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영화계는 한마디로 '한국영화 전성시대'였다.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화차' '건축학개론'까지 성공작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입 아프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1분기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2 1분기 흥행 상위작 10위 안에 한국 영화가 7편이나 올랐다. 이 정도면 '한국영화 신(新)르네상스'라 할 만하다.
좋은 영화도 많았지만 '좋은 배우들'도 빛났다. 지난 1분기 한국 영화 붐을 일으킨 주역들을 만나보자.
최고의 대세 배우는 단연 하정우였다. '다작' 배우로 이름을 알렸지만 2008년 '추격자'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던 하정우는 1/4분기 영화 흥행 순위(9일 영화진흥위원회 발표) 10위권에 두 작품(1위 '범죄와의 전쟁', 7위 '러브픽션')을 올리며 '신(新)흥행 보증수표'로 떠올랐다.
지난 2월은 '하정우의 달'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부산 최대 조직의 보스' 최형배로 2월 영화계 문을 연 하정우는 같은 달 말 '연애 초보 찌질이' 구주월까지 연타석 홈런을 쳤다.
하정우는 상반된 매력으로 총 64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기름기 좔좔 흐르는 올백 머리에 복고풍 슈트를 걸친 하정우는 능글맞은 로비의 신 최민식과는 대비되는 무게 있는 캐릭터로 앙상블을 이뤘다. '러브픽션'의 흐트러진 머리에 멍한 표정의 하정우는 찌질남 구주월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겨털녀' 공효진과의 커플 연기도 일품이었다.
연예계 대표 남매 '엄남매'의 활약도 대단했다. 먼저 웃은 건 누나 엄정화였다. 엄정화는 지난 1월 18일 개봉한 영화 '댄싱퀸'에서 왕년의 신촌 마돈나 엄정화 역으로 변신했다. 영화의 정화는 만능엔터테이너 엄정화에게 맞춤옷 같은 역할이었다. 엄정화는 녹슬지 않은 춤과 노래로 영화속을 누볐다. 엄정화의 열연에 힘입어 영화 '댄싱퀸'은 400만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동생 엄태웅의 1분기는 '기사회생'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댄싱퀸'과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는 전국 27만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엄태웅은 '건축학개론'으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건축학개론'에서 15년 만에 첫사랑과 재회한 승민을 연기한 엄태웅은 240만 관객에게 첫사랑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봄날 뭇 남성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 '건축학개론'은 1/4분기를 넘어 4월에도 한국영화 강세를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 1분기는 배우 안성기의 저력을 재확인 한 시기이기도 하다. 안성기는 지금까지 100편에 달하는 영화를 찍어온 국민배우지만 '7광구' '페어러브' 등 최근작의 성적은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부러진 화살'은 342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국민 배우 안성기의 건재함을 입증시켰다.
박원상, 나영희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출연한 '부러진 화살'에서 안성기는 국민배우 다운 카리스마로 영화를 이끌었다. 사법부에 맞서는 김경호 교수를 연기하는 그의 눈빛은 그간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순제작비 5억 원으로 256억 원을 벌어들 것은 대단한 성과다. 그러나 그 성과의 뒤에는 감독을 믿고 러닝개런티만 약속받고 영화에 출연하고, 제작비가 부족했던 촬영 현장에서 사비를 털어 회식자리를 만들었던 안성기의 열정이 있었다. 연기력은 물론이고 성품까지, 지난 겨울 안성기는 진정한 영화계의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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