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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경 "여자와 키스신, 정말 애인 같았다"(인터뷰)

발행:
안이슬 기자
사진


참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방자전'에서는 도발적인 향단이, 시트콤 '도롱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에서는 애 딸린 형사 경자, '쩨쩨한 로맨스'의 유혹녀 경선까지 류현경은 매번 색다른 모습으로 대중을 만났다.


더 이상 새로운 캐릭터가 남아 있을까 싶던 류현경이 이번에는 레즈비언 역할로 관객을 만난다. 그는 오는 21일 개봉하는 김조광수 감독의 첫 장편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서 주인공 민수(김동윤 분)와 위장결혼을 감행하는 정 많고 사랑스러운 여인 효진을 연기했다.


영화 속 효진과 똑 닮은 사랑스러움과 긍정 에너지를 가진 류현경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주에 VIP 시사회를 했다. 주위 반응은 어땠나?


▶다들 재미있다고 해주시고 오히려 분량에 대해서는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얘기해주셨다. '혜화, 동' 민용근 감독님이 영화 끝나고 "현경씨, 사람 같았어요. 진짜 사람이 대사하는 것 같았어요"라고 하시는데 그 말이 정말 좋았다. 원래 캐릭터를 캐릭터화 시키지 않고 나에게서 나오는 걸 추구하는 편인데 그게 감독님에게 사람같이 보였다니 기분이 진짜 좋더라.


-영화 속 사랑이 넘치는 효진, 실제 성격과 닮은 편인가?


▶효진은 사랑이 많고 정이 많은 아이인데 내가 딱 그렇다. 얼마 전 관객과의 대화때 사회자가 영화 속 효진이 웹툰이랑 너무 다르다고 얘기했다. 뭔가 물었더니 좀 더 씩씩하고 강인한 내면이 있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생각해보니 그게 나한테서 나왔구나 싶었다. 너무 자랑인가?(웃음)


효진은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럽고 너무 예쁜 캐릭터여야 했다. 그런데 내가 그런 걸 잘 못한다. 그냥 자연스럽게 내 모습들이 반영된 것 같다. 오히려 큰일에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성격이다. 위장결혼이라는 큰일을 대범하고 즐겁게 받아들이는 게 비슷한 것 같다.


-남자친구 앞에서도 애교가 없는 편인가?


▶아니다. 내 평소모습만 보고 매력 있다고 사귀었다가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 '이런 사람이었어?' 하고 놀라더라(웃음)


-영화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시집살이를 경험했는데.


▶아, 정말 싫었다. 상황에 몰입하다 보니 시어머니로 나온 선배님은 잘못 하신 게 없는데도 미울 정도였다. 원래 시집살이 신이 더 많았다. 많이 좀 솎아내서 영화에는 그 정도로 나왔는데 찍을 때는 숨이 막혔다. 원래 결혼생각이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시집살이를 겪어보니 그런 생각이 더 커졌다.



ⓒ이동훈 기자

-게이커플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정애연과 뽀뽀신이 있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스태프들이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 정말 애인같이 나왔다. 스킨십도 자연스럽고. 서영과 효진은 10년 된 커플인만큼 친해 보이고 익숙해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촬영했다.


-제작보고회에서 커밍아웃하는 분들이 있다면 응원가겠다는 말을 했었다. 영화가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된 건가?


▶원래 성소수자에 대한 선입견 자체가 없었다. 중학교 때 영화 '해피투게더'를 봤다. 보면서 너무 슬프다는 생각을 했지 '왜 남자끼리 저러지?'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자연스럽게 선이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 영화를 개봉하면서 의외로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는 걸 느꼈다. 댓글을 보면 재미있을 때가 있다. '현경씨 그렇게 안 봤는데...제가 딸 가진 부모로서 말하는데 현경씨 이러시면 안돼요' 이런 댓글도 있었다. 아니, 우리엄마도 가만히 있는데!(웃음) 그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되니까 우리 영화가 더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히 들더라.


-영화 속 '게이언니들(박수영 이승준 박정표 김준범 한승도)'과도 굉장히 친해진 것 같다. (류현경은 인터뷰 내내 이들을 '언니들'이라고 칭했다)


▶언니들이랑 촬영할 때 정말 재미있었다. 편집된 장면 중에 정말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다 같이 술 마시다가 언니들이 '삔(머리핀) 꽂고 달려!' 하는 장면이 있잖나. 언니들이 진짜 머리핀 꽂고 효진이 있는 병원으로 찾아오는 신이 있었다. 아웃팅당해서 병원에서 수근 거릴 때 언니들이 진짜 머리핀 꽂고 달려와서 '누가 우리 효진이 괴롭혔어?' 이러는데 누가 내게 이렇게까지 해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나중에 오빠들도 다 이해한다고 하더라. 나 같아도 그걸 것 같다고. 정말 좋은 장면이었는데 편집되어서 아쉽다.



-영화 '후궁'에서 조여정이 노출을 선보이면서 전작 '방자전'도 화제에 오르고 있다. '방자전'처럼 노출이 있는 역할이 들어오면 도전 할 생각이 있나?


▶그 때 '노출연기도 밥 먹는 연기와 다르지 않다'고 했더니 '류현경, 밥 먹듯이 노출연기' 이런 식으로 기사가 나서 '이게 뭐야!' 했었다(웃음).


그때도 사람들은 노출이 있다고 하면 '뜨악'했지만 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 시나리오에서 꼭 필요한 노출이면 당연히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방자전' 이후에 들어온 작품 중에 노출이 있는 것도 있었는데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안한다고 했다.


외국영화 보면 다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와'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좀 특이하다. 이 시기가 지나면 나중에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때기 오지 않을까.


-서른이 됐다. 영화배우로서는 반가운 나이다. 달라진 걸 느끼나?


▶일단 몸이 피곤하다. 술 마시면 너무 힘들고 밤을 못 새고... 외할머니나 어머니에게 얘기하면 웃기지 말라고 하신다.


할 수 있는 배역이 많이 풍부해진 것 같다. 20대 때는 20대만의 청춘이 있었다면 30대는 30만의 청춘이 있고, 풍부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늙기는 싫다(웃음).


-올 상반기에만 '두결한장'에 시트콤, 드라마까지 찍었다. 연기인생의 전성기라고 봐도 될까?


▶전성기는 사람들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 영화나 촬영장에서 많은 스태프들이 나를 인정해주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그런 느낌을 받고 한 작품으로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그 순간이 전성기인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늘 전성기였나?


-올해 차기작으로 생각하고 있는 작품은?


▶욕심은 있는데 심신이 지쳐있는 것 같다. 올해 진짜 목표는 연극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이번 해나 내년 초 쯤 아무것도 안 하고 연극 공연을 해보고 싶다. 연극이라는 무대에서 긴 호흡으로 그 시간에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보고 싶다. 얼마 전 성북동으로 이사해서 혜화동도 가까우니까 걸어서 공연하러 가고(웃음).


지인들은 내가 연극하고 싶다고 하면 '대극장에서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대사를 잊어버려 봐야 정신을 차린다'고 하는데 그렇게라도 해보고 싶다. 작품을 하면서 '너무 힘들다'하면서 모든 걸 다 쥐어짜는 그런 자극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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