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창민 감독의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한국영화 역대 흥행 4위, 국내 흥행 역대 5위에 올랐다.
13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는 12일 2만 5666명의 관객을 모아 일일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이날까지 누적관객 1176만 534명이다.
'광해'는 이로써 역대 흥행 순위 5위를 지키고 있던 '태극기 휘날리며'의 1174만 명 기록을 넘어서게 됐다. 이제 '광해' 앞에는 '아바타'(1335만 명), '도둑들'(1302만 명), '괴물'(1301만 명), '왕의 남자'(1230만 명) 등 네 편의 영화만 남게 됐다.
'광해'가 정조준하는 것은 '왕의 남자'다. 같은 사극이며 시작부터 비교가 많이 됐기에 투자배급사 CJ E&M은 '광해'가 내심 '왕의 남자'를 넘어서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기세로 스크린수와 상영회차를 꾸준히 확보한다면 불가능할 일만은 아니다.
9월13일 개봉한 '광해'는 개봉 두 달은 맞은 지난 12일 316개 스크린에서 1247회 상영됐다. 흥행몰이 중인 '늑대소년'(3653)과 '내가 살인범이다'(2544), '007스카이폴'(1299)에 이은 상영 횟수이다.
하지만 '광해'가 여전히 이렇게 많은 상영관과 상영회차를 유지하면서 작은 영화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당장 지난 8일 개봉한 민병훈 감독의 '터치'는 첫날부터 퐁당퐁당(교차상영을 뜻하는 영화계 은어)에 내몰렸다. 오전과 심야 시간대에 상영된 데다 주말에는 아예 상영회차를 줄였다.
'터치' 측은 "CGV 극장은 서울 전 지역에서 군자 CGV에서만 상영되고 강남권에서는 브로드웨이 시네마와 메가박스 코엑스 단 두 곳만 상영됐다"며 "그나마 일요일인 11일에는 아예 상영회차를 줄여 사실상 관객이 접근할 수 없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터치'측은 영화진흥위원회에 불공정 행위에 대해 신고할 계획이다.
작은 규모의 한국영화만 내몰리는 게 아니다.
8일 개봉한 다코타 패닝 주연 '나우 이즈 굿'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진위 집계에는 '나우 이즈 굿'이 12일 134개 스크린에서 394번 상영된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상영시간표를 들춰보면 가관이다. 죄다 조조상영 아니면 심야시간대로 몰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관객은 흥행이 잘 되는 한국영화와 흥행이 잘 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 볼 수 있게 된다. 극장이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를 더 많이 상영하는 게 당연하다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다양한 작은 영화들이 죽어간다. 대형마트 때문에 동네 가게들이 문을 닫는 것과 비슷하다.
올 여름 '도둑들'도 똑 같은 일을 벌였다. '도둑들'은 '괴물'을 넘어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 타이틀을 얻기 위해 꾸준히 상영관을 확보했다. 덕택에 관객은 '피에타' 같은 작은 영화들을 볼 기회를 잃었다.
'광해'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 만큼 빼어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다. 그럼에도 '광해'는 대기업의 시장 독점이란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개봉을 갑작스럽게 앞당겨 작은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날 기회를 줄인데다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광해'가 '왕의 남자'를 꼭 넘어야 더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일까? CJ E&M은 '광해'를 기획, 개발하고 제작사와 같이 상생해서 만든 영화라고 자부하고 있다. 상생이란 말을 작은 영화들과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면 더 의미가 깊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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