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영화지만 재난영화가 아니다?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더 임파서블'(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얘기다. 2004년 동남아시아에서 무려 30만명의 사상자를 낸 최악의 쓰나미를 스크린에 옮겼다. 소재만 보면 '재난영화'라는 타이틀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장르로서의 '재난영화'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그간 개봉했던 일련의 할리우드 '재난영화'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분명해 보인다.
'disaster films' 즉 재난영화는 각종 재해, 재난이 불러온 비극과 이를 극복해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 장르의 하나다. 무성영화 시절부터 만들어졌을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인기 장르이기도 하다.
재난의 종류며 규모도 각양각색이다. 그 재난이란 '더 임파서블'이나 '해운대'의 쓰나미 같은 자연 재해일 수도 있고, '타이타닉' 같은 대형 사고일 수도 있고, '딥 임팩트'의 소행성 충돌 같은 미지에서의 위협일 수도 있다. '폴라이트 93'의 9.11테러처럼 테러도 재난영화의 소재로 스크린에 종종 등장하고 있다.
대개의 재난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협하는 재난의 규모를 스펙터클하게 재현하는 데 큰 공을 들인 블록버스터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이고 CG를 총동원해 재난의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서 관객을 압도하려고 한다.
재난의 재현에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는 '더 임파서블' 역시 다른 재난영화와 같다. 쓰나미는 1993년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한 영화 '대홍수'에도 등장할 만큼 재난영화가 사랑하는 소재다. 대형 수조에 수십톤의 물을 쏟아 부으며 쓰나미의 악몽을 재현하는 데 힘썼다.
그러나 '더 임파서블'은 재난의 짜릿한 스펙터클을 보고 즐기는 데 방점을 찍는 여타 재난영화와는 시선이며 목표 지점이 사뭇 다르다.
영화는 2004년 쓰나미를 직접 체험한 일가족의 실화에서 출발했다. 주인공 마리아(나오미 왓츠)와 헨리(이완 맥그리거) 부부는 큰아들 루카스(톰 홀랜드) 등 세 아들과 함께 태국의 휴양지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그러나 예고 없이 몰아닥친 쓰나미가 모든 걸 휩쓸어간다. 큰 상처를 입은 마리아는 남은 폐허 속에 루카스와 단 둘이 남는다.
영화의 본격적 시작은 거기서부터다. '더 임파서블'은 남의 비극을 보고 즐기게 하는 대신 '체험'하게 한다. 입 떡 벌어지는 쓰나미의 스펙터클보다 거대한 물살에 휩쓸려 가족을 잃고 몸이 찢기는 공포와 고통이 더 크게 다가온다. 대재난에 놓인 인간의 무력감을 일깨운다. 비극을 함께 겪은 사람들의 절절한 공감과 인간애가 깊은 여운을 남기지만, 재난을 마주한 인간 군상을 살피면서 분연히 그에 맞선 인간의 힘을 강조하는 할리우드식 영웅담은 찾을 수 없다.
앞서 개봉해 흥행중인 한국산 재난영화 '타워'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에서 벌어진 화재를 다룬 '타워'는 애완견까지 가장 먼저 구출되는 고위층부터 딱한 청소부 아주머니까지를 두루 살피면서, 뒤로 갈수록 목숨을 내던져 남을 살리고 사랑하는 이를 구하는 영웅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재난영화 장르에 더 잘 부합하는 작품인 셈이다.
'더 임파서블'로 주목해야 할 감독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와 나오미 와츠, 이완 맥그리거가 모두 이 영화를 재난영화로 부르길 주저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건 '재난 속에 피어난 가족애와 인간애'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한 이 영화를 직접 '체험'해보길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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