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중간결산]부산에선 박찬욱·봉준호 신작 못보나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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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전형화 기자
[★리포트]
봉준호 감독(왼쪽) 박찬욱 감독 ⓒ스타뉴스
봉준호 감독(왼쪽) 박찬욱 감독 ⓒ스타뉴스

지난 4일 개막한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지난해 영화의 전당 시대를 연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한층 내실을 기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화제 4일차인 지난 7일까지 티켓 판매는 약 17만 5000장. 역대 최고 티켓 판매 기록인 19만 9000장에 이미 가까이 다가섰다. 역대 최다 관객이 예상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영화의 전당 2년차를 맞아 상대적으로 변화보단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새로운 영화 발견도 여전했지만 검증된 감독과 작품에 많은 점수를 줬다.


이런 경향은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시저는 죽어야 한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무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피에타' 등 세계 3대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을 모두 초청한 데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국제영화제 평가의 바로미터인 월드프리미어가 지난해 89편에서 올해 93편으로 늘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거장의 신작보다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독일, 대만 등 제3세계 영화들에 상당부분 할애됐다.


발굴의 의미도 훌륭하지만 국제영화제로 열일곱 돌을 맞은 만큼 부산에서 조명해 세계3대 영화제로 넘겨주는 엘리베이터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국제영화제는 항상 변화와 안정을 놓고 고민한다. 올해는 안정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졌다"고 말했다.


3대 영화제처럼 경쟁부문이 없는 부산영화제로선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이 영화제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놀랍고 의미있고 충격적인 영화가 선보이기 마련이다. 올해는 첫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인 '남영동 1985'가 영화제 초반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통합민주당 상임고문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받은 실화를 담았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국내 취재진의 관심이 쏠렸다. 영화는 고문 장면에 80% 가량을 할애했다. '도가니'처럼 피해자의 고통을 관객이 같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수작이다. 시사회를 놓친 외신기자들의 관심도 상당했다.


다만 '남영동 1985'는 고문으로 상징되는 과거의 역사를 현재 관객이 공유하자는 목적의식과 영화 만듦새가 안 맞아떨어진다는 점이 우려된다. 정치성향을 공유하는 사람은 영화를 통해 문제의식을 더욱 갖게 되겠지만 일반 관객이 받아들이기에는 적잖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정지영 감독의 전작 '부러진 화살'과 다른 지점이다.


또 다른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 'B.E.D'는 박철수 감독의 태작이다. 아니 졸작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사랑했던 여인을 잃고 다른 여인과 결혼한 남자가 사랑의 상징인 침대와 토끼인형에 대한 집착을 보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영화전공을 하는 대학교 3학년 수준의 연출에 베드신과 교차편집의 나열, 분위기 잡는 음악 등은 과연 이 영화가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을 던진다.


그럼에도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선보인 한국영화들은 예년과 달리 화려함보다는 작지만 의미 있는 영화들이 주를 이뤘다. '터치'의 김지영, '돈 크라이 마미'의 유선, '마이 라띠마'의 배수빈 등은 재발견이라고 불릴 만큼 놀라운 연기를 선보였다.


전찬일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올해 한국영화 초청작들은 배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정도로 놀라운 힘을 보여줬다"며 "영화제 진정한 스타를 레드카펫 위가 아니라 필름 속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는 17회를 맞아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20회를 향해 나가는 만큼 이제 국제적인 위상을 한층 더 올려야 할 시기기도 하다. 올해 부산영화제가 중국영화들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도 미래를 향한 포석이다.


개막식 사회를 사상 처음으로 중국배우인 탕웨이에게 맡긴 것도, 개막작을 홍콩영화 '콜드 워'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영화제 직전까지 배우 초대로 속을 썩인 '위험한 관계'도 마찬가지다.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대 영화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기 위한 전략이다.


부산영화제가 세계 최고 수준의 영화제로 올라서기 위해선 중국 끌어안기 뿐 아니라 한국 영화인들의 도움도 절실하다. 지금의 부산영화제가 있기까지 한국영화인들의 도움과 노력은 상당했다.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떠오른 거장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박찬욱과 봉준호 등 세계적인 거장의 신작을 언제까지 칸국제영화제에서 봐야만 할지 문제를 제기할 지점이다. 홍상수 감독이나 김기덕 감독이야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니 해외영화제에 먼저 선보이는 게 다음 영화를 만드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그러나 박찬욱, 봉준호 등 할리우드에서 손짓하는 거장들은 한국 상업영화 토대에서 성장했다. 그들의 신작이 부산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된다면 영화제 위상은 한층 올라갈 것이다. 이제 그럴 때도 됐다.


올해 부산영화제 폐막작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영화제에도 생소한 방글라데시 신예감독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 감독의 '텔레비전'이다. 부산영화제가 여전히 아시아 영화의 발견이라는 초심을 잊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영화 회고전에선 '빨간 마후라' '미워도 다시 한번' 등에 젊은 관객 반응이 뜨거웠다.


안정을 추구하는 동시에 발굴이란 초심을 잊지 않은 부산영화제. 올해는 어떤 성과를 낼지, 영화제는 13일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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