는데 제한을 두는 건 시시한 일인 것 같다. 또 하나는 사무실 방침 때문이 아닌가. 다행히 우리 사무실은 그런 점을 많이 이해해준다.
-예전에 돈과 인기는 TV드라마로 얻고, 하고 싶은 건 영화로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했었죠. 부끄럽네요. 맞는 말이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영화라는 건 내가 혼신을 다해서 싸울 수 있는 장소고, 드라마는 좀 더 놀 수 있는 자리다.
-한국팬에 코디 쿠미 사인을 해줘서 논란이 일긴 했지만 원래 그렇게 자유롭게 행동하는 걸로 유명하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국 네티즌이 반응하는 건 일본에 대한 미묘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이웨이'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어느정도 예상이 된다. 하지만 일본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모르겠는데.
▶사인 사건을 통해서 한국 여러분들의 감각과 일본인들의 감각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많이 다르다.
한국에선 남북 관계 때문일지 모르지만 전쟁영화가 많다. 그래서 한국관객들은 전쟁영화에 친숙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전쟁영화가 몇 년에 한 편 나올까 말까 한다. 나온다 하더라도 별로 관객이 많이 안 든다. 전쟁영화에 대한 감각 자체가 다르다. 일본에선 별로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마이웨이'에 나쁜 이미지로 나오는 일본인이라 과연 그런 점을 어떤 시점으로 봐줄지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나 역시 일본관객들이 '마이웨이'를 어떻게 볼지 정말 궁금하다.
-일본에서 최근 K-팝 열풍이 뜨거운데.
▶내 스타일리스트도 소녀시대 팬이다. 나는 록을 선호하기 때문에 K-팝 같은 장르 음악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런 장르가 나쁘다곤 생각 안한다. 하지만 쟈니스는 별로 센스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준 높은 노래가 사랑을 받는 건 당연하다. 일본팬들도 바보가 아니니깐.
-장동건은 '마이웨이'에서 추위가 정말 힘들다고 했는데.
▶나도 그랬다. 영하 18도로 내려가는 추위는 처음 경험해봤다. 입이 얼어붙어 대사를 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한국 배우들은 추위에 익숙한가 생각할 정도였다. 아프리카 영화를 찍었다면 더위 때문에 힘들었을테니깐.
-같이 작업하고 싶은 일본과 한국 감독이 있다면.
▶일본에선 스즈키 세이준 감독과 다시 해보고 싶다. 한국 감독은 주위에서 홍상수 감독 영화가 재미있다고 추천하던데.
-홍상수 감독은 출연료를 안주지만 톱스타들이 서로 하려 한다.
▶그럼 정말 재미있고 훌륭한 영화를 찍는다는 소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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